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련꽃의 뒷모습
나뭇가지 끝에 물을 올려
꼭대기마다 하나씩 커다란 꽃을 피운
새하얀 눈부심의 도도함은 다 어디로 가고
하루라도 더 살겠다고 녹슨 칠을 하면서
볼품없이 구차해지고 있단 말인가
사랑의 끝이 순백일 수는 없겠지만
거침없던 아름다움은 다 어디로 가고
추하게 몸을 비비 꼬면서
좀 더 붙어 있겠다고 애쓰는 꼴은
그 이름과 어울리지 않는다
동백꽃처럼 순교까지는 아니어도
예쁜 모습을 간직한 채 갔더라면
이렇게 착잡하지는 않았을텐데
배신을 하고 떠나는 자의 등처럼
지저분한 모습으로 떠나야 한단 말인가
지난 날의 매력들이 자꾸만 떠올라
네가 정말 그 꽃이 맞느냐고
물어보고 물어보고 또 물어보며
눈물대신 분노 몇 방울을 툭 떨군다
* 왜 내눈에는 목련꽃의 뒷모습에서 전(前) 대통령의 모습이 보이는 걸까?
독립운동을 하다가 친일파 행적을 보인 이광수, 최남선 등의 모습은 왜 보이는 걸까?
설사 기록에 남을 꽃이나 별이 되지 못할지라도 이름을 형편없이 더럽히지는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