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 문장

목련꽃의 뒷모습

헤스톤 2017. 4. 20. 14:00

 

 

목련꽃의 뒷모습

 

 

나뭇가지 끝에 물을 올려

꼭대기마다 하나씩 커다란 꽃을 피운

새하얀 눈부심의 도도함은 다 어디로 가고

하루라도 더 살겠다고 녹슨 칠을 하면서

볼품없이 구차해지고 있단 말인가

사랑의 끝이 순백일 수는 없겠지만

거침없던 아름다움은 다 어디로 가고

추하게 몸을 비비 꼬면서

좀 더 붙어 있겠다고 애쓰는 꼴은

그 이름과 어울리지 않는다

 

동백꽃처럼 순교까지는 아니어도 

예쁜 모습을 간직한 채 갔더라면

이렇게 착잡하지는 않았을텐데

배신을 하고 떠나는 자의 등처럼

지저분한 모습으로 떠나야 한단 말인가

지난 날의 매력들이 자꾸만 떠올라

네가 정말 그 꽃이 맞느냐고

물어보고 물어보고 또 물어보며

눈물대신 분노 몇 방울을 툭 떨군다

 

 

* 왜 내눈에는 목련꽃의 뒷모습에서 전(前) 대통령의 모습이 보이는 걸까?

  독립운동을 하다가 친일파 행적을 보인 이광수, 최남선 등의 모습은 왜 보이는 걸까?

  설사 기록에 남을 꽃이나 별이 되지 못할지라도 이름을 형편없이 더럽히지는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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