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 문장

서먹한 신안사(身安寺)

헤스톤 2017. 3. 22. 11:06

 

 

서먹한 신안사(身安寺)

 

 

고향에 있는 곳이라고 하지만

읍내와 반대방향으로 있고

깊은 산골짜기에 있는 탓으로

남쪽을 향한 산의 뒤통수를 바라보며

사람을 그리워하고 있는 것 같은 절

 

작년에 이어 올해도 찾아와

어린시절의 빗장을 열어 보아도 

이름에서 풍기는 것만큼

몸이 편안하지 못한 것은 

지나간 시간들이 너무 쌓인 탓일까

주름진 얼굴로 환하게 맞아주던

보살 할머니가 없는 탓일까

 

어디선가 고향 흔적이 있을 것이라고

허리를 구부려 흙냄새를 맡는다

낯모르는 스님과 신도들이

힐끔거리며 지나간다

 

석탑 하나만 그대로일 뿐

허물어진 기와로 정이 뚝뚝 흐르던

옛날의 절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늙은 나무에 걸쳐 놓았던

한줄기 편안함도 찾을 수 없어

돌무덤위에 평평한 마음 하나를

슬며시 얹어 놓는다

 

 

* 어렸을 때 간혹 가던 절이다. 지금은 포장된 도로가 있어서 자동차로 면소재지에서 10분도 안 걸리지만

   어렸을 때는 도로다운 길도 없었다.

   풀로 덮히기도 한 산길을 굽이굽이 돌아 걸어갔다. 아마 2시간 이상 걸린 것 같다.

   지금의 절은 완전 신,개축되고 잘 다듬어서 옛날 모습과는 딴판이다.

   그 근처에서 우리집이 인삼농사를 짓기도 하고 산소도 있어서 가던곳인데, 왠지 옛날모습이 없어서

   서먹하다.  무엇보다 그 동네에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고 반겨주던 보살할머니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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