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白雲路(백운로)

나는 주로 북한산 흰구름길 구간을 산책한다. 빨래골까지는 집에서 약 1Km이고, 華溪寺(화계사)까지는 약 2Km이다. 따라서 왕복으로 계산하면 짧게는 2Km, 길게는 4Km가 된다. 산책길 코스로 난이도는 경사가 심한 오르막과 내리막이 있어서 中(중) 정도이다. 흰구름길을 여기서는 한자로 白雲路(백운로)라고 부르고자 한다. 白雲路(백운로)는 집 뒤로 이어진 길이기에 자주 걷는 북한산 둘레길의 하나이지만, 계절 따라 변하는 탓인지 매일매일 다르게 느껴진다. 오늘은 집 뒤로 오르는 계단 옆에 하얀 꽃들이 피어있다. 꽃 모양으로 봐서는 들국화 종류이다. 찬 바람이 불어도 꽃 한번 피워보고 가겠다는 그 일념을 누가 막을 수 있으랴. 국화는 아버지가 좋아한 꽃이다. 나도 겨울이 오기 전에 여기에 핀 꽃처럼 작게라..

나의 시 문장 2023.10.15

中庸의 한 句節

中庸(중용) 27장에 다음과 같은 글이 있다. 故君子 尊德性而道問學 致廣大而盡精微 極高明而道中庸 溫故而知新 敦厚以崇禮 (고군자 존덕성이도문학 치광대이진정미 극고명이도중용 온고이지신 돈후이숭례 ) 풀이를 하면 다음과 같다. 그러므로 군자는 덕의 천성을 높여서 배움과 물음을 인도하여야 한다 광대한 경지에 이르되 정미함을 다하고 높고 밝은 것을 목표로 하되 중용으로 하여야 한다 옛것을 익히고 새것을 알며 인후함을 돈독히 하고 예의를 높여야 한다. 위의 글에서 치광대이진정미(致廣大而盡精微), 극고명이도중용(極高明而道中庸)을 행서체로 쓴 나의 작품이 강북문화원에서 전시되고 있다. 자치회관마다 서예 강좌가 있어서 서예를 배우고 있는 사람들의 작품들이 전시되고 있는 것이다. 내가 쓴 위의 글을 다시 한번 읊어보면 아..

나의 이야기 2023.10.10

괴로움을 밑거름으로

지금까지 나의 삶을 돌아볼 때 괴로움이라는 것이 가장 큰 부분을 차지했던 것 같다. 물론 기쁨이나 즐거움도 있었고, 슬픔도 있었지만, 괴로움보다 더 많은 시간을 차지하지는 않은 듯하다. 그리고 나를 가장 괴롭힌 것은 다른 어떤 것이 아니고, 바로 나 자신이었다. 물론 괴로움에 있어서 언제나 그 원인 제공자들이 존재하곤 하였지만, 그 원인을 녹이거나 무시해버리지 못한 나 스스로가 나를 가장 힘들게 한 것이다. 다른 사람들도 그러한지는 모르겠지만, 조용히 나를 생각해 보면 후회가 참 많은 삶이다. 수시로 나타나는 갈림길에서 잘못된 선택으로 원하는 방향과 많이 벗어난 길을 걸을 수밖에 없었던 것들이 큰 후회로 남는다. 어린 시절부터 대충 생각나는 것만 그려 보아도 아쉽게 여겨지는 선택들이 떠오른다. 우선 중학..

나의 이야기 2023.10.03

直道(직도)를 바라보며

바지를 하나 샀다. 살 때 분명 내 허리치수에 맞게 샀고, 그 후 바지길이를 내게 맞는 길이로 줄였는데, 이상하다. 입을수록 뭔가 어색하다. 허리는 예상외로 넉넉하고, 길이는 짧다.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 바지를 짧게 입는 것이 아무리 유행이라고 하지만, 아무리 봐도 나한테는 어울리지 않는다. 다른 바지들과 비교하면서 제대로 길이를 잘 쟀다고 여겼는데, 그게 아니다. 사실 이런 착오가 바지 하나뿐이겠는가. 과거를 돌아볼 때 이런 경우가 허다하였다. 실제로 시행착오라는 것을 숱하게 거치며 사는 것이 인생이리라. 과거의 바름(正)이 곧 현재의 바름(正)이라고 단정 지을 수 없다. 이런 이유 등으로 법이나 제도가 시대의 흐름에 맞게 바뀌기도 하고, 장소에 따라 적용되는 기준이 다르다고도 본다. 분명한 것은 눈으..

나의 이야기 2023.09.25

悲慾(비욕) - 15

15. 찬바람을 전하며 그 해 11월이 되면서 찬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벌어놓은 돈이 아무리 많다고 해도 계속되는 적자에 위기감을 느끼지 않는 직원은 없었다. 세계적인 경제불황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상해 법인의 큰 불량까지 겹쳐 경영상황이 크게 악화되면서 무너지기 시작한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손해라는 것을 알면서도 어쩔 수없이 생산하는 품목수도 자꾸만 늘어났다. 대부분의 회사가 그렇듯이 이럴 경우 비용을 줄이는 가장 쉬운 방법은 인원을 줄이는 것이다. 하나케이시(주)도 가장 쉬운 방법을 택했다. 대대적인 구조조정 작업에 들어갔다. 차가운 바람이 자꾸만 옷 속으로 파고들었다. 날씨마저 전형적인 11월의 을씨년스러운 날들이다. 차가운 늦가을 비가 내린 뒤 맑고 파란 가을하늘이지만 따뜻한..

장편소설 2023.09.16

待心(대심)

기다리는 마음 가을산에 올라 지나온 길 돌아보니 우거졌던 신록이 마른 잎으로 덮여있네 바위에 걸터앉아 푸른 하늘 바라보며 그림을 그리고 있는 구름이 편안히 쉬길 기다린다 待心(대심) 汗登秋山去道解(한등추산거도해) 茂綠變色乾葉蓋(무록변색낙엽개) 石上背坐視靑天(석상배좌시청천) 流雲描畵安息待(류운묘화안식대) 한시를 직역하면 이렇습니다. 땀흘리며 가을산에 올라 지난 길 돌아보니 우거졌던 신록의 색깔이 변하여 마른 잎으로 덮여있네 바위위에 등대고 앉아 푸른 하늘 바라보며 그림을 그리고 있는 구름이 편안히 쉬길 기다리노라 지나온 길 돌아본다 고개 한번 숙이고 허리 한번 굽혔다면 좀 더 위치도 높아질 수 있었던 시절이 자꾸만 눈에 밟힌다 한 발만 더 다가섰더라면 손에 닿을 수도 있었지만 나의 심성이 어려서부터 배운 ..

나의 시 문장 2023.09.10

이 부끄러움을 어찌할까?

지난 광복절 경향신문에 梅泉(매천) 黃玄(황현) 선생과 관련한 기사가 있었다. 그 기사를 읽어 내려가는 중 아래의 글을 읽고 가슴이 콱 막혔다. “나라가 이 지경이 되었는데 순절해야 할 사람은 누구입니까.” 1910년 9월6일이었다. 경술국치(8월26일) 소식이 뒤늦게 매천 황현(1855~1910)이 은거하던 전남 구례에 전해졌다. 이때 동생(황원·1870~1944)은 형(매천)에게 실명까지 거론하면서 “나라가 망했는데, 왜 ‘아무개 공(某公)’ 같이 인망(人望)이 두터운 분이 죽지 않고 있는거냐”고 책망했다. 매천이 씩 웃었다. “나는 그러지 못하면서 남이 죽지 않는다고 뭐라 해서 되겠느냐. 나라가 망한 날에는 사람마다 죽어야 하는 것이다.” 이틀 뒤인 9월9일 새벽 매천은 홀연히 붓을 들어 ‘절명시’..

나의 이야기 2023.08.27

悲慾(비욕) - 14

14. 더미필름 오제원 이사는 입사 첫날의 실망을 접어두고 나름 자기 몫을 하려고 애썼다. 협력업체들에게 각종 분석자료를 내놓으며 자재 가격을 내려서 회사 이익의 극대화를 위래 작전을 짜고 실행에 옮겼다. 그렇지만 회사 전체의 결과는 좋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갔다. 불량으로 적자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난 상해 법인은 다른 법인들에게도 영향을 미쳤다. 회사의 수익구조는 시간과 비례하여 악화되고 있었다. 오제원 이사가 담당한 구매에서 열심히 원가 절감을 한 보람은 빛이 나지 않았다. 경쟁이 심해지면서 제품의 판매원가는 내려갈 수밖에 없었다. 적자를 감수해야 하는 제품수도 늘어났다. 그보다 더 근본적으로 임원은 물론이고 부, 차장급 직원들끼리도 으르렁거리는 모습은 어느덧 회사의 색깔이 되었고, 경쟁업체나 협력업..

장편소설 2023.08.17

감명으로 물든 산책길을 돌아보며

"장상헌과 함께하는 역사산책" 개정판을 읽고 느낀 소감을 간략하게 나열해 봅니다. 감명으로 물든 산책길을 돌아보며 박 형 순 (시인, 수필가) 우선 "장상헌"이라는 저자를 생각하면 성실, 따뜻함, 배려, 솔선수범, 박학다식 등의 단어들이 먼저 떠오른다. 나와는 IBK 기업은행 입행동기이지만, 동기들 중 언제나 앞선 길을 걸으며 모범을 보였기에 동기들이 큰 자랑으로 여기고 있다. 입행 동기들뿐만 아니고, 약 30년을 근무하는 동안 타고난 성실함과 열정 등으로 선배님들로부터는 사랑을, 후배님들로부터는 존경을 받으며 지내왔음은 많은 동우들이 인정하는 바이다. 퇴직 후에도 인문학에 관심있는 동우들을 선발하여 서로 의견을 나누고 지식을 공유하는 IBK 인문학당을 주도하는 것은 물론이고, 평소 존경하는 이순신 장군..

잡문 2023.08.10

노 다이셀프(Know thyself)

노 다이셀프 "너 자신을 알라(Know thyself)"는 말은 고대 그리스의 대표적인 철학자 "소크라테스"가 한 말로 유명하다. 늘 겸손한 자세를 갖춰야 한다는 의미로 자신의 무지를 아는 것이 진리를 깨달을 수 있는 출발점이 된다고 강조한 말이다. 나의 지난 과거를 돌이켜볼 때 간혹 그런 생각이 든다. 내가 속세에서 흔히 말하는 출세를 하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겸손해야할 때, 겸손하지 못했던 탓이 크다. 물론 나를 내세워야 할 때 내세우지 못한 탓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낮춰야 할 때 낮추지 못한 탓이 크다. 그래서 지금부터라도 겸손한 사람이 되자고 다짐하지만, 쉽지는 않다. 다만, 이러저러한 사람을 만나며 반면교사로 삼는다. 자치회관엔 다양한 문화프로그램이 있다. 취미, 건강, 노래, 악기, 외국어 ..

나의 이야기 2023.08.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