동네 예비군 총각 동네 예비군 총각 기름기가 자르르 흐르는 지저분한 머리라도 덮으면 좋으련만 모자는 접어서 뒷주머니에 넣고 군화밖으로 나온 바지는 너덜너덜 느슨한 단추처럼 자세는 흔들흔들 나라를 지키겠다고 나왔을 텐데 시간에 늦은 것일까 집결지를 모르는 것일까 허둥지둥거리면서 담배연.. 나의 시 문장 2014.06.24
그리운 할머니의 촉(觸) 그리운 할머니의 촉(觸) 아직 해가 뜨지도 않았는데 뜰팡부터 마당까지 깨끗이 쓸어 놓고 삽작문을 열어 놓으신다 전기도 안들어오고 빠른 통신 수단도 없던 시절 손님이 온다는 것을 어떻게 알았을까 할머니는 모르는 것이 없었다 손님이 오자마자 김이 모락모락 나는 고봉밥에 뜨신 국.. 나의 시 문장 2014.06.18
친구야! 애쓰지 말자! 친구야! 애쓰지 말자! 어젯밤에 약 먹었다고 여름날 비온 후 쑥 자란 무처럼 되길 바란다면 도둑놈이라는 것을 조금이라도 아니 다행이다 눈 뜨고 살아온 날들이 깜짝 놀랄 숫자라는 것을 정말 모르는 것일까 인정하기 싫은 것일까 남과 다르다고 여기는 것일까 여기저기 꽃들을 힐끔거.. 나의 시 문장 2014.06.03
부도(浮屠)의 전언 부도(浮屠)의 전언 새소리 경쾌하고 나비들도 여유롭게 노니는데 부처님 배고프시다고 주지 스님 목이 아프고 보살님들 발걸음이 바쁘다 부대끼며 사는 세상에서 그리 멀리 있는 것도 아니거늘 관심밖으로 밀려난지 오래되어 이끼만 잔뜩 낀 浮屠는 탑뒤로 자꾸만 몸을 숨기는 부러진 .. 나의 시 문장 2014.05.26
어느 을(乙)의 서러운 날 어느 을(乙)의 서러운 날 밀린 월세도 내고 이자도 갚아야 한다 수시로 연체를 하다보니 속이 시커멓고 신용도가 바닥이다 오늘은 미루고 미루던 甲이 꼭 주겠다고 약속한 날 한두 번 어긋난 것이 아니기에 트리에 달려있는 전구들처럼 모든 신경 세포에 불을 켠다 하루종일 잔액확인을 .. 나의 시 문장 2014.05.14
초라한 詩 초라한 詩 별 관심없이 지나다니던 곳인데 조팝나무의 하얀 꽃들이 무리지어 떠 있는 별처럼 피어 가던 길을 멈추게 한다 잘 휘어진 미모에 넋이 빠져 펜을 꺼내 문장을 만지작거리다가 詩답지 못한 글을 조팝나무의 꽃인 것처럼 써 놓고 오고가는 이들이 잠시 멈춰 감탄하길 바라는 것 .. 나의 시 문장 2014.04.21
오늘도 곰국이다 오늘도 곰국이다 오십대가 제일 무서워한다는 곰국 마누라가 곰국을 끓였다 한달도 넘게 먹을 수 있는 양이다 어디 갈 거냐고 얼마나 있을 거냐고 묻지 않았다 이상한 꽃 찾지 말고 화단에 물이나 주라고 했지만 상상의 세계는 과거의 인연들을 이리저리 엮으며 이곳저곳으로 날라 다닌.. 나의 시 문장 2014.04.09
착한 이웃을 기다리며 착한 이웃을 기다리며 해 뜨기 무섭게 몰려다니던 까치들이 두꺼운 옷을 물고 사라졌다 기쁜 소식은 커녕 물어뜯고 싸우면서 온갖 추문만 여기저기 뿌려대더니 점점 길어지는 낮이 두려웠는지 다른 스캔들을 찾아 자취를 감췄다 엇갈려서 눈이 맞아 산 넘어 갔을까 남은 삶을 태우러 바.. 나의 시 문장 2014.03.28
삼패는 편하다 삼패는 편하다 강 북쪽에서 일을 보고 돌아올 때 습관적으로 집사람에게 전화를 거는 곳 삼패사거리 月文川에 꽃잎 하나 띄워 놓고 목을 길게 빼고 있는 줄 알면서도 짐짓 멀리 있는 것처럼 신호를 보낸다 아무리 아니라고 속이려 해도 내가 있는 곳을 귀신같이 알고 "삼패이시군요!" 내.. 나의 시 문장 2014.03.21
이제 그만 이제 그만 눈 그친지 달포가 넘었는데 홈통으로 녹아내리는 소리 요란하다 응달이 이렇게 깊었나 보다 계절이 바뀌어도 멈추지 않고 분열로 뚝뚝 종북좌빨 수구꼴통 앙금이 이렇게 쌓였나 보다 나의 시 문장 2014.03.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