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팰리스에서의 아침

지난주 (4. 15 ~ 4. 19) IBK 퇴직동기들 5쌍 부부가 베트남에 다녀왔다.나트랑과 달랏에 3박 5일로 갔다 왔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장소는 이틀 밤을 보낸 달랏 팰리스 호텔이다.그곳에서 아침을 맞으며 詩(시) 한수 읊어 보았다. 팰리스에서의 아침 베트남 달랏 팰리스은빛 베일을 드리운 안개속에소나무가 귀족처럼 서 있으니달랏의 언덕 위 시간들이 조용히 걷는다샹들리에의 숨결은백 년 전 정원의 숨소리를 닮았고벽난로 옆 오래된 의자는고요 속에서 귀족의 목소리를 품고 있다고풍한 벨벳 커튼을 젖히고창문 너머 피안 같은 정원을 바라보며마시는 차 한 잔 속엔 베르사유의 그림자와인도차이나의 햇살이 녹는다세월에 묻혀도 잊히지 않는 호텔의 향기,금빛 벽지 위를 흐르는역사와 낭만, 그리고 정적달랏 팰리스는 ..

나의 시 문장 2025.04.27

悲慾(비욕) - 41

41. 메일로 본 낙조(落照) 천 부회장의 약속은 또 이루어지지 않았다. 직원들의 급여 지급이 또 미루어졌다. 직원들의 사기는 말이 아니었다. 그러면 경영자인 부회장이 우선 사과라도 해야 되는데, 그에게서 사과의 말을 듣는 것은 맑은 하늘에서 비가 오는 것만큼 힘들었다. 그에겐 급여보다 자재수급이 언제나 우선이었다. 물론 계속적인 생산을 통한 제품 판매로 위기를 타개하려는 그의 마음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한정된 돈을 어디에 먼저 지급해야 하는 것에 대하여 직원들의 생각과 너무 달랐다.계속되는 자금 경색으로 급여는 말할 것도 없고, 협력업체들에 대한 대금 미지급 상태가 장기화되면서 신뢰도는 땅에 떨어진 정도가 아니라 지하를 파고들었다. 매일 대금지급 독촉을 하던 협력업체 중 일부는 채권추심업체에 위임을..

장편소설 2025.04.21

悲慾(비욕) - 40

40. 쌍두(雙頭) 갈등 허 회장은 단단히 화가 났다. 그동안 천 부회장이 자신을 위해 수십 년 동안 온갖 비리와 범법을 끌어안고 헌신하였던 것은 잊은지 오래됐다. 천 부회장의 공(功)은 지난 세무조사 사건으로 이미 물거품이 되었기 때문에 그가 저질러온 과(過)만 떠올랐다. 그가 하는 말은 어디까지가 진실인지 의심이 들었다. 그리고 화가 났다. 최근까지도 회사가 서서히 정상화될 것이라는 그의 사탕발림 말만 믿고 실낱같은 희망을 품었던 자신에 대하여 화가 났다. "천 부회장! 나를 어디까지 속일 작정이었오? 도대체 지금까지 내 눈과 귀를 가려 가며 회사 경영을 어떻게 한 것이오?""회장님! 무슨 소리인지요?""품질의 전 이사가 보낸 출장복명서를 보면 불량률이 5% 미만이 아니고 거의 60%라고 하는데..

장편소설 2025.04.12

悲慾(비욕) - 39

39. 메일 폭풍 오 상무가 자기 방으로 돌아와 컴퓨터를 켜니 어김없이 수많은 메일들이 들어와 있다. 대부분 협력업체들로부터 대금을 결제해 달라는 메일들로 협박성이 대부분이다. 대금 결제를 요구하는 이런 종류의 메일은 매일매일 넘쳐난다. 예전과 다른 점이 았다면 약 6개월 전만 해도 대부분 읍소형이었는데, 이제는 대부분이 협박하는 내용들이라는 것이다. 거의 모두가 돈과 관련된 것으로 처리해 줄 수 없는 것들이기에 이런 메일을 읽을 때마다 오 상무는 답답할 수밖에 없었다.외부가 아닌 내부에서 오는 메일도 최근 들어 엄청나게 증가했다. 당연히 생산 관련 부서와 해외법인들로부터 자재를 빨리 보내달라는 메일이 대부분이다. 그 내용들을 보면 급하지 않은 곳이 없다. 거의 모든 생산 라인에서 아우성이다. 그리고 그..

장편소설 2025.04.07

悲慾(비욕) - 38

난생처음 장편소설이라는 명목으로 "悲慾(비욕)"이라는 글을 쓰고 있다. 그동안 단편소설은 몇 편 발표를 했고, 또 구상하고 있는 것도 있지만, 장편소설은 아마 이 소설이 내 생애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것이다.그런데 아무리 장편이라곤 하지만, 쓰다가 중단하는 것을 반복하면서 너무 장기간에 걸쳐 쓰다 보니 당초 의도했던 방향에서 약간 틀어져 있고, 기억의 한계로 어긋난 구성도 보인다. 그리고 어느 부분은 시간상 순서도 삐걱거리면서 처음 시작할 때 내고자 했던 색깔과도 좀 다르다.하지만 이대로 멈출 수는 없다. 이젠 거의 막바지에 이르렀기 때문에 힘을 내서라도 일단 마무리는 지으려고 한다. 이는 어느 누구 때문이 아니라 나 자신과의 약속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앞으로 약 5회 이내에 이 소설을 마무리 지은 다음..

장편소설 2025.03.30

悲慾(비욕) - 37

37. 때늦은 후회  회사는 회장이 구속될지도 모른다는 소문으로 한동안 뒤숭숭했다. 오 상무는 몇 개월에 걸쳐 법원을 들락거리며 허 회장의 변론 답변서 작성에 많은 시간을 사용했다. 담당 변호사는 오 상무가 작성한 글에 앞면만 붙여서 제출하곤 했다. 소송 기간은 생각보다 길지 않았고, 결론은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으로 선고되었다. 감옥에 가지 않게 된 것에 대하여 허 회장은 오 상무에게 감사의 말을 전했다. 허 회장은 개인적으로 너무 많은 시련을 겪은 탓인지 그동안 많이 늙어 있었다. 무엇보다 그를 더 힘들게 한 것은 각종 세무조사와 더불어 검찰 및 법원 등을 오가면서 그 많던 재산이 거의 사라졌다는 것이다. 약 10년 이상 각종 리베이트 형식으로 엄청난 돈을 모았지만, 결국 각종 세금과 추징금 등으로..

장편소설 2025.03.24

코피의 반란

(복용하고 있는 고지혈증 약으로 아스피린성분이 있음)  약 2주 전부터 코피가 나기 시작했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여간해서는 코피가 나지 않았다. 어쩌다 큰 충격이나 누적된 피로 등으로 코피가 나더라도 살짝 비치는 정도에 그쳤을 뿐만 아니라, 약간 흐르다가도 금방 멈추곤 했었다. 따라서 지금까지 살면서 코피를 흘린 경우는 손으로 꼽을 정도다. 그런데 이번엔 다르다. 무슨 이유인지 자꾸만 코피를 쏟는다. 게다가 흘리는 양도 상당하다. 고지혈증 약으로 먹는 아스피린과 같은 약이 코피를 더 흘리게 했을 것으로 본다. 여하튼 솔직히 불안하지 않을 수 없었다. 평소 지병인 고혈압이 그 원인일 수도 있겠고, 아니면 더 큰 병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우울할 수밖에 없었다.   시작은 약 2주 전, 아침에 일어나 화장..

나의 이야기 2025.03.21

悲慾(비욕) - 36

36. 몰아치는 태풍  세상사 대부분이 그렇듯이 좋지 않은 일은 겹쳐서 온다.현재의 인력구조와 시스템으로는 살아남기 힘들겠다는 생각으로 연못가에서 한참 머물던 오 상무가 사무실로 들어오니, 구매부문뿐만 아니고 전 부문의 사무실이 어수선하다. 약 20명의 세무조사원들이 들이닥친 것이다. 회장실을 비롯한 각 부문의 사무실로 들이닥친 그들은 모든 손을 멈추게 하고 외부 출입도 통제시켰다. 그리고는 닥치는 대로 책상 위나 책상 속에 있는 서류 혹은 USB 등을 가져온 빈 박스에 쓸어 담았다. 오 상무 방에 있는 각종 서류들도 모두 박스로 이동되었다. 국세청 조사 4국에서 나왔다고 한다. 대개 세무조사라고 하면 관할 지방청에서 나오는 것인데, 본청의 조사 4국에서 나왔다는 자체가 불길하다. 국세청 조사 4국은 주..

장편소설 2025.03.09

悲慾(비욕) - 35

35. 갱생가능 없음  우선 사업장의 생산직 직원을 제외한 사무직원을 대상으로 구조조정이 이루어졌다. 총무 및 자금, 미래전략, 영업, 생산관리, 구매, 품질 등 총 6개 부문으로 이루어진 조직에서 각 부문당  3분의 1에 해당하는 직원을 정리 해고 시키기로 했다. 일률적으로 3분의 1을 해고시키는 것에 대하여 임원 회의에서 오 상무는 부당함을 내세웠다. 현재 직원수로 볼 때 영업은 구매보다 약 6배가 많고, 생산관리는 약 4배가 많은데, 각 부문당 똑같이 3분의 1을 줄이면 직원수가 적은 쪽에서는 남아 있는 직원의 업무 가중이 상대적으로 크게 높아져 운영에 큰 차질을 가져오니 고려해 달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런 주장은 다른 부문장들의 반대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오 상무는 부문 직원 명단을 보며 약 이..

장편소설 2025.03.03

悲慾(비욕) - 34

34. 다시 부는 찬바람  노사 간 봉합으로 안정을 찾아가던 회사는 1년도 지나지 않아 다시 내리막길로 내달렸다. 경쟁업체들의 가격 인하 경쟁이라는 외부 요인도 있었지만, 회사의 고질적인 병이라고 할 수 있는 내부 불화가 더 큰 원인이었다. 더 결정적인 것은 부회장 겸 사장인 천태운의 공격적인 경영이 최선이라는 그의 오판이었다. 무리하게 중국과 베트남에 사업장을 증축 혹은 신축하면서 5개 은행으로부터 빌린 돈이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났다. 허 회장의 묵인하에 천 사장이 건물을 짓는데 열을 올리게 된 이유 중 하나는 이를 실행하면서 공사대금을 크게 부풀려 놓고, 건축업자로부터 리베이트를 받아 비자금을 조성하고자 함이었다.  약 5년 전만 해도 무차입 경영을 원칙으로 하던 회사는 수시로 은행 문턱을 들락거리며 ..

장편소설 2025.0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