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悲慾(비욕) - 15

15. 찬바람을 전하며 그 해 11월이 되면서 찬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벌어놓은 돈이 아무리 많다고 해도 계속되는 적자에 위기감을 느끼지 않는 직원은 없었다. 세계적인 경제불황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상해 법인의 큰 불량까지 겹쳐 경영상황이 크게 악화되면서 무너지기 시작한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손해라는 것을 알면서도 어쩔 수없이 생산하는 품목수도 자꾸만 늘어났다. 대부분의 회사가 그렇듯이 이럴 경우 비용을 줄이는 가장 쉬운 방법은 인원을 줄이는 것이다. 하나케이시(주)도 가장 쉬운 방법을 택했다. 대대적인 구조조정 작업에 들어갔다. 차가운 바람이 자꾸만 옷 속으로 파고들었다. 날씨마저 전형적인 11월의 을씨년스러운 날들이다. 차가운 늦가을 비가 내린 뒤 맑고 파란 가을하늘이지만 따뜻한..

장편소설 2023.09.16

待心(대심)

기다리는 마음 가을산에 올라 지나온 길 돌아보니 우거졌던 신록이 마른 잎으로 덮여있네 바위에 걸터앉아 푸른 하늘 바라보며 그림을 그리고 있는 구름이 편안히 쉬길 기다린다 待心(대심) 汗登秋山去道解(한등추산거도해) 茂綠變色乾葉蓋(무록변색낙엽개) 石上背坐視靑天(석상배좌시청천) 流雲描畵安息待(류운묘화안식대) 한시를 직역하면 이렇습니다. 땀흘리며 가을산에 올라 지난 길 돌아보니 우거졌던 신록의 색깔이 변하여 마른 잎으로 덮여있네 바위위에 등대고 앉아 푸른 하늘 바라보며 그림을 그리고 있는 구름이 편안히 쉬길 기다리노라 지나온 길 돌아본다 고개 한번 숙이고 허리 한번 굽혔다면 좀 더 위치도 높아질 수 있었던 시절이 자꾸만 눈에 밟힌다 한 발만 더 다가섰더라면 손에 닿을 수도 있었지만 나의 심성이 어려서부터 배운 ..

나의 시 문장 2023.09.10

이 부끄러움을 어찌할까?

지난 광복절 경향신문에 梅泉(매천) 黃玄(황현) 선생과 관련한 기사가 있었다. 그 기사를 읽어 내려가는 중 아래의 글을 읽고 가슴이 콱 막혔다. “나라가 이 지경이 되었는데 순절해야 할 사람은 누구입니까.” 1910년 9월6일이었다. 경술국치(8월26일) 소식이 뒤늦게 매천 황현(1855~1910)이 은거하던 전남 구례에 전해졌다. 이때 동생(황원·1870~1944)은 형(매천)에게 실명까지 거론하면서 “나라가 망했는데, 왜 ‘아무개 공(某公)’ 같이 인망(人望)이 두터운 분이 죽지 않고 있는거냐”고 책망했다. 매천이 씩 웃었다. “나는 그러지 못하면서 남이 죽지 않는다고 뭐라 해서 되겠느냐. 나라가 망한 날에는 사람마다 죽어야 하는 것이다.” 이틀 뒤인 9월9일 새벽 매천은 홀연히 붓을 들어 ‘절명시’..

나의 이야기 2023.08.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