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이면 족하다
濟南 박 형 순
있으면 있는대로 좋지만
없어도 그만인 자리에서
들꽃들이 깔깔거리며
여기저기 제멋대로 피어있다
조금 예쁜 모양을 지닌 것도 있지만
꽃잎들이 다 그만그만하다
아무 이유없이 피지는 않았겠지만
뽐내려고 핀 것이 아닌 탓인지
눈여겨보는 이도 드물다
필 때도 조용하게 피었듯이
때가 되면 아무도 모르게 사라져
기억속에 묻힐 들꽃,
다만 잠시 피어있는 동안에
그 누구에게 작은 기쁨이라도 주었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으리라
있으나 없으나 마찬가지인
나의 詩들이 깔깔거리며
여기저기 제멋대로 돌아다닌다
좀 괜찮은 내용을 담은 것도 있겠지만
작은 크기로 다 그만그만하다
내세울만한 것도 없고
큰 감동을 줄 만한 것도 없으니
시간이 지나면 아무도 모르게 사라져
이름조차 지워지게 될 나의 詩,
다만 잠시 그 안에서 머물던
그 누구에게 작은 느낌이라도 주었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으리라
나의 삶도
들꽃같기만 하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