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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연 11년

내가 담배를 피우지 않은지 어느덧 11년 이상이 지났다. 정확하게 2012년 3월 초부터 지금까지 담배와는 거리를 멀리 하고 있다. 물론 그 이전에도 여러 번 금연을 시도하였지만, 결과적으로 성공에 이르지는 못했었다. 물론 계속적으로 간헐적 금연을 시도하였었는데, 그러한 것들이 오늘날 이렇게 담배와 멀리하게 된 기초 훈련이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담배를 필 때도 나는 남이 피우는 담배 냄새가 그렇게 역겨울 수가 없었다. 당연히 담배를 끊은 이후에는 담배 냄새 자체를 맡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담배 피우는 사람이 있으면 그와 거리를 일부러 두면서 걸었고, 흡연 장소라고 되어 있는 곳과는 되도록 멀리 떨어져서 다니곤 했다. 현재 내가 사는 아파트의 경우 동과 동 사이에 흡연구역을 만들어 놓았는데, 그..

나의 이야기 2023.05.20

悲慾(비욕) - 7

7. 전환의 시절 허방진 회장은 회장대로 답답한 마음을 토로하지 않을 수 없기에 다른 발표자들의 시간을 축내면서 그렇게 화를 냈을 것이다. 나름대로 인재라고 할 수 있는 직원들을 어렵게 채용했지만, 각자 개인플레이에만 능숙한 수재들로 꿰기 힘든 구슬들이었다. 한편 생각하면 허 회장 자신이 그런 분위기를 만들어놓고 왜 그리 됐는지 본인만 모르는 듯했다. 누구보다 인화를 도모해야 하는 허 회장의 책임이 제일 컸음에도 오히려 자신에 대한 충성 경쟁만을 유도했다는 것을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여하튼 오제원이 입사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을 때 가졌던 상해에서의 확대 간부회의는 첫날부터 험악한 분위기가 되고 말았다. 다음 날도 분위기는 전운이 감돌았다. 그래서 오제원은 구매부문 전략 발표 시 분위기 전환용으로 회의 ..

장편소설 2023.05.14

悲慾(비욕) - 6

6. 권력다툼(3) 미래전략부문에 GOC(Global Operation Center)팀이 있는데, 이곳 인원들은 모두 학벌도 좋고 프레젠테이션 능력이 뛰어나다. 신대홍 사장이 전에 근무하던 회사에서 김권일 이사를 비롯하여 뛰어난 인재 5인을 스카우트해 온 덕분이다. 신 사장도 미국의 H대학 출신이지만, GOC 팀의 인원들은 대부분 외국의 명문대학 출신들이다. 부장급 이상이 참석하는 회의 등에서 느낀 것이지만, 각종 자료수집 및 분석과 방향제시능력 등이 대기업 수준을 능가한다는 것이다. 오제원이 입사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그해 4. 7.부터 3일간 중국 상해에서 2/4분기 전략회의가 있었는 데, 진행내용이 은행의 전국 영업점장 회의 축소판을 보는 것 같았고, 무엇보다 이 회사가 앞으로 어떻게 나아가야 할..

장편소설 2023.05.06

悲慾(비욕) - 5

5. 권력다툼(2) 그렇게 정신없이 오제원은 어리둥절한 상태에서 새로운 용어들과 접하며 때로는 지루하게, 때로는 답답하게, 때로는 공부하며, 때로는 멍청하게 보냈다. 나이나 경력에 비해 낮은 직위로 입사했다는 것도 힘들게 했지만, 더 힘든 것은 시스템이나 조직자체를 정확히 모르기 때문에 답답한 마음으로 방향 자체를 쉽게 그릴 수 없다는 것이었다. 은행에서는 주로 중소규모의 기업만 상대하였지만, 그 범주를 벗어난 덩치가 큰 기업에서 근무한다는 새로움과 근무 환경이 좋은 회사로 출근한다는 장점이 없었다면, 답답한 마음을 견디지 못해 일찍 그만두었을지도 모른다. 우선 허방진 회장의 수차레에 걸친 요청으로 입사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그만둔다면 허 회장의 체면에 손상이 갈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깔려 있기에 좀 ..

장편소설 2023.04.30

悲慾(비욕) - 4

4. 권력다툼(1) 입사 첫날의 언짢은 기분을 가라앉히며 하루를 정신없이 보낸 다음 날이다. 무엇보다 회사현황과 업무를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기에 첫날과 비슷하게 다른 사람들보다 일찍 출근하였다. 어제 구이재 구매부장이 준 최근의 구매현황과 자재 재고 현황 및 현안문제들을 대학노트에 메모하다 보니 숫자의 앞뒤가 잘 맞지 않는다. 사실 메모하는 이유는 자신의 글씨체가 눈에 더 잘 들어오면서 기억에 오래 남기 때문이다. 오랜 은행생활에서 몸에 밴 것이다. 새로운 업무를 담당하거나 새로운 지점에 발령받으면 언제나 직접 노트에 주요 사항들을 기재하며 파악하곤 했던 습관을 살려 이 회사의 구매와 관련된 현황을 직접 작성하며 머리에 담기 위한 것이었다. 그런데 우선 연결된 자료들에서 앞뒤가 맞지 않는 숫자들이 너무 ..

장편소설 2023.04.14

갑자기 온 손님

이렇게 11년 만에 이 손님이 다시 찾아올 줄 몰랐다. 봄과 함께 찾아오는 꽃 향기도 아니면서, 11년 전 봄에 왔던 것처럼 느닷없이 이렇게 찾아올 줄 전혀 예상을 못했다. 물론 어느 정도 징조는 있었다. 일교차가 심한 날이 계속되면서 간혹 머리가 아프고, 이명현상이 심해졌으며, 시력 저하를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시간을 내어 제일 불편한 눈 검사를 위해 안과를 먼저 가볼까, 아니면 이비인후과부터 가볼까를 고만하던 중이었다. 사실 그것보다 더 걱정되는 것은 의식이 혼미해지는 것을 최근 몇 차례 경험했다. 그럴 때마다 혹시 뇌졸중이 아닌가 하는 걱정을 하면서 인터넷 정보로 누가 알려 준 STR을 해 보았다. 웃어보는 Smile, 말을 해보는 Talk, 두 팔을 올려보는 Raise를 해보니 안 되는 것은 ..

나의 이야기 2023.04.07

悲慾(비욕) - 3

3. 실망스러운 첫날 오제원 상무는 자기 방으로 가면서 처음 출근했을 때의 일을 떠올려본다. 약 6년 전의 일로 아침 일찍 일어나 몸을 깨끗이 하고 성모님 앞에서 기도를 올렸다. 기도 말미에 본인의 이름 앞 자를 넣어 중얼거렸다. "오늘도 제발 원하는 일이 모두 이루어지게 하소서!" 평소보다 좀 일찍 일어났더니 조간신문의 사설도 다 읽을 수 있었다. 새로운 직장에 첫 출근하는 날이다. 약간은 긴장된 얼굴을 풀면서 스스로에게 다짐을 한다. "그래. 잘할 수 있어. 제원이는 무엇이든지 잘할 수 있다!" 새로운 일에 대한 두려움을 침착함과 자신감으로 눌러본다. 나름대로 어느 정도 설렘을 안고 집을 일찍 나선 오제원은 업무시작 1시간 전에 도착하였더니 아무도 없다. 처음 맞이하게 되는 분위기가 어색하다. 지난 ..

장편소설 2023.03.30

悲慾(비욕) - 2

2.  싱거운 대화   천태운 부회장은 갑자기 무슨 할 일이 생긴 것처럼 손톱깎이를 꺼내 톡톡 소리 나게 깎는다. 자금관련 업무를 직접 총괄하는 CFO도 겸하고 있기 때문에 자신이 상대해야할 빚쟁이들을 오 상무에게 떠맡기면서 마음이 편한 것은 아니다. 채권자들이 몰려오면 숨기 바쁜 자신이 밉기도 하다. 따라서 오제원 상무에게 미안한 마음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것은 그가 감당해야 할 몫이라는 생각이 앞선다. 오 상무를 지금까지 붙들고 있었던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도 자신을 보호해줄 방패막이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사실 10년 전에도 회사는 이렇게 어려웠었다. 거의 부도 직전의 회사를 살리기 위해 참 오랜 기간 고생하였다. 그때 천 부회장의 직위는 자금담당 차장이었다. 'K 물산'이라는 ..

장편소설 2023.03.25

悲慾(비욕) - 1

나의 지난 삶 중 일부였던 50대 후반부의 경험을 토대로 장편소설 하나 씁니다. 내가 직접 보고, 듣고, 느낀 점과 간접경험을 토대로 하여 쓰겠습니다만, 다큐멘터리가 아니고 픽션이라는 것을 말씀드립니다. 즉, 사실보다는 재미나 교훈을 위해 상상을 가미했다는 것을 다시 한번 강조합니다. 즉, 소설이기 때문에 등장하는 인물은 실제 인물이 아닙니다. 가공의 배경과 인물입니다. 서둘지 않고 천천히 써 나갈 것입니다. 향후 이 소설이 나 스스로 정한 어느 기준에 도달한다면 나의 제3 문집에 실을 것입니다. 悲慾(비욕) 1. 사표를 내고 오제원 상무는 책상 위에 있는 명함을 물끄러미 쳐다본다. 방금 전 채권추심회사 직원들이 왔을 때 그들에게 나눠주다 남은 자신의 명함이다. 사표를 낸 지는 이미 오래됐고, 사표를 처..

장편소설 2023.03.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