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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을 기다리며

봄을 기다리며 겨울의 강을 건넜다는 소식 접하고 마중하러 달려가보니 실개천 얼음밑으로 송사리들이 뛰어놀고 나뭇가지 끝의 이슬에서 해님이 웃고 있다 언제쯤 꽃망울을 터뜨리려나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쿵쾅거린다 * 나뭇가지 끝에서 해가 웃고 있는 모습을 보고 좀 다르게 漢詩 한수를 읊어 보았습니다. 知時(지시) 寒江洗不振(한강세부진) 微思到水濱(미사도수빈) 枝端坐日光(지단좌일광) 幽風傳春信(유풍전춘신) 차가운 강에서 부진을 씻고자 작은 생각으로 물가에 이르니 가지 끝에 햇볕이 앉아있고 그윽한 바람이 봄소식을 전한다 의역을 하면 이렇습니다. 우선 제목이 "때를 알라"는 것인 바, 급변하는 세상에서 '고리타분한 늙은이가 되지 말라'는 의미와 '자신을 알라'라는 의미를 담았습니다. 진전이 없는 詩作을 비롯하여 서예,..

나의 시 문장 2023.03.03

명필은 붓을 가린다

"명필은 붓을 탓하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맞는 말이다. "목수는 연장 탓을 하지 않는다"는 말과 같은 말로 좋지 않은 글씨가 붓 때문이라고 억지를 쓰는 사람들에게 주로 쓰이는 말이다. 글씨를 제대로 쓸 수 있는 능력부터 갖추라는 꾸지람이라고도 할 수 있다. 영어 속담으로는 "A bad workman blames his tools"이다. 능력 없는 사람이 자신의 능력을 성찰하기보다는 도구 탓만 하는 것을 이르는 말이다. 나는 최근 집 근처 자치회관의 문화 프로그램에 있는 서예에 등록을 하였다. 첫 번째 수업 날이었다. 사실 어느 곳이나 독특한 냄새가 있다. 즉, 수업분위기라는 것도 조금씩 다르고, 장소 나름의 규칙이라는 것도 있다. 여러 사람이 반갑게 맞아주어도 역시 새로 접하는 장소인 탓으로 샌드위치..

나의 이야기 2023.02.23

생각나는 숫자 인생

올해는 2023년이다. 새천년이 왔다고 환호성을 지르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그때로부터 벌써 23년이 흘렀다. 천을 두 번이나 지난 그 이천을 빼고도 스물셋~ 이렇게 숫자를 적으면 1년이 23번이나 지났으니, 시간이 빠르다는 것을 다시 실감하게 된다. 23년 전인 2000년에 난 종합기획부 차장으로 있으면서 국회출입을 열심히 했다. 은행생활 중 아마 그때가 나의 황금시대이었던 것 같다. 윗사람들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으며 생활한 시절이었다. 그 후 2002. 1월 여의도지점장으로 발령을 받았으니 은행에서 비교적 잘 나가던 시절이었다. 그런데 그것으로 끝이었다. 더 이상의 승진은 없었다. 은행 생활은 행원 4.5년, 대리 8.5년, 차장 7년, 지점장 9.5년으로 도합 29.5년의 청년과 중년의 시절을 보냈..

나의 이야기 2023.02.12

규제와 혁신

구리-포천 고속도로를 제한 속도대로 가다 보면 옆으로 쌩쌩 달리는 차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이곳에서의 제한 속도는 100Km/h이다. 하지만 제한 속도 이내로 가는 차들은 그리 많지 않다. 아마 그들은 이 규제를 지키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거나 지킬 필요가 없는 규제로 생각하는 것 같다. 단속 카메라 앞에서만 제한 속도를 지킬 뿐이다. 많은 차들이 그렇게 달리다 보니 제한 속도를 지키는 차들이 비정상이라는 생각도 든다. 여기서 드는 생각은 대부분의 차들을 범법자로 만들지 말고, 제한 속도를 높이는 편이 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규제라는 것은 좋은 것일까? 나쁜 것일까? 규제를 해야 좋은 것도 있고, 규제를 해야 옳은 것도 있을 것이다. 즉, 규제를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들이 부지기수일 것..

My Think 2023.01.27

묵향에 젖어서

집사람은 나의 방을 청소할 때마다 투덜거린다. " 이 방이 제일 지저분해. 이 걸레 좀 봐봐. 아무리 닦아도 닦아도 시커먼 것이 묻어있어~" 거의 매일 붓을 잡고 글씨를 쓰기 때문에, 매일 먹을 갈지 않아도 방 이곳저곳으로 먹물이 날아다닌다고 볼 수 있으므로 다른 곳에 비하여 더러울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집사람은 청소를 할 때마다 불평을 섞어 말하고,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나 또한 스트레스가 쌓인다. 그래서 수일 전 나는 이렇게 말했다. "아마 우리 할머니 같으면 당신과 반대로 말했을 거야. 옛날에 할머니가 할아버지의 방을 매일 청소하면서 걸레가 너무 뽀얗다면 할아버지에게 이렇게 말했지. '서방님~ 요즘 글공부를 너무 등한시하는 것은 아닌지요? 글씨도 별로 쓰지 않고 저렇게 붓을 팽개쳐 두어서야 되겠..

나의 이야기 2023.01.08

베로에 대한 추억

"우리도 강아지 한 마리 키워볼까?" 집사람이 은근히 나의 의중을 떠본다. "NO"라는 대답이 돌아올 줄 알면서 동물과 관련된 TV 프로그램을 보고 난 후엔 한 번씩 툭툭 던진다. 언제부터인지 TV를 켜면 동물과 관련된 프로그램이 무척 많다. "TV 동물농장", "개는 훌륭하다"를 비롯하여 반려동물 관련 프로그램이 많은 탓인지 동물에 대한 인식도 많이 변했다. 불과 10여 년 전과 비교해 볼 때 엄청난 변화를 느낄 수 있다. 이제는 동물을 함께 지내며 돌봐야 할 대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어났음은 물론이고, 동물을 마치 자식처럼 보살피는 인구가 엄청나게 늘어났다. 강아지나 고양이를 마치 자기 아들이나 딸 혹은 동생으로 여기는 것을 보며 이렇게까지 세상이 변했다는 것에 거부감도 든다. 어느 경우는 부모..

나의 이야기 2022.12.26

버킷리스트 추가

제일 마지막 달에서 거리를 보니 낙엽들이 열한 달을 쓸어버리고 사라진 풍경이다. 나무에 어린잎으로 매달려 초록으로 살다가 대부분 고운 빛깔을 보인 후 뒤처리를 남긴 채 가버린다. 잎 하나 남지 않은 앙상한 가지가 겨울을 맞이하고 있다. 나무와 나뭇잎은 한동안 붙어살다 이렇게 헤어졌다. 인간들도 마찬가지다. 정이란 무엇이고 인연의 끝에는 무엇이 남는 것일까? 찬 바람이 얼굴을 스치니 그 냉기가 뼛속으로 스미며 어린 시절 친하게 지냈던 친구 얼굴이 떠오른다. 하루라도 안 보면 큰 일이라도 날 것처럼 붙어 다녔었는데, 성년이 된 이후 점점 소원해지더니 연락도 끊고 산지 오랜 시간이 흘렀다. 그 친구의 모습이 앙상한 가지 사이로 들락거린다. 겨울로 접어들면 지난 간 모든 것들이 그저 오랜 이야기가 되고 시가 된..

나의 이야기 2022.12.14

悲景殘像(비경잔상)

내 나이 이십 중반, 군대 제대하고 복학한 후 남은 학창 시절을 보낼 때였다. 당시 사랑하는 사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듬성듬성 가깝게 지냈던 또래의 여자가 있었다. 이름은 나의 소설 "구멍난 행로"에 등장하는 "선자"~ 육군본부가 신도안으로 이전하면서 지금은 사라진 절, "龍華寺(용화사)"라는 절이 있었다. 용화사 산책길을 늦가을에 함께 걸었다. 바스락거리는 나뭇잎을 밟기도 하고, 바람에 날리는 나뭇잎에 뺨을 맞기도 하면서 걸었다. 지금 당시 풍경이 아른거리며 젊은 날 기억의 고샅길 향기가 쓸쓸함으로 다가온다. 절도 가고 젊음도 가고 사람도 갔다. 이제 40년 이상이 흘렀고, 그 뒤 "선자"는 어떻게 되었는지 모른다. 11월만큼 그 시절은 너무 짧게 지나갔다. 풋풋하던 시절의 가을날이 지금 왜 이렇게 ..

나의 시 문장 2022.11.28

서예 횡설수설(5)

4. 서예와 나 좋은 글씨를 쓰려면 많이 써야 한다는 것은 기본이다. 서예의 대가로 알려진 사람치고 엄청나게 노력하지 않은 사람은 한 명도 없다. 서예와 관련 없는 사람들도 다 알고 있는 왕희지나 추사, 한석봉 같은 인물들이 얼마나 글씨에 매진하였는지는 각종 기록에서 알 수 있다. 한 예로 추사 선생은 벼루 10개를 구멍냈고, 붓 천 자루를 몽당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물론 타고난 재능도 있어야 하지만, 엄청난 노력없이 좋은 글씨를 쓸 수는 없다고 본다. 다음으로 많이 읽어야 한다. 서예와 관련된 책을 많이 읽지 않으면 발전에 한계가 있다. 그 외 많이 보아야 한다. 다행인지 우리나라엔 서예와 관련하여 각종 전시회가 있다. 그런 곳에 가서 많이 보아야 한다. 서울에서는 인사동에 가면 거의 매일 미술관이나 ..

나의 이야기 2022.11.13

서예 횡설수설(4)

(4) 行書(행서) 행서는 해서와 초서의 중간적인 서체로 해서를 좀 더 효율적이고 빠르게 글자를 쓰기 위해 등장했다. 해서에서 여러가지 종류를 말한 것처럼 행서의 종류도 다양하다. 행서의 종류로는 행압서(行押書)·진행(眞行)·행해(行楷)·초행(草行)·행초(行草)·소행초(小行草)·반초행서(半草行書)·선서(扇書) 등이 있다. 행압서란 행서의 초기 명칭이며, 진행은 진서에 가깝게 하되 흘린 것으로 해행(楷行) 또는 행해라고도 한다. 행해는 해서이면서 행서에 가까운 것을 말하며, 초행은 초서에 가까운 행서로 행초라고도 한다. 소행초는 글자가 작은 행초이며, 반초행서는 초도 아니고 행도 아닌 중간적 서체이며 선서 역시 반초행서식의 서체이다. 이와 같이 행서는 해서·초서와 함께 쓰기도 하며 나아가 해·행·초 3체를..

나의 이야기 2022.10.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