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시간이 약이다

헤스톤 2018. 11. 23. 13:41

 


"아프지 않고 살 수는  없는 것일까?"

다른 것 다 필요없고 아프지만 않다가 세상을 마감할 수 있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정말 아프지 않고 살 수는  없는 것일까? 지난 약 3개월 동안 여러 병원을 하도 많이 다니다 보니 오늘은

아침부터 이 말이 불쑥 튀어 나온다. 최근 통증이 오랫동안 지속되면서 여러 가지로 의욕도 떨어지고, 삶의 

긍정적인 지수도 뚝 떨어졌다. 

한마디로 말하면 몸이 안 좋다. 전보다는 많이 나아졌다고 하지만, 지금도 간헐적으로 기분나쁘게 안 좋다.

 

처음 시작은 하늘이 매우 맑고 푸르던 날이었다. 저 하늘을 조금만 더 바라보고 있으면 멋있는 시 한편이

그려질지도 모른다고 생각할 때이었다. 왼쪽 어깨부터 팔꿈치까지 통증이 왔다. 그 때만 해도 그냥 그러다

말겠지 했는데, 하루종일 통증이 지속되는 것이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통증은 가라앉지 않고 더 심해졌다. 

약 5~6년 전부터 허리나 다리에 약간의 통증을 느낄 때는 있었어도 어깨나 팔이 아팠던 적은 없었기에 곧

괜찮아지리라고 여겼는데, 이렇게 오래갈 줄 몰랐다. 정말 지난 약 3개월 동안 얼마나 많은 병원을 다녔는

지 모른다.

지난 3개월을 돌이켜보니 잘못된 선택의 연속이었던 것 같다. 몸이 아프면 귀가 얇아져서 누가 어느 병원이

좋다고 하면 달려가곤 했는데, 실망의 연속이었다. 지금까지 나를 편하게 한 병원은 하나도 없었다. 무엇

보다 성질이 급한 탓으로 빨리 낫지 않는 것에 대한 안절부절의 연속이었던 것 같다.

 


 

통증이 시작된 날의 밤엔 자다깨다를 반복했다. 그 다음날엔 주요업무가 있어 출근을 해야겠기에 차를

운전하고 가는데, 왼쪽 팔에 오는 통증의 강도가 심해 도저히 왼팔을 들 수가 없었다. 할 수 없이 우선

가까운 정형외과로 갔다. 여러 진단과 함께 CT촬영을 한 결과 목의 4,5번이 문제라는 것이었다.

의사는 이제 시작이니 좀 더 지켜보자고 하면서 진통제 주사와 더불어 약을 처방해 주었다. 그곳에서

견인치료 등의 물리치료도 받았다. 약 1주일동안 처방받은 약 복용과 함께 물리치료를 계속 받았지만, 

차도는 없었다. 오히려 통증이 더 심해지는 것 같았다. 진통제를 더 강한 것으로 처방받아 먹었지만, 

역시 소용이 없었다.

통증은 왼쪽 어깨부터 팔꿈치까지 이어졌고, 간혹 손 끝까지 올 때도 있었다. 동네 한의원에 가서 침도

맞고 그곳의 물리치료도 받아 보았으나 통증이 가라앉지는 않았다. 

 

내가 힘들어 하니까 집사람의 걱정지수가 크게 올라갔다. 이때부터 많은 돈이 들어가기 시작했고, 나의

스트레스 지수도 올라갔다. 가까운 사람의 지나친 관심이 꼭 좋은 것은 아니다. 그리고 선생님이나 부모님

의 말이 꼭 옳은 것이 아니듯이 여자의 말이나 네비게이션의 말이 꼭 옳은 것도 아니다. 이미 CT로도 그

원인을 알 수 있는 것인데, 집사람의 요구로 고비용을 들여 MRI 촬영을 하였다. 촬영할 때의 그 고통은

정말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이었다. 20여분간 최고로 아픈 자세를 유지하며 커다란 기계음 소리를 들을

수밖에 없었다. 목 4,5번의 협착증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의사는 약 2개월간 치료를 해보고 그래도 안되면

수술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집사람은 수술이 아닌 '시술'을 줄기차게 부르짖어 유명하다는 안암동의 다른 병원으로 가서 다시 진단을

받고, 목 뒷쪽으로 긴 주사를 맞았다. 생각보다 많은 비용이 들었다.

물론 나을 수만 있다면 돈 쓰는 것이 아까울리 없겠지만, 그렇지 못할 때는 스트레스도 올라간다. 그곳에서

맞은 주사는 아마 스테로이드 주사인 것 같은데 주사를 맞은 후 약 이틀간은 통증이 완화되는 듯 하였다.

그래도 왠지 찜찜하게 통증이 잔뇨처럼 남아있더니 3일째부터는 더 심해졌다. 

 

통증이 심할 때는 그냥 왼쪽 팔 하나를 잘라내고 싶었다. 덩달아서 약 5~6년 여 전부터 시작된 왼쪽다리의

기분나쁜 통증도 이어졌다. 어쩌면 하느님은 어렸을 때 내가 기도했던 것을 이제 들어주려고 하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기에 이르렀다. 

어렸을 때의 일이다. 만약 내 몸 어느 한 곳을 못 쓰게 되는 일이 발생한다면, 왼쪽 팔이 없는 인생을 살게

해달라고 기도했었다. 그것도 들어주기 힘들다면 왼쪽 다리가 불편한 삶을 살게 해달라고 기도했다.

적어도 오른쪽 팔과 다리는 성하게 해달라고 기도했었다. 왜냐하면 주로 사용하는 쪽이 오른쪽이기에

오른쪽 만큼은 건강하게 해달라고 빌었던 것이다. 물론 당시 어린 마음에 어느 한쪽이 불편하게 될 상황이

되면 그렇게 해달라는 것이었는데, 야속하게도 철없던 시절의 그 기도를  하느님은 이제 들어주려고 하는

같았다.

 

 


여러 사람들로부터 어디에 가 보라는 말들이 많았다. 한의원만 해도 용하다는 곳 3군데를 돌아다녔다.

그런데 유명하다는 S한의원의 한약값은 만만치 않았다. K한의원에서도 한약을 권했다. 지금 나는 정형

외과와 한의원을 다니며 한약도 먹고 있다. 

마사지 샵도 몇 군데를 다녔다. 중국마사지, 태국마사지도 갔다왔다. 그런 곳을 갔다왔지만, 큰 효과는

느끼지 못했다. 오히려 더 아픈 경우가 많았다.    

 

여러 곳으로부터 공통된 말을 들었다. 어느 곳에서나 2개월의 치료를 꾸준히 받으면 낫는다는 말이었다.

지금 생각하니 감기에 대한 속설같은 것이었다. 감기에 걸리고 낫는데 대한 속설로 '약 먹으면 7일,

안 먹으면 1주일'이라는 말이 있듯이 나의 이 통증은 약을 먹거나 주사를 맞아도 2개월, 아무것도 안 해도

60일인 듯 하였다. 

 

60일이 지나면서부터는 조금씩 좋아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직 완전하지는 못하다. 어느 덧 3개월이다.

지금도 나를 아는 사람들은 어느 병원에 가보라거나 어느 안마업소 혹은 체형관리소에 가보라는 등의 말을

많이 한다. 이젠 그냥 최근에 다니던 한의원이나 정형외과에서 물리치료나 받으련다. 앞으로 약 1개월

정도는 누구의 말도 듣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젠 좀 참을만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병원을 다니면서 

한가지 교훈을 얻었다. 

 

너무 서두르지 말자는 것이다. 시간이 약이다. 너무 조바심을 가지지 말자는 것이다. 서두를 것 없다. 이제

나이도 그렇고 좀 천천히 가야할 길이다. 겸손하게 살아야겠다는 생각도 든다. 무엇보다 쓸데없이 화를

내지 말자. 화를 내면서 명을 재촉할 필요가 없다. 특히 가까운 사람들에게 미소를 보내자. 병원 욕을 할

필요도 없다.

말한대로 이루어진다는 "입버릇 이론"을 마음속에 간직하며 오늘은 긍정의 말을 나에게 마구 보낸다.  

 

* 지난 약 3개월동안 좋은 계절 가을을 맞이하여 돌아다니기도 많이 하였다.

   퇴직동기들과 창덕궁도 갔었고, 입행동기들과는 청태산도 가고 횡성호수길도 갔다.

   고등학교 동창들과는 옥순봉에도 갔었다. 아픈 몸을 이끌고 열심히 다녔다.

   그리고 책도 처음으로 발간하였고, 문학상 시상식에서 금상도 받았다.

   이렇게 올해의 가을이 갔다. 가을이 갔다.

   이젠 상 같은 것 안받아도 좋으니 더 이상 아프지나 않았으면 좋겠다.    

 

 

(고등학교 동창들과 부부동반으로 옥순봉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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