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떠난 가을
가을 내내
아파트 재활용 분리수거장에서
재분류를 하며 일손을 돕던 옆동 할머니
겨울이 다가도록 보이지 않아
경비아저씨에게 물어보니
먼 길을 떠나셨다고 한다
그곳에 있는 고장난 시계는
그대로 걸려 있는데
마주칠 때마다 웃어주던 모습을
시침과 분침에 걸어놓고
다시 못 올 시간속으로 갔다
가을 한철
할머니가 정성껏 돌봐서
들꽃으로 깔깔거리던 자리
그 자리엔 묘목들이 줄을 서 있다
묵념이라도 올릴 것처럼
대오를 맞춰 차렷 자세를 하고
꽃들이 활짝 웃던 그 가을을
이제는 더 이상 저곳에서
볼 수가 없다
인상좋은 그 할머니를 이젠
더 이상 볼 수가 없다
시작노트 : 가을내내 들꽃으로 환하게 피었던 곳이 어느 날 보니 묘목들이 늘어서 있다. 각종 풀들도 다 사라
졌다. 무엇보다 이젠 더 이상 저곳에서 꽃들을 볼 수 없다는 생각에 슬픔이 확 밀려왔다. 겨울이
되면서 저 세상으로 갔다는 옆동 할머니의 모습이 들꽃과 겹쳐 보였다. 자연의 계절은 다시 돌아
오지만 사람의 계절은 가을이 지나고 겨울속으로 들어가면 끝이다. 사람은 언젠가 갈 수 밖에
없는 존재이고, 가을을 어떻게 잘 보내느냐가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