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려움 단상 가려움 단상 A 서민들은 가려운 곳이 많다 너도나도 긁어 주겠다고 손을 들지만 표를 얻은 후 긁어 주는 이는 드물다 마누라는 돈돈돈 하면서 가렵다 힘을 다해 긁어 줘도 모자라고 따갑다 못해 피가 나야 조금 시원하다 늙으면 시도 때도 없이 가렵다 손이 닿지 않는 곳이 주로 가렵고 아.. 나의 시 문장 2014.02.20
그냥 하얀 눈 그냥 하얀 눈 濟南 朴 炯 淳 하늘에서는 펄펄 똑같은 눈으로 새하얗고 뽀얀 모습이었건만 지구에서는 지구의 룰에 따르다 보니 산에 있는 소나무에 살포시 내려앉아 감탄과 환호를 일으키는 上品도 있고 공사현장이나 도로에 털썩 주저앉아 지탄과 비난의 대상이 되는 下品도 있다 지구.. 나의 시 문장 2014.02.06
폼 잡지마 작년 12월 최우수신인상 수상 이후에 스트레스가 하나 더 쌓였다. 매월 시 2편을 의무적으로 송부해야 하는 데... 이게 쉬운 일이 아니다. 어떤 이는 쉽게 쓰는 지 몰라도 나 같은 둔재는 솔직히 벅차다. 작년에는 몇 번 예전에 써 놓았던 미발표작을 보내기도 했지만 별로 맘에 들지 않았다.. 나의 시 문장 2014.01.15
그해 겨울이 있기에 그해 겨울이 있기에 濟南 朴 炯 淳 나이 절반을 싹둑 자른 겨울이었습니다 어깨 한쪽을 빌려주고 싶은 그녀에게 두근거리는 마음을 담아 암호쪽지를 건넸지요 어렵진 않지만 쉽다고 할 수도 없는 표시 조마조마하며 접선 장소에서 기다리는데 사랑이 저만치서 나풀거리며 오더군요 코트.. 나의 시 문장 2014.01.06
더미필름의 한마디 더미필름의 한마디 제남 박 형 순 원자재도 아니고 부자재도 아니다 해야할 일은 단 한가지 백팔십도 熱속으로 들어가 귀하신 몸들이 매끄럽게 붙도록 해주면 된다 붙어 먹은 것들은 개선장군처럼 의기양양하지만 맡은 바 임무를 충실히 하고 죽어간 무명용사는 차가운 구석에서 처량하.. 나의 시 문장 2013.12.27
누가 내몰았습니까 누가 내몰았습니까 제남 박 형 순 찬바람이 쌩쌩도는 지하철역에서 맨발의 슬리퍼에 철 지난 옷차림으로 오고가는 사람들을 하나하나 쳐다보는 할머니 도우려고 내미는 손길을 뿌리치고 힐끔거리는 시선들과 실랑이 하며 따뜻한 옷이라도 사들고 올 아들을 기다리나 집나간 며느리를 .. 나의 시 문장 2013.12.20
겨울을 우습게 보지 마라 겨울을 우습게 보지 마라 제남(濟南) 박 형 순 겨울을 우습게 보지 마라 앙상하고 볼품없다고 무시하지 마라 겨울은 방구석에서 노닥거리지 않는다 길어진 그림자 보다 더 길게 생각하고 바람보다 더 부지런하다 이웃에게 감사하고 너그러운 겨울은 춥다고 말한 적이 없다 겨울을 우습게.. 나의 시 문장 2013.11.29
빠알간 아침 빠알간 아침 濟南 박 형 순 밤새 내린 비로 굴러다니던 낙엽도 걸음을 멈춘 아침 앞에 가는 빠알간 차의 운전석에서 가느다란 손가락 사이의 양심이 멈춘 삶위로 떨어진다 습관적으로 상향등을 깜박거려 주의를 보내니 좌우로 찢어지지 않는 브레이크등을 비상등인 양 반짝거리며 가다.. 나의 시 문장 2013.11.14
가을 벼의 각오 가을 벼의 각오 제남 박 형 순 언제나 파란 모습 간직하기 힘들 줄은 알았지만 하늘에 흘러가는 구름 몇 점 바라보고 목이 탄다고 몇 번 외쳤을 뿐인데 석양에 탑 그림자처럼 쑥쑥 자라더니 무거워진 고개를 그만 툭 떨구고 있다 어제도 오늘도 그 자리에서 맴돌고 있는 창살에 갇힌 마음.. 나의 시 문장 2013.10.25
되돌려주기 되돌려주기 제남 박 형 순 미용실에 머리깎으러 온 아이 기다리기 지루한지 이곳저곳 다니며 염색약, 머리빗, 가위, 헤어드라이어 넘어뜨리고 흩뿌리며 돌아다닌다 그 아이 형인듯한 학생의 머리를 다듬던 파마머리 미용사의 한마디 "할아버지 옆에 조용히 앉아있어!" 주변을 둘러보니 .. 나의 시 문장 2013.1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