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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최고의 명필 (1)

헤스톤 2021. 12. 13. 19:03

 

"조선 최고의 명필"이라는 제목으로 약 5회에 걸쳐 글을 쓰고자 한다.

 

1. 우문의 시작

 

조선 최고의 명필은 누구일까? 사실 이런 질문은 우문이다. 조선 3대 명필 혹은 4대 명필을 꼽는 것도 사람마다 다르듯이, 명필들의 글씨를 어떤 기준으로 평가하느냐에 따라 순위가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조선 최고의 명필"이 누구냐는 물음에는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즉, 평가하는 사람의 주관이 개입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이 글도 나의 주관이 일부 개입되었음을 먼저 밝힌다. 

 

우선 서예를 하면서 느끼는 것 중 하나는 무슨무슨 體(체)가 엄청 많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5체(해서, 행서, 초서, 전서, 예서)를 말하는 것이 아니고, 그 5체에서 갈라져 나온 체들이 부지기수다. 어떠한 碑文(비문)에 의한 글씨체도 엄청 많고, 더 나아가 명필들의 이름이나 호를 따서 부르는 書體(서체)들도 엄청 많다.

우선 해서의 예를 들면 일명 육조체라고 하는 것으로 비문에서 따온 "장맹룡비" 나 "원진묘비명"을 비롯하여, 명필 이름에서 따온 서체 들이 부지기수이다. 예서에서도 "사신비나 "조전비" 등 수두룩하다. 비문이 아니고 사람 이름을  따서 붙여진 것으로는 왕희지체, 구양순체, 안진경체 등을 비롯하여 조선시대 서예가로 쌍벽을 이룬다고 할 수 있는 추사 김정희의 추사체라거나 석봉 한호의 석봉체 같은 것 등이 있다.  

어찌 보면 글씨를 쓰는 사람마다 똑같은 글씨는 없다. 예를 들어 어느 선생이 체본을 똑같이 써 주어도 배우는 사람들의 글씨가 모두 다르다. 체본과 비슷하게 쓸 뿐이지, 사람의 얼굴 모양처럼 모두 다르다는 것이다. 당연히 명필들은 독특한 개성을 지닌 자기체를 모두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서예와 관련한 각종 전시회나 도록, 인터넷 등으로 다양한 작품들을 보면 우리나라에도 글씨를 잘 쓰는 사람이 참 많다는 생각이다. 내 기준으로 볼 때 이름이 제대로 알려져 있지 않은 사람의 작품에서도 훌륭한 글씨들을 많이 만날 수 있으니, 자칭이나 타칭으로 명필이라고 하는 이들은 아마 부지기수일 것이다. 정확한 숫자인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나라에 서예인구가 일천만이 넘고, 한번 붓을 잡았다 돌아선 이까지 합하면 이천만이 넘는다고 하니, 그 많은 사람 중에서 나름대로 글씨를 잘 쓴다고 하는 이들이 얼마나 많을 것인가. 정말 헤아리기 힘들 정도일 것이다.

 

 

2. 조선 4대 명필

 

다시 주제로 돌아가서, 일반적으로 조선 4대 명필이라고 한다면 안평대군(본명 : 이용), 봉래 양사언, 석봉 한호, 추사 김정희를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어떤 이는 4대 명필에 자암 金絿(김구)를 넣기도 하고, 원교 이광사를 넣기도 하며, 안평대군이나 김정희를 빼기도 한다. 조선 후기 3대 명필로는 호남의 창암 이삼만, 한양의 추사 김정희, 평양의 눌인 조광진을 꼽기도 하며, 또 어떤 이는 조선 3대 명필로 한석봉, 양사언, 김정희를 말하기도 하는 등, 평가하는 사람에 따라 약간의 차이가 있다. 세계 7대 불가사의나 세계 3대 악녀를 꼽을 때도 사람마다 조금씩 다른 것처럼 명필도 마찬가지다.

 

사실 기준이라는 것도 사람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위에 언급한 명필 중 누구의 작품이 더 우수하다고 함부로 재단하는 것은 매우 힘들다. 또 같은 사람이라도 어느 상태에 있을 때 보느냐에 따라 평가를 달리하기도 한다. '추사 김정희'가 평가한 '원교 이광사'의 대흥사 현판 글씨가 이를 잘 말해준다. 추사가 1840년 제주도로 유배를 가면서 해남 대흥사에 들러 원교가 쓴 대웅보전 현판 글씨에 대해 혹평하면서 떼라고 했다가, 1848년 귀양이 풀려 서울로 올라가면서는 옛날 자신이 잘못 보았으니 다시 달아달라고 했다는 이야기이다. 이 이야기는 사실여부를 떠나 지금은 전설로 남아있다. 자신만만을 넘어 오만하던 50대의 추사가 귀양살이를 하면서 성숙해져 가는 과정을 말하는 에피소드로 소개되기도 한다.

 

따라서 이러한 명필들을 어떤 잣대로 평가하느냐에 따라 4대 명필에 들어가기도 하고, 빠지기도 한다. 누가 최고의 명필이냐를 떠나서 분명한 것은 지금까지 언급된 사람들 모두 어떤 기준으로 평가하느냐에 따라 최고의 서예가임을 부인할 수는 없다. 예를들어 높이로 따지면 백두산이지만, 경치로 따지면 금강산이 더 우위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또 어떤 이는 지리산이야말로 최고의 명산이라고 할지도 모른다. 그런 의미에서 김구나 이광사도 대단한 명필이지만, 여기서는 일단 처음에 언급한 4대 명필에 대해서만 우선 간단하게 기술한 후 내가 생각하는 최고의 명필에 대하여 쓰고자 한다.

 

먼저 4명의 글씨에 대하여 한마디로 표현한 일반적인 평은 이렇다. 안평대군의 글씨는 매우 뛰어난 글씨이기에 名品(명품)이라고 한다. 양사언의 글씨는 절묘하다고 해서 妙品(묘품)이라고 하며, 한석봉의 글씨는 모범이 되고 표준이 된다고 하여 法品(법품)이라고 한다. 반면 김정희의 글씨는 신의 경지에 올랐다고 하여 神品(신품)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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