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 문장

들꽃이면 족하다

헤스톤 2016. 10. 15. 09:28

 

 

 

 

들꽃이면 족하다


                                  濟南   박 형 순 

 

있으면 있는대로 좋지만

없어도 그만인 자리에서

들꽃들이 깔깔거리며

여기저기 제멋대로 피어있다

조금 예쁜 모양을 지닌 것도 있지만

꽃잎들이 다 그만그만하다

아무 이유없이 피지는 않았겠지만

뽐내려고 핀 것이 아닌 탓인지

눈여겨보는 이도 드물다

필 때도 조용하게 피었듯이

때가 되면 아무도 모르게 사라져

기억속에 묻힐 들꽃,

다만 잠시 피어있는 동안에

그 누구에게 작은 기쁨이라도 주었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으리라

 

있으나 없으나 마찬가지인

나의 詩들이 깔깔거리며

여기저기 제멋대로 돌아다닌다

좀  괜찮은 내용을 담은 것도 있겠지만

작은 크기로 다 그만그만하다

내세울만한 것도 없고

큰 감동을 줄 만한 것도 없으니

시간이 지나면 아무도 모르게 사라져

이름조차 지워지게 될 나의 詩,

다만 잠시 그 안에서 머물던

그 누구에게 작은 느낌이라도 주었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으리라

나의 삶도

들꽃같기만 하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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