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담을 풀면서
고통없이 하느님을 볼 수는 없는 것일까
하느님 보기 힘들다고 우기며
발길을 뚝 끊고 지냈더니
성당 가는 길이 잡초로 우거져
보여도 보이지 않았다
수없이 바뀌는 계절 속에서
십자고상을 보고도 못 본 척
기도서와 묵주를 서랍 속에 가둬두고
세심의 시간을 묻어둔 지 몇 해던가
하얗게 보이는 머릿속을
피 흘리며 문신으로 채우던 날
젊어졌다고 다시 보고 또 보며
고통없이 젊어질 수 없음을 안 그날
영세받을 때의 마음가짐으로
십자가 앞에 무릎 꿇었다
고통없이 하느님을 볼 수는 없겠지만
그 이상으로 기쁨과 영광 있기에
사랑의 모습으로 살지 못하는 바보보다
더 큰 바보는 없기에
굳게 닫아놓았던 빗장을 열고
당신의 모습으로 살리라고 다짐하며
두손을 가지런하게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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