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 문장

월영교에서

헤스톤 2019. 7. 29. 08:53

 

 

 

"월영교(月映橋)"라는 이름을 보니 몇년 전 교오토(京都)에 갔을 때 걸었던 渡月橋(도게츠교)가 생각난다.

도게츠교에 갔을 때 지었던 나의 졸시(拙詩)가 생각나 이곳에 옮겨본다.

 

渡月橋에서

 

달님은 이 다리를 건널 때 무엇을 보았을까

왼쪽을 보았을까 오른쪽을 보았을까

과거를 보았을까 미래를 보았을까

눈을 뜨고 보았을까 눈을 감고 보았을까

갈 길이 멀다고 바쁜 척하던 바람도

이곳에선 쨍쨍한 햇볕을 칭칭 감고

잠시 숨을 멈춘다

 

달님이 다리를 건너는데 얼마나 걸렸을까

순간이었을까 무량겁이었을까 

바람은 얼마나 오래 생각을 묶어 놓아야

달님의 흔적이라도 볼 수 있을까

삼십년이 넘도록 사랑을 중얼거리는

반려자의 입술에

달 모양의 아이스크림을 하얗게 묻히며

앞날을 물위에 그려본다

 

 

 

 

渡月橋(도게츠교)와 月映橋(월영교)를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따른다. 

여러 면에서 다른 모습이고, 느끼는 감정 또한 크게 다르기 때문이다.

월영교에서는 도게츠교에 갔을 때와 다르게 아무 시구(詩句)도 떠오르지 않았다.

그래서 그냥 지나치려고 했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월영교의 모습이 자꾸만 떠오르는 것이었다.

 

 

월영교에서

 

달빛따라 전설이 흐르네

머리카락 뽑아 미투리 삼은 지어미 사랑이

오늘도 다리 밑으로 흐르네

그 뜨거운 사랑

그 눈물겨운 사랑

달빛도 조용히 눈물을 뿌린다

 

머리가 희어지도록 살자고 하더니

죽을 때 함께 죽자고 하더니

처 자식 남겨두고 일찍 가버린 남편

이승에서 못다한 말들

원이 엄마는 하늘에서 만났을까

그 서러움이 달빛을 받아 

처연하기 그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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