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금연 11년

헤스톤 2023. 5. 20. 10:03

 

 

 

 

내가 담배를 피우지 않은지 어느덧 11년 이상이 지났다. 정확하게 2012년 3월 초부터 지금까지 담배와는 거리를 멀리 하고 있다. 물론 그 이전에도 여러 번 금연을 시도하였지만, 결과적으로 성공에 이르지는 못했었다. 물론 계속적으로 간헐적 금연을 시도하였었는데, 그러한 것들이 오늘날 이렇게 담배와 멀리하게 된 기초 훈련이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담배를 필 때도 나는 남이 피우는 담배 냄새가 그렇게 역겨울 수가 없었다. 당연히 담배를 끊은 이후에는 담배 냄새 자체를 맡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담배 피우는 사람이 있으면 그와 거리를 일부러 두면서 걸었고, 흡연 장소라고 되어 있는 곳과는 되도록 멀리 떨어져서 다니곤 했다. 현재 내가 사는 아파트의 경우 동과 동 사이에 흡연구역을 만들어 놓았는데, 그것도 솔직히 불만이다. 더구나 내가 다니는 길 옆에 설치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곳을 지날 때면 그곳을 보지 않으려고 하면서 빠른 걸음으로 지나친다. 

그곳에서 담배피는 젊은 여자들을 보는 것도 유쾌하지 못하다. 특히 나이가 좀 지긋한 할아버지가 손녀뻘 되는 여성을 피해 귀퉁이에서 연기를 품어대는 모습을 보면 참 불쌍하다는 생각도 든다. 차라리 그렇게 피고 싶으면 젊은 애들이 자리를 떠난 이후 피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도 해본다. 

 

내가 담배를 피기 시작한 것은 대학교 들어가면서부터일 것이다. 당시 대부분의 친구들이 담배라는 것을 피웠고, 당시 무슨 영화인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프랑스 배우 알랭 드롱이 계속 줄담배를 피는 모습이 멋있게 보여서 나도 따라 피우게 된 것 같다. 하지만 담배 맛도 별로 없었고, 돈의 여유도 없는 상태이었기 때문에 어쩌다 한 번씩 피다가 군에 입대하면서 본격적으로 피게 되었다. 담배를 물고 지낸 시간을 계산해 보니 약 35년이 된다. 물론 골초는 아니었다. 하루에 한 갑 이상을 피우지는 않았다. 어느 기간엔 3일에 두 갑, 4일에 3갑을 피우기도 했지만, 대개 이틀에 한 갑, 더 나아가서는 3일에 한 갑을 피웠다. 중간중간 금연을 하기도 했기 때문에 골초들과는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솔직히 많이 피운 것은 아니지만, 의지가 약한 탓인지 금연에 성공하지 못하다가 11년 전 "벨 마비" 혹은 "구안와사"라고 하는 안면 마비가 오면서 담배를 끊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담배가 안면 마비의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분명한 것은 당시 담배를 피면서 입이 한쪽으로 돌아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물론 그전에 전조 증상은 있었다. 한강이 보이는 곳에서 은행 후배들과 점심을 먹었는데, 점심을 먹은 후 한강 변을 걸으며 찬 바람이 크게 느껴졌다. 그들과 헤어진 후 회사로 오는데, 이상하게 한쪽 눈을 감는 것이 불편하였다. 그 때라도 일찍 병원에 갔으면 좀 덜 고생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오후를 보내고 회사 구내식당에서 저녁을 먹은 후, 모 理事(이사)가 담배 피시겠냐며 주기에 몇 모금 빨았더니 얼굴이 한쪽으로 기우는 것이었다. 분명한 것은 안면마비의 직접적인 원인이 담배라고 단정지을 수는 없지만, 간접적으로라도 피해를 주었음에는 틀림없다. 그 담배가 마지막이었다.

그날 이후 지금까지 나는 담배를 멀리하고 있다. 물론 여러 갈등은 있었다. 인면마비로 침을 맞으러 다니는 상황에서도 다른 이들이 맛있게 피는 모습을 보면 한 개피만 피워볼까 하는 유혹을 느끼곤 했다. 하지만 다시 안면마비를 겪으면 인된다는 생각으로 유혹을 뿌리치곤 하였다.

 

그 후 안면마비 증상을 겪은 지 11년이 지났는데, 그 증상이 다시 지난 3월 말경에 나타났다. 물론 이번엔 옛날처럼 오래 고생하지는 않았다. 당시엔 약 2개월 이상 얼굴에 침을 맞으러 다녔었는데, 이번엔 약 보름 만에 거의 정상으로 돌아왔다. 그러면서 드는 생각은 내가 만약 아직까지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면 어찌됐을까? 아마 안면마비가 아니라 어쩜 난 지금 중환자가 되어 있거나, 어쩜 이 세상 사람이 아닐지도 모른다. 

11년 전 그때 담배를 끊었다는 것은 정말 나의 몸에 보내는 신의 시그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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