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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로 갔을까?

없다. 아무리 찾아도 보이질 않는다. 아버지께서 물려주신 濟男學校(제남학교) 인장이 안 보인다. 그 인장은 언제나 책장 아래에 붙어있는 서랍에 놓아두었었다. 그런데 그곳을 아무리 뒤져보아도 없다. 오래된 기억을 더듬어 보면 지금 사는 집으로 이사 올 때 매우 중요한 귀중품이라고 종이에 잘 싸서 별도의 서류 가방에 따로 담아 놓았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서류 가방들을 모두 찾아보아도 보이지 않는다. 찾을 수가 없다. 잘 보관한다고 별도로 취급한 것이 오히려 독이 되었다. 아무리 온 집안을 뒤져보아도 보이질 않는다. 누가 종이뭉치 쓰레기라고 버렸는지 모른다. 내가 지금 무슨 착각 속에 있는지 모르겠지만, 자책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나의 잘못이다. 나의 큰 잘못이다. 이 도장은 어차피 내가 주인도 아니기 때문..

나의 이야기 2023.12.23

悲慾(비욕) - 17

17. 해고의 바람 2 어느 조직이나 1등과 2등의 차이는 크다. 서열상으로만 본다면 허 회장과 신 사장은 회사 내에서 1위와 2위이지만, 가지고 있는 권력의 차이는 엄청나다. 크기의 차이가 된장 항아리와 간장종지 정도는 될 것이다. 의사결정시 사장을 포함한 임원 전체의 의견보다 회장 1인의 말에 더 무게가 있다. 더구나 하나케이시(주) 같은 경우 신 사장의 힘은 천 상무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왜냐하면 허 회장과 보내는 시간이 신 사장은 천 상무의 1/5도 되지 않기 때문이다. 하루 중 허 회장과 보내는 시간만 놓고 볼 때 신 사장은 오 이사보다도 적다. 조직에서 갖고 있는 힘이란 누가 최고 권력자와 지내는 시간이 많은 것인가에 달려 있다고도 볼 수 있다. 신 사장은 회장실에서 나오자마자 오 이사 방..

장편소설 2023.12.18

山客(산객)

세상에 잘 알려지지 않은 칠언절구 漢詩(한시) 한수를 써 보았습니다. 제목은 山客 (산객 - 산속 나그네)으로 涵月 海源 (함월 해원) 스님이 지은 시입니다.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山梅落盡野花飛 (산매낙진야화비) 산에 매화꽃 지고 들꽃도 지니 谷口春殘客到稀 (곡구춘잔객도희) 골짜기에 봄기운은 사라지고 사람발길 뜸하네 遙望千峰紅樹裏 (요망천봉홍수리) 멀리 산봉우리 붉은 숲 속을 바라보니 杜鵑啼處一僧歸 (두견제처일승귀) 두견새 우는 곳에 한 스님이 돌아오네. 위 시의 시심에 앞서 형식에 대해 아는 체를 하면 이렇습니다. 우선 韻은 微 운목에 飛, 稀, 歸 운을 사용하였습니다. 起句의 2번자인 梅가 평성이므로 平起式(평기식) 칠언절구라고 하겠습니다. 첫째 구를 보면 山과 梅는 평성, 落은 입성, 盡은 상성..

나의 이야기 2023.12.14

悲慾(비욕) - 16

오래간만에 15장에 이어 16장의 장편소설을 써봅니다. 지난 9월 중순에 15장까지 올리고 상당한 시간이 지났습니다. 앞에 무엇을 썼는지도 가물거립니다. 그동안 참 많은 일을 겪으며 소설을 쓰지 못했습니다. 분명한 것은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몰라도 이 장편과 오래전에 준비하였던 "선민화옥"이라는 단편소설을 향후 3년 이내에 완성하고 싶다는 것입니다. 무엇보다 앞으로는 더 이상 저의 몸이 고장 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16. 해고의 바람 1 직원들에 대한 구조조정이 어느 정도 마무리된 다음에는 임원들에 대한 구조조정도 시작되었다. 임원 중에서도 CEO인 신대홍 사장을 내보내는 작업이 먼저 은밀하게 진행되었다. 회사의 대주주인 허방진 회장의 입장에서는 자신이 영입한 사장이기에 경영을 좀 더 잘해주길 ..

장편소설 2023.12.10

詩(시)와 書藝(서예)

나는 올해도 "한국서예,미술진흥협회"로부터 서예로 상을 받았다. 이제 그곳에서 3년 연속이다. 2021년에 특선(예서)과 입선(행서), 2022년에 삼체상(예서-특선, 해서-입선, 행서-입선), 그리고 올해(2023년)도 삼체상(추사체-장려상, 행서-입선, 예서-입선)을 받음으로써 2021년 3점, 2021년 5점, 2023년 6점을 획득하여 합계 14점으로 12점 이상에게 주어지는 '초대작가' 자격증도 갖게 되었다. 추사체는 솔직히 이제 배우기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는데, "장려상"이라는 상을 주는 바람에 더 열심히 하라는 의미로 생각하고 精進(정진)하려고 한다. 위의 글은 蓮坡(연파)선생의 戒子垂箴(계자수잠)에 있는 글이다. 한글로는 "충린인 구환난 제상애 서관용 기불욕 의물선"으로 뜻을 풀이하면 "..

나의 이야기 2023.12.04

능력의 차이와 운명

한 때는 이해를 하지 못했다. 띄어쓰기는 물론이고 맞춤법에 맞지 않는 글자를 보면, 그렇게 글씨를 쓴 사람이 우습게 보였다. 하루에도 수십 통씩 오는 카톡이나 문자메시지를 보고 있노라면 맞춤법을 엉망으로 쓴 경우를 자주 본다. 그런 글들은 지금도 나의 신경을 거슬리게 한다. 물론 남의 글을 퍼 나른 글보다는 관심을 갖고 읽게 되지만, 그 사람이 쓴 내용에 앞서 그의 수준을 낮게 평가하였다. 당연히 신세대의 줄임말이나 재미로 개조하여 사용하고 있는 말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즉, 어떤 단어를 선택하여 무슨 내용의 글을 어떻게 잘 썼느냐를 판단하기에 앞서 맞춤법에 맞지 않는 글을 읽노라면 피자를 김칫국물에 찍어먹는 기분이다. 맞춤법뿐만 아니라 오자나 탈자를 보내는 사람에 대하여도 수준 이하라는 생각을 가지고..

나의 이야기 2023.11.24

가을을 보내며

가을을 보내며 지난날을 나무 끝에 매달고 바람이 슬프게 울어대니 고운 단풍잎 하나 삶을 내려놓고 멀어져 간다 정이란 무엇이고 인연의 끝에는 무엇이 남는 걸까 나무에 어린잎으로 매달려 초록으로 살다가 고운 빛깔로 사라지는 잎새 고우면 고울수록 쓸쓸함은 더 깊어진다 높은 하늘의 가을을 걷다가 걷다가 주저앉으니 조그만 꽃 하나가 웃고 있다 단풍에 묻힌 초라한 꽃 그래도 기어이 피고 마는 꽃 정말 그렇게라도 피고 싶다 크지 않아도 상관없고 화려하지 않아도 상관없다 하늘이 나의 이름을 부르는 날 세상 참 아름다웠다고 말할 수 있도록 그렇게라도 한번 폼나게 폼나게 피운 흔적을 남기고 싶다

나의 시 문장 2023.11.16

막힘의 고통 (하)

발병 3일째 날(11. 2.)이다. 종합병원이 아니면 불신하는 마누라 말에 따라 아침부터 서둘렀다. 이렇게 챙겨주는 배우자가 있다는 것은 정말 다행이다. 만약 혼자였다면 다시 동네 병원이나 갔을 것이다. 그러면서 또 드는 생각은 누가 옆에 있다는 것이 꼭 得(득)만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 날도 결과적으론 돈과 시간만 허비하였다. 업무시간보다 일찍 서둘러 하계동에 있는 '을지병원'에 가서 접수하고 시간이 급하다는 말을 담당자에게 전했다. 다행히 오래 기다리지 않고 진료를 볼 수 있었다. 의사 선생이 말하길 당분간 오줌줄을 달고 지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 당장 너무 힘드니 급하게 수술해 줄 수 없겠습니까?" "수술일정이 꽉 차서 아무리 빨리 잡아도 약 1개월 후에나 가능합니다." "먼저 오늘은 ..

나의 이야기 2023.11.10

막힘의 고통 (상)

힘든 고비를 넘겼다고 하지만, 지금도 고통 속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원인은 전립선 비대로 인한 것이었지만, 약에 대한 무지와 대처를 잘못한 탓으로 지금도 심한 고통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솔직히 많이 힘들다. 시작은 지난 10월의 마지막 날이었다. 골프 약속에 따라 새벽에 차를 몰았다.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남에 따라 오줌이 마렵기 시작하여 동반자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휴게소 화장실로 갔다. 안에 있는 오줌 양은 많은데, 시원하게 나오지 않는다. 예전에도 이런 경험이 있었기에 차츰 좋아질 것으로 생각했다. 많이 나오지 않은 탓인지 얼마 지나지 않아 또 오줌이 마렵기 시작한다. 그냥 골프장까지 달렸다. 도착하자마자 화장실로 갔지만, 졸졸 나오는 정도이다. 그래도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것이라고 여겼다. 좀..

나의 이야기 2023.11.08

白雲路(백운로)

나는 주로 북한산 흰구름길 구간을 산책한다. 빨래골까지는 집에서 약 1Km이고, 華溪寺(화계사)까지는 약 2Km이다. 따라서 왕복으로 계산하면 짧게는 2Km, 길게는 4Km가 된다. 산책길 코스로 난이도는 경사가 심한 오르막과 내리막이 있어서 中(중) 정도이다. 흰구름길을 여기서는 한자로 白雲路(백운로)라고 부르고자 한다. 白雲路(백운로)는 집 뒤로 이어진 길이기에 자주 걷는 북한산 둘레길의 하나이지만, 계절 따라 변하는 탓인지 매일매일 다르게 느껴진다. 오늘은 집 뒤로 오르는 계단 옆에 하얀 꽃들이 피어있다. 꽃 모양으로 봐서는 들국화 종류이다. 찬 바람이 불어도 꽃 한번 피워보고 가겠다는 그 일념을 누가 막을 수 있으랴. 국화는 아버지가 좋아한 꽃이다. 나도 겨울이 오기 전에 여기에 핀 꽃처럼 작게라..

나의 시 문장 2023.1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