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悲慾(비욕) - 13

13. 그늘의 시작 박호진 상무 입장에서는 회사 내에서 입지를 확고하게 굳힐 수 있는 기회라고 여기고, 본연의 업무인 영업보다도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여 사내의 비밀연애들을 조사해 나갔지만, 천 상무의 방해공작은 집요하였다. 아무리 허 회장의 지시를 받아서 시작하였다고 하지만, 박 상무보다 더 큰 신임과 권한을 갖고 있는 천 상무의 방어막을 뚫고 나가는 것은 무리였다. 또한 회사 내에는 창업공신이라고 할 수 있는 천 상무와 가까운 직원들이 많았던 탓으로 협조를 구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입사한 지 몇 년 되지 않은 박 상무와 가까운 직원들은 별로 없었던 탓도 있다. 그리고 여자문제에 있어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는 허 회장 자신이 흔들렸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사비조(사내 비밀연애 조사) 팀이 완전 해체되지..

장편소설 2023.07.31

悲慾(비욕) - 12

12. 私愛(사애) 만연 허 회장이 어느 정도 교통정리를 했다고 하지만, 천 상무나 김 대리 모두 불만을 가졌다. 천 상무는 자신의 권위에 상처를 준 김 대리를 잘라내지 못해 불만이고, 김 대리는 당장 승진을 시켜주지 않아 불만이었다. 영업부문의 박호진 상무는 천 상무에게 아무 벌도 주지 않아 불만이고, 서미순 과장은 중국의 상해법인으로 쫓겨나서 입을 삐죽 내밀고 갔다. 이 사건들은 오제원이 이사대우로 입사하기 약 1년 전에 발생한 것이었는데. 이 사건은 결국 회사의 내리막을 제공하는 단초가 되었다. 그리고 천 상무가 허 회장의 약점을 차곡차곡 기록하며 자신의 입지를 굳히려고 마음먹은 것도 아마 이때부터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천 상무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권력을 이용하여 우선 할 수 있는 것부터 ..

장편소설 2023.07.23

悲慾(비욕) - 11

11. 교통정리 천태운 상무와 김규진 대리가 싸우고 있는 그 시각에 영업부문의 박호진 상무는 베트남 영업과 관련된 보고를 하기 위해 회장실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그리고 사업장을 둘러보고 온 허 회장을 맞이했다. 박 상무는 대기업인 S전자의 영업부장으로 있었는데, 허 회장의 눈에 들어 스카우트해온 인물이었다. 하나케이시(주)가 아직 소규모의 회사일 때 박 상무는 甲(갑)의 위치에서 허 회장을 잘 대우해 준 탓으로 허 회장이 좋게 본 것이다. 그 뒤 하나케이시(주)가 큰 기업으로 발돋움하면서 높은 연봉을 제시하고 데려왔다. 회장이 직접 S 전자를 수시로 드나들 때 박호진 상무가 인간적으로 잘 대우해 주며 많은 조언을 하였던 것이 큰 인연으로 발전하게 된 것이다. 사실 박 상무는 S전자에서 영업부장으로 잘 나..

장편소설 2023.07.12

친절의 기쁨

기쁨의 종류는 참으로 다양하다. 합격이나 취직의 기쁨, 결혼의 기쁨, 임신의 기쁨, 승진의 기쁨 등등 다양하지만, 친절을 베푸는 기쁨 또한 작다고 할 수 없다. 지난 목요일 서초동에 있는 회사 업무를 마치고 송천동의 자치회관으로 향했다. 자치회관에 등록한 모 강좌 시간에 맞춰서 가는 중이었다. 교대역에서 3호선 지하철을 기다리고 있는데, 점잖게 생긴 노인 한 분이 내게로 다가온다. 어떤 중요한 자리에 갔다 오는 길인지 신사복에 넥타이도 매고 있다. "종로 3가에 가려면 이곳에서 타는 것이 맞나요?" "예~ 맞습니다. 이곳에서 타시면 종로 3가로 갑니다." 그런데 앞의 스크린도어에 적혀 있는 "2호선 왼쪽() 강남 잠실"이라는 표시를 보고, 다시 묻는다. "이게 2호선인가요? 여기서 타면 사당으로 가나요?..

나의 이야기 2023.07.02

悲慾(비욕) - 10

10. 승진의 그림자(2) 이렇게 싸우는 소리는 상무의 부속실에 있는 담당 비서 이혜진 계장의 귀로 쏙쏙 전달이 되었다. 이제 입사 2개월밖에 되지 않은 이혜진 계장은 듣기 민망하여 자리에 앉아있기도 그렇고, 그렇다고 떠날 수도 없어 안절부절못하였다. 이혜진 계장은 약 100대 1의 경쟁을 뚫고 입사한 직원이었다. 당시 영업, 생산관리, 경리 등의 신입사원 20명을 뽑는데, 약 2,000이 지원했다. 입사지원자 중에는 소위 말하는 명문대 출신도 있었고, 학업 성적도 우수하고 스펙이 매우 좋은 지원자도 많이 있었다. 다른 기업들에 비해 월급이 높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런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이름도 알지 못하는 시골 대학 출신의 이혜진 계장이 뽑힌 이유는 딱 한 가지이다. 미모가 뛰어나다는 것이었다. 외모..

장편소설 2023.06.25

悲慾(비욕) - 9

9. 승진의 그림자(1) 약 30년의 은행생활에서 오제원이라고 욕심이 없었겠는가. 임원도 되고 더 높은 곳까지 가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겠지만, 비굴과 거리가 먼 성품은 언제나 걸림돌이 되었다. 그보다 자신이 힘든 상황에서도 남들의 어려운 사정을 앞세우는 자세는 언제나 마이너스로 작용하곤 했다. 그저 착하게 사는 것이 오제원의 운명이었는지도 모른다. 또 은행 생활의 마지막 점포에서 허방진 회장을 만나 (주)하나케이시에 입사하게 된 것도 운명이라면 운명이다. 오제원은 회사에 이사대우로 입사하여 약 2년 후의 정기인사에서 '대우'자를 떼고 이사가 되었다. 그리고 다시 2년이 지날 무렵 상무로 승진을 하였다. 은행원 생활을 할 때와 다르게 때로는 착함을 비굴함으로 바꾼 덕택이다. 대개 은행이나 대기업에서 생활하..

장편소설 2023.06.17

書體斷想(서체단상)

書體斷想(서체단상) 墨香起靑心(묵향기청심) 舊體潤懷深(구체윤회심) 難知書藝內(난지서예내) 得道何處尋(득도하처심) 먹의 향기가 푸른 마음을 일으켜 세우니 오래된 법칙이 깊은 그리움으로 젖누나 서예의 속은 정녕 알기 어려워라 이치를 깨닫는 것은 어디가서 찾으리오 侵운으로 심이란 글자인 "心, 深, 尋"을 韻目(운목)으로 삼았습니다. 그리고 墨香과 舊體, 難知와 得道를 對句로 했습니다. 당초 이 詩를 짓기 전에 머리속 그렸던 글은 아래와 같습니다. 먹의 향기가 초심자를 서예의 길로 인도하니 書家들이 피땀흘려 세운 법칙에 젖어보고 또 젖어본다 그렇지만 서예의 오묘한 이치를 깨닫는 것이 이리 어렵단 말인가 경지에 다다르고 싶은 갈증을 어디에 가서 해소할 수 있으려나 위의 자작시를 行書體(행서체)로 써 보았습니다.

나의 시 문장 2023.06.03

悲慾(비욕) - 8

8. 비굴의 모습 지난 약 10년 동안 회사가 수 백배로 성장하면서 문제점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점은 거만이라는 것이었다. 우선 기업주인 허방진 회장부터 어깨에 힘이 들어갔고, 그의 오른 팔인 천태운 상무는 실세의 지위를 유감없이 발휘하였다. 일부 직원에 대한 비난과 멸시, 그리고 협력업체를 협력하는 업체로 취급하지 않는 무시와 건방짐은 회사에 구멍을 내고 있었다. 최근 몇 년 동안 회사 규모에 맞춰 고급인력을 데려온 결과, 임원은 어느덧 16명이 되었고 부장이나 차장급은 3배로 늘어났다. 물론 규모에 맞춰 각지의 인재들을 데려온 것이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너무 많은 사람을 영입했다는 것도 큰 문제 중의 하나가 되었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는 말이 있듯이 서로 잘난 ..

장편소설 2023.05.25

금연 11년

내가 담배를 피우지 않은지 어느덧 11년 이상이 지났다. 정확하게 2012년 3월 초부터 지금까지 담배와는 거리를 멀리 하고 있다. 물론 그 이전에도 여러 번 금연을 시도하였지만, 결과적으로 성공에 이르지는 못했었다. 물론 계속적으로 간헐적 금연을 시도하였었는데, 그러한 것들이 오늘날 이렇게 담배와 멀리하게 된 기초 훈련이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담배를 필 때도 나는 남이 피우는 담배 냄새가 그렇게 역겨울 수가 없었다. 당연히 담배를 끊은 이후에는 담배 냄새 자체를 맡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담배 피우는 사람이 있으면 그와 거리를 일부러 두면서 걸었고, 흡연 장소라고 되어 있는 곳과는 되도록 멀리 떨어져서 다니곤 했다. 현재 내가 사는 아파트의 경우 동과 동 사이에 흡연구역을 만들어 놓았는데, 그..

나의 이야기 2023.05.20

悲慾(비욕) - 7

7. 전환의 시절 허방진 회장은 회장대로 답답한 마음을 토로하지 않을 수 없기에 다른 발표자들의 시간을 축내면서 그렇게 화를 냈을 것이다. 나름대로 인재라고 할 수 있는 직원들을 어렵게 채용했지만, 각자 개인플레이에만 능숙한 수재들로 꿰기 힘든 구슬들이었다. 한편 생각하면 허 회장 자신이 그런 분위기를 만들어놓고 왜 그리 됐는지 본인만 모르는 듯했다. 누구보다 인화를 도모해야 하는 허 회장의 책임이 제일 컸음에도 오히려 자신에 대한 충성 경쟁만을 유도했다는 것을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여하튼 오제원이 입사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을 때 가졌던 상해에서의 확대 간부회의는 첫날부터 험악한 분위기가 되고 말았다. 다음 날도 분위기는 전운이 감돌았다. 그래서 오제원은 구매부문 전략 발표 시 분위기 전환용으로 회의 ..

장편소설 2023.05.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