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생각나는 숫자 인생

헤스톤 2023. 2. 12. 14:20

 

올해는 2023년이다. 새천년이 왔다고  환호성을 지르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그때로부터 벌써 23년이 흘렀다. 

천을 두 번이나 지난 그 이천을 빼고도 스물셋~

이렇게 숫자를 적으면 1년이 23번이나 지났으니, 시간이 빠르다는 것을 다시 실감하게 된다. 

23년 전인 2000년에 난 종합기획부 차장으로 있으면서 국회출입을 열심히 했다. 은행생활 중 아마 그때가 나의 황금시대이었던 것 같다. 윗사람들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으며 생활한 시절이었다. 그 후 2002. 1월 여의도지점장으로 발령을 받았으니 은행에서 비교적 잘 나가던 시절이었다. 그런데 그것으로 끝이었다. 더 이상의 승진은 없었다. 은행 생활은 행원 4.5년, 대리 8.5년, 차장 7년, 지점장 9.5년으로 도합 29.5년의 청년과 중년의 시절을 보냈다. 

 

약 50년 전의 일지만 내가 고등학교 3학년 때 번호가 23이다. 당시 그 학교에서는 그래도 공부 좀 한다는 학생들이 모인 특수반이기에 다른 학생들로부터 약간의 부러움과 질시를 받던 졸업반 시절의 번호이다.

그 후 나이로 23에 나는 군대에 있었다. 병참이라는 주특기를 받고, 수공구 47기의 대전 병참학교를 2등으로 졸업 후 자대에서 생활하였을 때다. 지금 생각해도 상사들로부터는 사랑을, 밑의 병사들로부터는 존경을 받으며 인생에서 가장 잘 나가던 시절이었다는 생각이다. 당시 군대가 무예나 체력보다 지성을 앞세우던 시절로 나는 당시 부대에서 주제발표나 웅변으로 이름을 알렸다. 돌이켜보니 정말 그때가 골든에이지이었다. 이제 23이라는 나이를 제곱도 아니고 거의 3 제곱한 나이가 되려고 하지만, 아직도 내 안에서는 스물셋이라는 숫자가 스멀거린다. 2023년 계묘년이 심장을 뛰게 한다.

 

 

사람은 누구나 태어나면서부터 많은 숫자와 인연을 맺으며 산다. 잊지 못할 숫자도 많고, 기억하고 싶지 않은 숫자도 있을 것이다. 나 역시 그렇다. 나는 오늘 내 기억 속에 있는 숫자를 나열해 보고자 한다.

우선 태어난 날이 음력으로는 6월 13일이고, 양력으로는 7월 20일이다.

고등학교 학년과 반 번호로는 1632, 2333, 3423이고. 군번은 12777521이다.

또 기억나는 숫자로는 대학교 입학시험볼 때 수험번호가 4400번이었다. 무슨 번호가 이런 지 4자가 두 개이고, 0자가 두 개이었다. 당시 그 대학교 사회계열(법경대)은 정원 120명 모집에 약 500명 까까이 지원을 해서 수험번호는 4001번부터 있었다. 합격했다고 합격증 받으러 갔을 때, 예쁘장한 서무 여직원의 장난스러운 말이 생각난다. 

"4100번도 떨어지고, 4200번도 떨어지고, 4300번도 떨어졌는데, 4400번만 희한하게 붙었군요."

이에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4가 하나만 있으면 죽을지 모르지만, 죽을 각오를 두번 하면 살지 않겠습니까. 장땡으로만 살 수 있는 것은 아니지요."

 

그 후 나의 젊은 날을 거의 보낸 직장 IBK기업은행의 사원번호는 10812이다. 나는 이 번호가 좋다. 비유가 좀 그렇긴 하지만, 각 다섯 장의 화투를 받아  장으로 합을 10이나 20을 만들고 나머지 남은  장의 끗수로 우열을 가리는 '도리짓고땡'이라는 화투 노름이 있다. 사실 다섯자리 숫자에서 10이나 20을 만들지도 못하는 숫자가 엄청 많다. 즉 짓지도 못하는 숫자가 많은데, 나는 2,8,0으로 짓고, 1이 두장이니 1 땡으로 엄청 높은 숫자가 되는 것이다. 아마 화투에서 이런 조합의 번호를 받으면 거의 승리한다고 할 수 있다. 그냥 하는 말이긴 하지만, 이 사원번호 때문에 나는  정년까지 은행에서 근무했는지도 모른다. 

 

 

여담으로 괴테의 인생훈 5가지를 옮기며 이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첫째, 지나간 일을 쓸데없이 후회하지 말 것.
잊어 버려야 할 것은 깨끗이 잊어버리라는 것으로 과거에 얽매이지 말고 미래를 바라보라.

둘째, 되도록이면 성을 내지 말 것.
분노 속에서 한 말이나 행동은 후회만 남는다. 절대로 분노의 노예가 되지 말라.

셋째, 언제나 현재를 즐길 것.
인생은 현재의 연속이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을 즐기고 그 일에 정성과 정열을 다하는 것이 가장 현명하다.

넷째, 남을 미워하지 말 것.
증오는 인간을 비열하게 만들고 우리의 인격을 타락시킨다. 넓은 아량을 갖고 남을 포용하라.

다섯째, 미래는 신에게 맡길 것.
미래는 미지의 영역이다. 어떤 일이 앞으로 나에게 닥쳐올지 알 수가 없다. 미래는 하늘에게 맡기고 오늘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전력을 다하는 것이 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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