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소설

悲慾(비욕) - 6

헤스톤 2023. 5. 6. 19:46

 

6. 권력다툼(3)

 

   미래전략부문에 GOC(Global Operation Center)팀이 있는데, 이곳 인원들은 모두 학벌도 좋고 프레젠테이션 능력이 뛰어나다. 신대홍 사장이 전에 근무하던 회사에서 김권일 이사를 비롯하여 뛰어난 인재 5인을 스카우트해 온 덕분이다. 신 사장도 미국의 H대학 출신이지만, GOC 팀의 인원들은 대부분 외국의 명문대학 출신들이다. 부장급 이상이 참석하는 회의 등에서 느낀 것이지만, 각종 자료수집 및 분석과 방향제시능력 등이 대기업 수준을 능가한다는 것이다. 오제원이 입사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그해 4. 7.부터 3일간 중국 상해에서  2/4분기 전략회의가 있었는 데, 진행내용이 은행의 전국 영업점장 회의 축소판을 보는 것 같았고, 무엇보다 이 회사가 앞으로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를 제시한 내용이 좋았다. 박호진 상무가 맡고 있는 영업부문도 준비를 많이 한 탓인지 발표내용이 좋았다. 박호진 상무는 국내 최대 대기업인 S그룹에서 부장으로 일하다가 허방진 회장의 눈에 들어 허 회장이 스카우트해 온 인물이었다.

 

   부장급 이상 약 50명이 그 넓은 회의실에서 빔프로젝트 스크린을 통하여 비교적 차분하게 결의를 다지며 회의를 진행했는데, 결국 품질부문에 대한 전략 발표시 회사의 고질적인 다툼이 시작되었다. 그동안 일주일에 몇 번씩 해외법인장들과 함께 하는 화상회의, 기술회의와 수시로 소집되는 관계자회의 등에서 느낀 바로는 정말 분위기가 싸움판이었는데, 이번엔 그야말로 적나라하게 그 모습이 나오고야 말았다.

   품질부문의 조상인 이사가 발표를 시작한 지 약 7~분 경과할 무렵이었다, 생산부문의 한대교이사가 갈라진 목소리에 날을 잔뜩 세워 쏘아붙였다. 

   "아~잠깐만요. 조 이사님은 무슨 근거로 그런 말을 하시는 건가요? 무엇보다 아직 대외비로 진행되고 있는 것을 이렇게 확대회의에서 함부로 말씀하시는 저의가 무엇입니까?"

   "해외법인을 포함하여 기술적 검토를 마무리하였고, 품질 부문 확대회의에서 공식화된 자료를 바탕으로 한 것입니다. 그보다 이 문제 해결에 있어서 생산부문의 비협조가 우리를 얼마나 힘들게 했는지 한 이사남은 반성부터 하시기 바랍니다."

   "비협조라니요? 본사 포함 해외법인들의 직원 약 4천 명의 업무를 방해하면서 생산에 차질을 빚게 한 조 이사님이야말로 크게 반성하시기 바랍니다. 조 이사님의 죄에 대하여는 합당한 문책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여기에 신대홍 사장도 한마디 거든다.

   "솔직히 확정도 되지 않은 이 프로젝트를 발표하는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당장 이와 관련한 발표를 중단하세요. 실험 결과치가 다르게 나오기도 한 프로젝트 아닙니까? 잘못하면 회사의 이미지만 떨어뜨릴 뿐입니다."

   "사장님은 무슨 말을 그렇게 하십니까? 사장님은 지금 제가 약 5개월 동안 품질부문 직원들과 거의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면서 거의 완성 단계에 있는 이 작업에 숟가락이나 얹어 보겠다는 속셈 아닌가요?"

   조 이사와 가깝게 지내는 손천식 전무도 신 사장을 비난하기 시작한다.

   "기술이나 품질은 물론이고, 생산시스템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알지 못하는 신 사장은 조용히 경청하셨으면 합니다."

   당연히 신 사장은 즉각 반격한다.

   "모르긴 뭘 모른다는 것입니까? 저도 이 회사에 온 지 1년이 조금 넘다 보니 웬만한 것은 다 파악했습니다. 지금 손 전무님 때문에 이 회사의 발전이 없다는 것도 압니다."

   "정말 답답하네요. 신 사장님이 오시기 전엔 이 회사가 얼마나 성장가도를 달렸는 가를 알만한 사람은 다 압니다."

   그러자 신 사장이 스카우트해 온 신사장의 멤버들이 벌떼처럼 일어난다. 인신공격성 발언은 물론이고, 회사에서 빨리 퇴출시켜야 마땅하다는 말까지 여기저기서 튀어나온다.

 

   손 전무는 허 회장이 사장 자리를 자신에게 물려주지 않은 데 대한 서운한 감정과 함께 외부에서 영입해 온 신 사장에 대한 감정이 좋을 리 없었다. 나이로는 손 전무가 11살이나 많고, 거의 창업 2년이 지날 무렵부터 약 20여 년 여러 직원들과 함께하여 왔다. 그런데  그날 보니 무슨 이유인지 손 전무를 편드는 직원은 많지 않았다. 그는 이제 빛을 잃은 그믐달 같은 존재에 불과했다. 따라서 목소리에 점점 힘을 잃게 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특히 창업 초기부터 허 회장의 손발이라고 할 수 있는 천태운 상무가 손 전무를 호되게 몰아쳤다. 천 상무가 과거 과장이나 차장 시절 손 전무에게 질책을 당했던 것에 대한 보복인 듯했다. 과거의 여러 사례를 들어 억울함을 그럴듯하게 포장하여 침을 튀겼다. 무엇보다 신 사장에게 허 회장이 힘을 실어준 탓인지 신 사장은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가 있었다. 어느 조직이건 일인자의 역할이 크다. 그 조직의 넘버 원이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따라 그 밑의 부하들 파워는 달라진다.

 

   그 뒤로도 싸움은 한 마디로 가관이었다. 회의에 거의 참석하지 않던 허방진 회장이 모처럼 자리를 지킨 탓으로 더 불이 붙었다. 모두가 허 회장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주려고 안달하는 모습이었다. 물론 허 회장은 중재하는 척하다가 모두를 크게 질책했다. 어느덧 회의는 엉뚱한 곳으로 흘러가면서 많은 시간을 실무자가 아닌 허 회장이 시용하게 되었다.  

 

   오제원은 답답하였다. 각자의 의견을 존중하고 잘할 수 있도록 방안을 제시하며 서로 격려하는 모습이 아쉽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잘못된 것이 있으면 이렇게 고쳤으면 좋겠다던지 향후에는 이리저리 해 주길 바란다면서 남 탓이 아닌 내가 미리 챙겨주지 못한 탓으로 돌리는 모습도 아쉬웠다.

   점심시간에 오제원 이사가 영업의 박호진 상무에게 회의 분위기가 매번 왜 이러냐고 물으니 그냥 웃기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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