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리는 마음
가을산에 올라 지나온 길 돌아보니
우거졌던 신록이 마른 잎으로 덮여있네
바위에 걸터앉아 푸른 하늘 바라보며
그림을 그리고 있는 구름이 편안히 쉬길 기다린다
待心(대심)
汗登秋山去道解(한등추산거도해)
茂綠變色乾葉蓋(무록변색낙엽개)
石上背坐視靑天(석상배좌시청천)
流雲描畵安息待(류운묘화안식대)
한시를 직역하면 이렇습니다.
땀흘리며 가을산에 올라 지난 길 돌아보니
우거졌던 신록의 색깔이 변하여 마른 잎으로 덮여있네
바위위에 등대고 앉아 푸른 하늘 바라보며
그림을 그리고 있는 구름이 편안히 쉬길 기다리노라
지나온 길 돌아본다
고개 한번 숙이고 허리 한번 굽혔다면
좀 더 위치도 높아질 수 있었던 시절이
자꾸만 눈에 밟힌다
한 발만 더 다가섰더라면 손에 닿을 수도 있었지만
나의 심성이 어려서부터 배운 세상과 어긋날 것 같아
그냥 쳐다보면서 눈물만 흘렸노라
솔직히 나는 한시 작법을 공부한 적도 없고, 잘 알고 있지도 않다.
더 나아가 지금까지 한시에 대한 작법에 크게 신경을 쓰지도 않았다.
다만 나는 나의 마음을 한문으로 표현해 보는 것을 좋아하여
나 나름대로의 규칙에 맞춰 그동안 作詩(작시)를 하곤 하였다.
본래 중국 사성(평, 상, 거, 입)에 맞추고, 평기식이나 측기식으로 하여
평성운을 맞춰 운목을 써야 성당시대의 진정한 한시 형식에 맞겠지만,
나는 한문을 이 땅의 사람들이 내는 소리로 운을 맞추고,
평측을 엄밀하게 따지지 않았던 古詩(고시) 형태의 漢詩(한시)를 짓곤 하였다.
내용에 平仄(평측)을 따지다 보면 내가 본래 쓰고자 하는 의미와 자꾸만 어긋나기 때문에
격식을 내 기준으로 맞춰 일명 自由詩(자유시)로 지었던 것이다.
위 시도 마찬가지다.
위의 1,2,4연 마지막의 운목인 解(해), 蓋(개), 待(대)도 마찬가지다.
이 점 격식을 존중하는 고수들의 이해가 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