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569

냉담을 풀면서

냉담을 풀면서 고통없이 하느님을 볼 수는 없는 것일까 하느님 보기 힘들다고 우기며 발길을 뚝 끊고 지냈더니 성당 가는 길이 잡초로 우거져 보여도 보이지 않았다 수없이 바뀌는 계절 속에서 십자고상을 보고도 못 본 척 기도서와 묵주를 서랍 속에 가둬두고 세심의 시간을 묻어둔 지 몇 해던가 하얗게 보이는 머릿속을 피 흘리며 문신으로 채우던 날 젊어졌다고 다시 보고 또 보며 고통없이 젊어질 수 없음을 안 그날 영세받을 때의 마음가짐으로 십자가 앞에 무릎 꿇었다 고통없이 하느님을 볼 수는 없겠지만 그 이상으로 기쁨과 영광 있기에 사랑의 모습으로 살지 못하는 바보보다 더 큰 바보는 없기에 굳게 닫아놓았던 빗장을 열고 당신의 모습으로 살리라고 다짐하며 두손을 가지런하게 모은다

나의 시 문장 2021.06.18

잠 못 이루는 밤

꿈속을 헤매는 중에 고기 굽는 냄새가 난다. 딸그락거리는 소리가 들리며 깊은 잠과 얕은 잠을 반복하다가 잠을 깼다. 도대체 얼마나 잤는지 분간도 되지 않으며, 내 몸이 침대에 있다는 것만 알아차릴 정도이었다. 절반만 깬 상태에서 이리저리 몸을 뒤척이다가 내 나이보다 더 무거운 눈꺼풀을 간신히 올렸다. 시계의 시침은 2자를 가리키고 있다. "아니, 이 밤중에 뭐 하는 거야?" "깼어? 미안해요~ 저혈당으로 도저히 견딜 수가 없어서~" 마누라가 새벽 2시에 고기를 먹고 있다.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다. 마누라가 당뇨로 고생을 한지는 어느덧 30년이 훌쩍 넘었고, 이제는 무엇으로도 조절이 되지 않는다. 한때는 약이나 인슐린 주사로 조절이 가능했었는데 말이다. 무엇보다 혈당 수치가 춤을 춘다...

나의 이야기 2021.06.07

뒷산의 둘레길을 걸으며

서울에 있는 산들은 거의 모두 둘레길을 만들어 놓았다. 비교적 편하게 걸을 수 있는 길이다. 북한산도 예외는 아니다. 그렇다고 오르막 내리막이 없는 것은 아니다. 어느 곳은 좀 힘이 많이 드는 곳도 있고, 의외로 계단이 많은 곳도 있다. 북한산은 서대문 안산이나 상계동의 불암산에 비해 계단이 많다. 그리고 거리도 길다. 북한산의 둘레길은 하루에 다 돌 수 있는 거리가 아니다. 약 45Km가 되기 때문이다. 내가 사는 아파트와 접해있는 곳을 조금 오르면 솔샘길 구간이라는 팻말이 나온다. 4구간이라고 하는데, 정릉 탐방안내소까지의 구간이다. 약 2Km이다. 그리고 오른쪽으로는 흰구름길 구간이라고 한다. 즉, 아파트와 접해있는 계단을 오르면 솔샘길 구간과 흰구름길 구간의 경계가 나온다. 솔샘길 구간도 가보긴 ..

나의 이야기 2021.05.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