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 문장

가을을 보내며

헤스톤 2023. 11. 16. 08:10

 

 

가을을 보내며

 

지난날을 나무 끝에 매달고

바람이 슬프게 울어대니

고운 단풍잎 하나

삶을 내려놓고 멀어져 간다

정이란 무엇이고

인연의 끝에는 무엇이 남는 걸까

나무에 어린잎으로 매달려

초록으로 살다가

고운 빛깔로 사라지는 잎새 

고우면 고울수록

쓸쓸함은 더 깊어진다

 

높은 하늘의 가을을 걷다가

걷다가 주저앉으니

조그만 꽃 하나가 웃고 있다

단풍에 묻힌 초라한 꽃

그래도 기어이 피고 마는 꽃

정말 그렇게라도 피고 싶다

크지 않아도 상관없고

화려하지 않아도 상관없다

하늘이 나의 이름을 부르는 날

세상 참 아름다웠다고 말할 수 있도록

그렇게라도 한번 폼나게 

폼나게 피운 흔적을 남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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