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 문장

그렇게 떠난 가을

헤스톤 2017. 2. 10. 12:28

 

 

 

그렇게 떠난 가을

 

 

가을 내내

아파트 재활용 분리수거장에서

재분류를 하며 일손을 돕던 옆동 할머니

겨울이 다가도록 보이지 않아

경비아저씨에게 물어보니

먼 길을 떠나셨다고 한다

그곳에 있는 고장난 시계는 

그대로 걸려 있는데

마주칠 때마다 웃어주던 모습을

시침과 분침에 걸어놓고

다시 못 올 시간속으로 갔다

 

가을 한철

할머니가 정성껏 돌봐서

들꽃으로 깔깔거리던 자리

그 자리엔 묘목들이 줄을 서 있다

묵념이라도 올릴 것처럼

대오를 맞춰 차렷 자세를 하고

꽃들이 활짝 웃던 그 가을을

이제는 더 이상 저곳에서

볼 수가 없다

인상좋은 그 할머니를 이젠

더 이상 볼 수가 없다

 

 

시작노트 : 가을내내 들꽃으로 환하게 피었던 곳이 어느 날 보니 묘목들이 늘어서 있다. 각종 풀들도 다 사라

                졌다. 무엇보다 이젠 더 이상 저곳에서 꽃들을 볼 수 없다는 생각에 슬픔이 확 밀려왔다. 겨울이

                되면서 저 세상으로 갔다는 옆동 할머니의 모습이 들꽃과 겹쳐 보였다. 자연의 계절은 다시 돌아

                오지만 사람의 계절은 가을이 지나고 겨울속으로 들어가면 끝이다. 사람은 언젠가 갈 수 밖에

                없는 존재이고, 가을을 어떻게 잘 보내느냐가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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