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력의 숫자가 커지면서 바람의 무게가 느껴진다. 산에도 찬바람이 쌓여있다. 그래도 이 계절에 여기저기 피어있는 꽃들을 보면 참 용하다는 생각이 든다. 대부분 추운 날씨를 견디지 못하고 피기 바쁘게 떨어지곤 하지만, 그래도 한번 피워보겠다고 기어이 꽃망울을 터뜨리는 모습들이 가상하다. 산 중턱까지 올랐다가 잡초들이 우거진 속에서 홀로 빨갛게 핀 조그만 꽃을 보았다. 지난번에 지었던 "작고 빨간 꽃"이라는 시를 읊조렸다. 작고 빨간 꽃 조용한 숲 속 잡초들의 자리다툼이 심한 곳에서 작은 꽃 하나가 고개를 간신히 내밀더니 바람 소리에 놀라 모습을 감춘다 억센 숨 고르는 산 중턱 더 이상 자라지 않는 키를 원망하며 파란 풀 속에서 빨갛게 숨을 죽여 구름이 지나가길 기다린다 낙화를 독촉함에 서러움이 크지만 누구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