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直道(직도)를 바라보며

바지를 하나 샀다. 살 때 분명 내 허리치수에 맞게 샀고, 그 후 바지길이를 내게 맞는 길이로 줄였는데, 이상하다. 입을수록 뭔가 어색하다. 허리는 예상외로 넉넉하고, 길이는 짧다.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 바지를 짧게 입는 것이 아무리 유행이라고 하지만, 아무리 봐도 나한테는 어울리지 않는다. 다른 바지들과 비교하면서 제대로 길이를 잘 쟀다고 여겼는데, 그게 아니다. 사실 이런 착오가 바지 하나뿐이겠는가. 과거를 돌아볼 때 이런 경우가 허다하였다. 실제로 시행착오라는 것을 숱하게 거치며 사는 것이 인생이리라. 과거의 바름(正)이 곧 현재의 바름(正)이라고 단정 지을 수 없다. 이런 이유 등으로 법이나 제도가 시대의 흐름에 맞게 바뀌기도 하고, 장소에 따라 적용되는 기준이 다르다고도 본다. 분명한 것은 눈으..

나의 이야기 2023.09.25

悲慾(비욕) - 15

15. 찬바람을 전하며 그 해 11월이 되면서 찬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벌어놓은 돈이 아무리 많다고 해도 계속되는 적자에 위기감을 느끼지 않는 직원은 없었다. 세계적인 경제불황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상해 법인의 큰 불량까지 겹쳐 경영상황이 크게 악화되면서 무너지기 시작한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손해라는 것을 알면서도 어쩔 수없이 생산하는 품목수도 자꾸만 늘어났다. 대부분의 회사가 그렇듯이 이럴 경우 비용을 줄이는 가장 쉬운 방법은 인원을 줄이는 것이다. 하나케이시(주)도 가장 쉬운 방법을 택했다. 대대적인 구조조정 작업에 들어갔다. 차가운 바람이 자꾸만 옷 속으로 파고들었다. 날씨마저 전형적인 11월의 을씨년스러운 날들이다. 차가운 늦가을 비가 내린 뒤 맑고 파란 가을하늘이지만 따뜻한..

장편소설 2023.09.16

待心(대심)

기다리는 마음 가을산에 올라 지나온 길 돌아보니 우거졌던 신록이 마른 잎으로 덮여있네 바위에 걸터앉아 푸른 하늘 바라보며 그림을 그리고 있는 구름이 편안히 쉬길 기다린다 待心(대심) 汗登秋山去道解(한등추산거도해) 茂綠變色乾葉蓋(무록변색낙엽개) 石上背坐視靑天(석상배좌시청천) 流雲描畵安息待(류운묘화안식대) 한시를 직역하면 이렇습니다. 땀흘리며 가을산에 올라 지난 길 돌아보니 우거졌던 신록의 색깔이 변하여 마른 잎으로 덮여있네 바위위에 등대고 앉아 푸른 하늘 바라보며 그림을 그리고 있는 구름이 편안히 쉬길 기다리노라 지나온 길 돌아본다 고개 한번 숙이고 허리 한번 굽혔다면 좀 더 위치도 높아질 수 있었던 시절이 자꾸만 눈에 밟힌다 한 발만 더 다가섰더라면 손에 닿을 수도 있었지만 나의 심성이 어려서부터 배운 ..

나의 시 문장 2023.09.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