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 문장

공중전화

헤스톤 2017. 7. 12. 22:34


공중전화


오래전 오랜 세월

좁은 공간 안에서

세상 어느 곳보다 북적거리며 

불이 타오르곤 했는데

이젠 하루종일 심심하다

몸을 깨끗이 하고 유혹해봐도

거들떠 보는 이 하나 없어

부끄럼과 창피함으로

얼굴은 화끈 달아오르고

지금 여기서 이렇게

자리를 차지해도 되는 것인지

서 있는 자체가 뻘쭘하다


스마트폰을 원망하지 마라

무엇이라도 오래되면 밀려난다


빨간 부스밖을 기웃거리며

아직은 쓸만하다고

소리질러 보아도

여러 겹의 나이가 장벽이 되어

메아리는 오지 않는다 

그래도 혹시나 

집적대는 것이라도 있을

눈을 이리저리 굴리며

귀를 쫑긋 세우고 있지만

굴러들어오는 것은

지나가는 바람뿐이로다


* 지난 2017. 5월말로 퇴사를 하고 실업상태로 지내고 있는데, 어느 날 아무도 찾지않는 공중전화기를

  한참 보고 있노라니 내 모습이 거기에 있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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