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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한 연상 릴레이

불안하다. 솔직히 많이 불안하다. 초등학교 6학년 때 담임 선생님이었던 오 선생님에게 전화를 몇 번 걸었지만, 계속 "없는 번호"라고 나온다. 알고 있는 집 전화번호도 마찬가지다. "없는 번호이니 다시 확인하라"는 멘트만 계속 듣기 싫게 나온다. 선생님에게 무슨 일이 있는 것이 틀림없다. 불안하지 않을 수 없다. 약 10년 전부터 매년 '스승의 날'이 오면 선생님에게 안부 전화를 드렸다. 그런데 올해는 어찌하다 그날을 놓치고 늦게서야 전화를 드렸는데, "없는 번호"라는 멘트가 나오는 것이다. 무슨 일이 있는지 확인할 방법이 떠오르지 않아 답답한 마음이다. 선생님과 연락을 주고받은 지는 이제 약 10년이 조금 넘는다. 당시 선생님은 내 전화번호를 어떻게 알았는지 "마누라가 아파서 C대학교 병원에 입원하고 ..

나의 이야기 2020.06.24

둘레길을 걸으며

명색이 시인이라고 하면서 시를 써본지가 오래되었다. 시와 관련된 책이나 다른 시인들의 시는 많이 읽으면서 내 시를 쓰는 것에는 인색했다. 작년 이후 계절이 바뀔 때마다 겨우 한편을 쓸까 말까 할 정도이니 시인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기가 부끄럽다. 시를 잘 쓰지 못하는 이유는 게으른 탓도 있지만, 무엇보다 시심이라는 것이 움직이질 않는다. 그러다 보니 자꾸만 시와 멀어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다가온다. 그래서 최근엔 시의 종자라도 얻을 수 있을까 하여 근처 불암산의 둘레길을 걷곤 한다. 우선 집을 나서면 지난봄 하얗게 꽃을 피웠던 목련의 나뭇잎들이 손을 흔든다. 이젠 잎을 키울 만큼 다 키운 상태이기에 색깔만 더 진한 녹색으로 바꿀 일만 남은 것 같다. 목련도 그렇지만 그 옆에서 빨갛게 꽃을 피워 눈길을 사로잡..

나의 이야기 2020.06.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