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 문장

냉담을 풀면서

헤스톤 2021. 6. 18. 11:53

냉담을 풀면서

 

고통없이 하느님을 볼 수는 없는 것일까

하느님 보기 힘들다고 우기며

발길을 뚝 끊고 지냈더니

성당 가는 길이 잡초로 우거져

보여도 보이지 않았다

 

수없이 바뀌는 계절 속에서

십자고상을 보고도 못 본 척

기도서와 묵주를 서랍 속에 가둬두고

세심의 시간을 묻어둔 지 몇 해던가

 

하얗게 보이는 머릿속을

피 흘리며 문신으로 채우던 날

젊어졌다고 다시 보고 또 보며

고통없이 젊어질 수 없음을 안 그날

영세받을 때의 마음가짐으로

십자가 앞에 무릎 꿇었다

 

고통없이 하느님을 볼 수는 없겠지만

그 이상으로 기쁨과 영광 있기에 

사랑의 모습으로 살지 못하는 바보보다

더 큰 바보는 없기에

굳게 닫아놓았던 빗장을 열고

당신의 모습으로 살리라고 다짐하며

두손을 가지런하게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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