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 문장

개판은 엎자

헤스톤 2016. 12. 8. 16:22

 

우선 아파트 앞에 있는 목련 사진을 올려본다.

아래 사진을 찍은 날짜는 바로 아래가 2016. 2. 27. 이고, 중간은 4.10.이며, 제일 아래 사진은 11.23.과

12. 5.이다.

지난 2월에 찍은 아래 사진의 가지 끝을 보면 봄이 왔다고 힘차게 올라오는 꽃봉오리가 보인다.

 

대개는 4월중순부터 만개하는데 4. 10.에 찍은 사진에서 활짝 핀 목련을 볼 수 있다.

 

아침 기온이 영하로 떨어진 11.23. 출근하다 목련을 보니 이것들이 미쳤는지 꽃봉오리들이 막 올라와 있다.

나뭇잎도 다 떨어진 계절이고 소설도 지난 마당에 무슨 꽃을 피워 보겠다고 이 지랄(?)이다.

미쳤다. 

 

12. 5.(월)에 보니 어떤 봉오리에서는 꽃을 피울 것처럼 폼을 잡고 있다. 

찬 서리에 꽃을 피우는 국화도 아니면서 아직 때가 아님을 알지 못한 탓이다.

사진으로 담지는 못했지만..동네 개나리도 완전 미쳤다.

 

 

 

개판은 엎자

                                제남   박  형  순

 

 

나 어렸을 때 시골에서

술만 먹으면 부모도 못 알아보고

개가 되는 미친놈이 있었는데

언제나 이름앞에 '개'자가 붙었다

그 미친놈이 자기 엄마 죽은 후

넋을 잃고 울어대며 식음을 전폐하더니

밤새도록 함박눈이 내리던 날

눈길따라 하얗게 하늘로 올라갔고

그 뒤로 그 집에서는 개소리가

한번도 들리지 않았다

 

가로수가 옷을 홀딱 벗은 십이월

집앞의 목련이 꽃봉오리를 올리더니

동네 개나리들이 미쳤다

연두색의 잎들이 크기를 자랑한다

가는 허리를 늘어뜨리고

햇살을 뿌려대며 교태를 부리더니

참새들과 방아를 찧고 있다

제정신으로 살기 힘든 세상이다 보니

개나리도 '개'나리가 되었나 보다

 

개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만천하에 드러나게 된 실정으로

주말마다 진격하는 촛불을 보며

속절없이 추운 밤을 태우는 병신년 말

아무리 우리 동네 목련이나 개나리가

건방을 떨었기로서니

높아도 너무 높아

쳐다보기도 힘든 저 푸른 집에서 

개판도 이런 개판이 없을 정도라니

눈이라도 펑펑 쏟아져 내려야

제자리를 찾아갈 수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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