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悲慾(비욕) - 34

34. 다시 부는 찬바람  노사 간 봉합으로 안정을 찾아가던 회사는 1년도 지나지 않아 다시 내리막길로 내달렸다. 경쟁업체들의 가격 인하 경쟁이라는 외부 요인도 있었지만, 회사의 고질적인 병이라고 할 수 있는 내부 불화가 더 큰 원인이었다. 더 결정적인 것은 부회장 겸 사장인 천태운의 공격적인 경영이 최선이라는 그의 오판이었다. 무리하게 중국과 베트남에 사업장을 증축 혹은 신축하면서 5개 은행으로부터 빌린 돈이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났다. 허 회장의 묵인하에 천 사장이 건물을 짓는데 열을 올리게 된 이유 중 하나는 이를 실행하면서 공사대금을 크게 부풀려 놓고, 건축업자로부터 리베이트를 받아 비자금을 조성하고자 함이었다.  약 5년 전만 해도 무차입 경영을 원칙으로 하던 회사는 수시로 은행 문턱을 들락거리며 ..

장편소설 2025.02.27

悲慾(비욕) - 33

33. 업무분장 갈등 (3)  오 상무는 구매부문의 김명혜 대리도 저녁 식사 장소에 데리고 갔다. 왜냐하면 정수미 대리와 김 대리는 회사 내에서 가장 친한 친구로 자주 만나는 사이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오 상무가 정 대리와 단 둘이 만난다고 하면 괜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을지 모르기 때문에 이런 염려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함이었다. 정 대리가 먼저 입을 연다."상무님! 이렇게 시간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상무님이 '별빛포엠'이라는 월간지에 매월 발표하는 시는 잘 읽고 있습니다. 상무님 시는 어렵지 않은 시어들로 가슴에 다가와 감명을 줍니다."시 이야기가 나오니 한때 문학소녀이었다는 김 대리도 거든다."저도 상무님 시를 엄청 좋아하지만, 수미는 완전 찐팬이에요. 상무님 시를 거의 줄줄 외운다니까요.""허..

장편소설 2025.02.21

悲慾(비욕) - 32

32. 업무분장 갈등(2)  "아니, 오상무! 내 회사의 어떤 업무를 내 맘대로 맡기지도 못한단 말이오?""제 말씀은 인사 등을 비롯한 경영을 천 사장에게 맡겨 놓은 상태이니, 업무 분장은 그와 먼저 협의가 먼저일 것이고, 더구나 CFO는 오래전부터 천 사장이 직접 맡고 있는 것이기에 그리 말씀드린 것입니다. 오해는 말아 주십시오." 회사 내의 파워는 인사, 조직, 자금 등 회사의 주요 업무를 많이 하고 있는 자에게로 쏠리게 되어 있다. 허 회장이 아무리 회사의 주인이라곤 하지만, 경영을 천 사장이 하고 있기에 천 사장의 동의 없이 CFO를 오 상무에게 맡긴다는 것은 분란을 자초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오제원 상무로써는 당연히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었다.무엇보다 천 사장이 CFO업무를 남에게 맡길 ..

장편소설 2025.02.13

悲慾(비욕) - 31

31. 업무분장 갈등(1)  오 이사의 노사 간 봉합 시도 노력으로 회사는 어느 정도 안정이 되었다. 무엇보다 오 이사의 요청에 의해 허 회장의 진심 어린 사과를 이끌어낸 것이 봉합을 할 수 있게 하였다. 그런 일을 겪은 후 오 이사는 많은 직원들로부터 큰 신임을 얻었다. 또한 오 이사의 요청에 의해 부장급 이상의 임직원들은 일반 직원들보다 일찍 출근하여 업무시간에 열심히 일하는 모범을 보였다. 확대 간부 회의나 기술 회의를 비롯하여 각종 회의시 자주 다투는 모습도 자제했다.그렇다고 과거의 상처가 완전히 없어진 것은 아니었다. 특히 무소불위로 권력을 휘두르는 천태운 사장에 대한 일부 직원들의 불만은 언제든지 폭발할 위험을 안고 있었다. 허방진 회장이 경영 실무에서 손을 떼고 회장실에 앉아 종일 인터넷으로..

장편소설 2025.02.09

입춘을 맞이하여

春興을사년(2025년) 입춘(2.3.)을 맞이하여 학문, 외교, 경제, 군사, 정치, 인품 모든 면에서 특출난 고려말 충신 포은 정몽주 선생의 "춘흥"이라는 시를 초서로 써 보았습니다.  春興(춘흥)              春雨細不滴 춘우세부적夜中微有聲 야중미유성雪盡南溪漲 설진남계창草芽多少生 초아다소생봄비가 가늘어 방울도 지지 않더니 밤중에 약간 소리가 나는 듯하구나눈 녹아 남쪽 개울에 물이 불어나니풀싹은 얼마나 돋아났을까이 시에서는 가늘게 내린 비가 봄기운을 재촉하여 만물에 생기를 불어넣는 현상을 말하고 있습니다.너무 가늘어서 낮에는 물방울조차 이루지 못하던 봄비이지만, 밤이 되어 주위가 고요해지자 나직하게 무슨 소리가 들려오는 것처럼 느끼게 됨을 말한 다음, 봄비로 겨우내 쌓인 눈이 녹아내리게 되면 ..

나의 이야기 2025.02.03

悲慾(비욕) - 30

30. 봉합시도 2  허 회장은 마음에 상처를 많이 입었다. 자기 나름대로 종업원들에게 상당히 잘해왔다고 생각했는데, 오늘 종업원들의 눈빛이나 태도에 큰 충격을 받았다. 최근 회사가 어려워지면서 많은 직원들을 구조조정시키고, 그로 인해 남아있는 직원들의  업무가 늘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그동안 직원들의 복지를 위해 애써온 것을 생각하니 분노가 앞서지 않을 수 없었다. 일반 중소기업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대학교까지 직원 자녀 학자금 지급, 직원 결혼시 임대주택 제공, 격지 근무자나 미혼인 직원들에게 기숙사 제공, 철마다 양질의 근무복 지급 등 직원들을 위한 각종 복지혜택에 힘써 온 것들을 생각하니 배신감이 들었다. 무엇보다 직원들의 급여가 비슷한 업종의 다른 중소기업들에 비해서는 약 1.5배 수준이다...

장편소설 2025.01.24

초서(草書)에 대하여 (하)

초서를 문학으로 비유하면 시(詩)와 비슷하다는 생각을 한다. 짧은 문장으로 많은 것을 함축하여 표현하는 시처럼 초서도 간결한 획으로 여러 글자를 표현한다. 시의 경우 수필이나 소설과 다르게 정제된 함축과 간결함 속에서 노래나 그림으로 표현이 되듯이 초서도 비슷하다. 그런 이유로 초서가 한시(漢詩)를 만났을 때의 미적 가치는 매우 높다고 판단된다. 하지만 함축된 언어인 시를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있듯이, 초서도 점획이 생략되어 절제된 감성적 성향을 가지고 있어 다른 체에 비하여 어렵다. 글자란 당연히 남이 쓴 것을 흉내 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왜 이렇게 쓰는 것인지 알고 쓰는 것이기 때문이다.  취운 진학종 선생은 우리나라 초서의 대가로 알려져 있는데, 그가 말하길 “서체 중에서 초서가 가장 어렵다, 그만큼..

나의 이야기 2025.01.18

초서(草書)에 대하여 (중)

上(상)편에 이어 中(중)편을 계속 이어 쓴다.상편 말미에 잠깐 언급을 하였지만, 전문적인 용어가 나오는 글은 자칫 너무 딱딱하여 읽는 재미를 느끼지 못할 수도 있다. 그래서 초서라는 글씨처럼 유연성을 가미하여 쓰고자 하는데, 초서 역시 서체의 하나인 탓으로 쉽지는 않을 것 같다.상편에서 서술한 장초와 금초에 이어 광초와 관련된 것부터 시작한다.   광초는 당 장욱에서 비롯된 것으로 위진시대 이래 왕희지의 전통적인 초서필법에서 벗어나 술이나 자연계의 현상으로부터 정서나 영감을 불러일으켜 광사(狂肆)하게 썼다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이다.이후 당 회소(懷素)가 개성적인 광초서풍을 이루었다. 광초의 대표적인 예로는 장욱의 "자언첩 (自言帖)"과 회소의 "자서첩 (自敍帖)"이 있다. 초서를 말할 때 자주 언급되는..

나의 이야기 2025.01.09

초서(草書)에 대하여 (상)

나는 요즘 草書(초서)에 빠져있다. 내가 초서를 쓰기 시작한 지는 얼마 되지 않지만 그 매력에 흠뻑 젖어 있다. 처음 서예를 시작할 때, 당시 강사가 楷書(해서)부터 배워야 된다고 하여 줄 긋기 등의 입문절차를 걸친 후 약 4년 이상을 해서만 썼었다. 楷書의 楷자는 본보기나 모범, 바름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따라서 표준으로 삼을만한 서체라는 의미에서 대개 많은 이들이 해서, 행서, 초서, 전서, 예서의 5체 중 가장 먼저 배우기 시작한다. 시중에 나와있는 해서와 관련된 책도 수십 가지가 넘는데, 나는 육조체로 해서를 익혔다. 육조체는 날카롭고 힘이 있다. 육조체는 唐楷(당해 : 중국 당대의 해서)가 아름답고 여성스러움에 반하여 씩씩하고 굳세어 남성스럽다고 한다. 나는 그중에서도 張猛龍碑(장맹룡비)로..

나의 이야기 2025.01.05

悲慾(비욕) - 29

29. 봉합 시도 1  오제원 이사는 이대로 가면 회사의 몰락이 뻔하기 때문에 우선 급한 대로 노사갈등을 조정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우선 허 회장을 설득하기 위해 3층에 있는 회장실로 갔다. 노사 간 갈등이 있을 경우 노측이 먼저 손을 내미는 경우는 드물다. 사측이 먼저 손을 내밀지 않으면 안 된다. 화합을 위해서는 갑이라고 여기는 곳에서 먼저 신호를 보내야 한다. 일반적으로 근로를 제공하고 급여를 받는 쪽이 을이 될 수밖에 없다. 강자와 약자가 대립하는 경우 강자가 먼저 굽히지 않으면 타협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따라서 우선 허방진 회장부터 만나러 갔다. 작업 현장에서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봉변을 당했다고 할지라도 먼저 손을 내밀도록 설득하려고 갔다.오 이사가 입사한 이후 허 회장이 주로 오 이사 방에..

장편소설 2024.1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