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냉전 중 내가 결혼한 지 어느덧 39년이라는 짧지 않은 세월이 흘렀다. 하지만 나의 결혼 39주년 기념일은 그야말로 엉망이 되고 말았다. 나의 자존심에 스크래치가 난 날로 화를 참지 못했기 때문이다. 문제의 시작은 결혼기념일을 4쌍의 부부들이 모이는 ME( marriage encounter, 성당 관련 부부모임) 일자로 잡은 것부터라고 할 수 있다. 그래도 이왕 모이기로 약속한 날이기에 모임 장소인 '삼각지역'으로 갔다. 예전에 한 번이라도 지나친 적은 있었겠지만, 주변 풍경으로 볼 때 처음 가보는 곳이었다. 당초 목적지로 삼았던 "용리단길"은 MZ 세대들에겐 인기가 있는 곳인지 몰라도, 나 자신이 젊지 못한 탓인지 눈여겨 볼만한 것이 별로 없었다. 일단 점심시간이 되어 근처 삼계탕 집에서 닭볶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