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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엄마 우리 엄마

나의 어머니 나이가 올해 아흔둘(92)이다. 어머니가 이렇게 장수하는 것에 대하여 기쁘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노쇠한 모습을 보며 슬프기도 하다. 나이가 나이인만큼 신체의 곳곳에서 고장 난 소리가 들린다. 최근엔 무릎이 많이 아프다는 소리를 자주 한다. 간혹 귀도 잘 들리지 않는지, 물어보는 말에 엉뚱한 대답을 하곤 한다. 최근엔 하나 남은 이(이빨)도 빼게 되어 본래 가지고 있던 이가 하나도 없다. 내 누나의 나이가 올해 칠순(70)이 되었으니, 어쩌면 딸과 함께 늙어가는 모습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누나하고 막내 여동생이 대전에 살고 있는 탓으로 간혹 딸들 얼굴을 보며 지낸다는 것이다. 참으로 고마운 일이다. 아래 사진은 내가 100일 되었을 때의 사진이다. 나의 사진 중 가장 오래된 것이다. 당시만..

나의 이야기 2022.04.25

자가격리를 마치며

그동안 자가격리로 약 1주일을 보냈다. 다행히 크게 아프지는 않았다. 제일 힘들었던 것은 기침할 때 가슴통증이 있었고, 간혹 열이 높았으며, 무기력해질 때가 있곤 하였다. 솔직히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모른다. 지난주 월요일 회사에서 일찍 나와 을지로에 있는 출판사에 들렸다. 이번에 새로 낼 책의 편집본에서 마음에 안 드는 부분에 대하여 이야기를 나눈 후 집에 왔다. 그게 전부다. 저녁을 먹은 후에도 괜찮았다. 그 날 집사람이 골프 운동을 갔다가 늦게 들어왔다. 집사람이 오기 전 초저녁에 TV를 보다가 졸은 탓인지, 잠이 오질 않아 뒤척거리다가 잠깐 눈을 붙인 것 같은데, 눈을 떠 보니 12시를 조금 넘겼을 뿐이다. PC앞에 앉아서 '왕희지'의 '집자성교서' 관련 동영상을 보며 글씨 연습을 하다가 시계..

나의 이야기 2022.04.19

나의 詩書畵(시서화)

壬寅年(임인년) 3월도 이제 하루밖에 남지 않았다. 간혹 시간이 이렇게 빨리 지나감에 깜짝 놀라곤 한다. 무엇보다 아직까지 마음에 쏙 드는 글이나 글씨, 그림 등 내세울만한 작품 한점 없는데, 어느덧 적지 않은 나이가 되었다는 것이 그냥 슬프다. 그렇다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지낸 것은 아니다. 임인년 3월도 글씨와 그림에 매달리며 그렇게 보냈다. 詩人(시인)의 본분은 무엇일까? 당연히 시를 짓는 일일 것이다. 시인이 시 쓰기를 게을리 한다면 본분을 망각하고 있다고 할 것이다. 그래서 봄을 맞이하여 漢詩(한시) 한수 읊어 보았다. 제목은 迎春自覺(영춘자각)으로 "봄을 맞이하여 본분을 깨닫는다"는 글이다. 迎春自覺 梅鵲傳春信(매작전춘신) 微風促作詩(미풍촉작시) 萬物見美觀(만물견미관) 受任歌眞氣(수임가진기) ..

나의 시 문장 2022.03.30

동이 튼다

동이 튼다 한치의 오차도 없이 성큼성큼 무대가 등장하며 삼바의 휘스크처럼 붉은빛들이 휘젓고 있지만 왜 이렇게 고요한 것일까 구름도 길을 멈추고 새들도 조용하고 향기도 숨을 죽인다 예술과는 거리가 멀지만 예술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고 사자관체의 글씨처럼 강직을 넘어 자연스럽건만 왜 이렇게 소름이 돋는 것일까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고 바꾸려 해도 바꿔질 수 없는 새로운 시작이다

나의 시 문장 2022.03.04

조선 최고의 명필(5)

(2) 왕희지 왕희지(321~379년 또는 303~361년)의 자는 일소(逸少)이다. 오랫동안 회계 산음현에서 살았으며, 관직이 우군장군(右軍將軍) 및 회계(會稽) 내사(內史)에 이르러 사람들이 ‘왕우군(王右軍)’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왕희지는 사실 동진의 고귀한 사족 가문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벼슬하려는 마음만 있었다면 아주 높은 벼슬을 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왕희지는 벼슬이 싫었다. 그는 자유로운 생활이 좋았다. 나중에 절친한 사이인 양주 자사 은호(殷浩)가 하도 권하는 바람에 회계 내사라는 벼슬을 했지만, 그것도 회계라는 곳의 아름다운 산천을 구경하기 위해서이지 벼슬이 좋아서는 아니었다고 한다. 그는 평생 병약한 탓도 있지만, 자기만의 세계에서 놀기를 좋아했다. 지천명의 나이에 일찌감치 벼슬을 버리..

My Think 2022.02.02

조선 최고의 명필(4)

추사 김정희에 대한 이야기를 계속 이어갑니다. 추사 김정희가 40대에 쓴 글씨로 위의 사진 "운외몽중첩(雲外夢中帖)"은 최고 명작이라고 한다. 위의 "운외몽중" 네 글자는 예서체의 골격에 해서체의 방정함이 곁들여져 글자 자체의 울림과 무게가 동시에 느껴진다. 한편 힘차고 유려한 행서로 써 내려간 작은 글씨들을 보면 추사는 이 무렵부터 획의 굵기에서 아주 능숙한 변화를 보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50대에 들어서면 이런 글씨가 더욱 발전하여 글자의 기본 틀에 구양순체가 더해져 이른바 추사체로 발전하게 되었다. 그 유명한 추사체에 대하여는 이러저러한 평가들이 있다. 추사체는 정치적 풍랑과 오랜 유배 생활의 심회가 더해져 완성된 것이라는 의견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보는 이에 따라 좀 다르게 평가하기도 한다. ..

My Think 2022.01.18

조선 최고의 명필(3)

(3) 한석봉 한석봉은 양사언보다 26년 후인 1543년에 태어나 1605년에 사망하였다. 양사언과는 약 40여 년을 같은 시대에 살은 셈이다. 그는 본명인 한호보다 한석봉으로 더 알려져 있으며, 해서, 행서, 초서 등 여러 서체에 능한 최고의 명필가로 조선에서의 평가보다는 오히려 중국에서 크게 이름을 떨쳤다. 요즘 말로 하면 중국에 한류 열풍을 일으켰다. 황해도 석봉산 아래에서 살았기 때문에 호를 石峰(석봉)이라고 지었다고 한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알다시피 엄청난 노력가였다. 글씨 연습을 너무 많이 해서 박연폭포가 먹색이 되었다는 일화가 있을 정도이다. 하지만 노력만으로 그렇게 높은 경지에 이를 수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는 분명 탁월한 재능도 가졌음에 틀림없다. 한석봉은 진사과에 합격..

My Think 2022.01.01

조선 최고의 명필(2)

3. 부분 서평 (1) 안평대군 안평대군은 잘 알다시피 세종의 셋째 아들이다. 훗날 세조가 된 그의 형 수양대군에 의해 역사의 패배자가 된 탓으로 남아있는 그의 서예작품은 거의 없다. 국보인 '소원화개첩'에서 그의 글씨를 볼 수 있고, 몽유도원도에 실린 그의 발문 등에서 씩씩한 해서와 유려한 행서의 조화를 볼 수 있다. 그는 서예, 시문, 그림에 뛰어나 '三絶(삼절)'이라고 불렸으며, 그의 글씨를 보고 명나라 황제도 감탄했을 정도였다고 한다. 1450년(세종 32년) 명나라 사신인 예겸과 사마순이 조선을 방문했을 때 안평대군이 쓴 현판의 두 글자를 보고 감탄사를 연발했다는 기록도 있다. 조맹부의 필법을 바탕으로 ‘호매한 필력이 대단했으며 늠름한 기운이 날아 움직일 듯한 보물’이라는 극찬(용재총화에 있는 ..

My Think 2021.12.21

조선 최고의 명필 (1)

"조선 최고의 명필"이라는 제목으로 약 5회에 걸쳐 글을 쓰고자 한다. 1. 우문의 시작 조선 최고의 명필은 누구일까? 사실 이런 질문은 우문이다. 조선 3대 명필 혹은 4대 명필을 꼽는 것도 사람마다 다르듯이, 명필들의 글씨를 어떤 기준으로 평가하느냐에 따라 순위가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조선 최고의 명필"이 누구냐는 물음에는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즉, 평가하는 사람의 주관이 개입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이 글도 나의 주관이 일부 개입되었음을 먼저 밝힌다. 우선 서예를 하면서 느끼는 것 중 하나는 무슨무슨 體(체)가 엄청 많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5체(해서, 행서, 초서, 전서, 예서)를 말하는 것이 아니고, 그 5체에서 갈라져 나온 체들이 부지기수다. 어떠한 碑文(비문)에 의한 글씨체..

My Think 2021.12.13

작아도 괜찮다

달력의 숫자가 커지면서 바람의 무게가 느껴진다. 산에도 찬바람이 쌓여있다. 그래도 이 계절에 여기저기 피어있는 꽃들을 보면 참 용하다는 생각이 든다. 대부분 추운 날씨를 견디지 못하고 피기 바쁘게 떨어지곤 하지만, 그래도 한번 피워보겠다고 기어이 꽃망울을 터뜨리는 모습들이 가상하다. 산 중턱까지 올랐다가 잡초들이 우거진 속에서 홀로 빨갛게 핀 조그만 꽃을 보았다. 지난번에 지었던 "작고 빨간 꽃"이라는 시를 읊조렸다. 작고 빨간 꽃 조용한 숲 속 잡초들의 자리다툼이 심한 곳에서 작은 꽃 하나가 고개를 간신히 내밀더니 바람 소리에 놀라 모습을 감춘다 억센 숨 고르는 산 중턱 더 이상 자라지 않는 키를 원망하며 파란 풀 속에서 빨갛게 숨을 죽여 구름이 지나가길 기다린다 낙화를 독촉함에 서러움이 크지만 누구를..

나의 이야기 2021.1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