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멋있게 차차차

헤스톤 2018. 11. 5. 14:13



 

"투 쓰리 차차차, 투 쓰리 차차차"

지도하는 선생님의 카운트는 투와 쓰리 다음에 앤(And)을 넣고, 제일 뒤에도 앤을 넣지만, 동작을 하다보면

내 귀에 앤은 잘 들리지 않는다. 그리고 이제 막 댄스를 배우기 시작한 입장에서 가르치는 대로 더 절도

있게 앞발을 눌러가며 추다가는 음악을 따라가지 못할 때도 있다. 따라서 '투 쓰리 차차차'를 '1박자, 1박자,

1/2 & 1/2, 1박자'를 실어 딱딱 끊어지게 하려고 애를 써 볼 뿐이다.

'차차차'는 룸바에 비해 확실히 빠른 춤이다.  4/4박자 춤으로 이에 맞춰서 몸을 움직이다 보면 얼마 지나지

않아 온 몸이 땀으로 범벅이 된다. 


내가 댄스를 배우러 다닌지는 얼마 되지 않는다. 구청의 평생교육원에서 하는 프로그램에 다니는 것으로

작년 여름과 가을에도 잠깐 배웠으니 그 기간을 다 합하면 10개월 남짓이 된다. 10개월이라고 하지만

일주일에 한번, 2시간만 하고 있기 때문에 실제로 땀을 흘린 시간은 길지 않다. 그리고 매 분기마다 

가르치는 종목이 달라서 기초만 살짝 맛보다가 끝나고 만다. 

그동안 배운 것을 개월수로 보면 자이브가 6개월, 룸바가 3개월, 이제 차차차가 1개월이다.

당연히 전문적으로 춤을 추기 위해 배우는 것이 아니고, 그냥 취미로 운동삼아 배우는 것이기 때문에 

실력의 큰 향상을 기대하면서 다니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 댄스가 희한하게 나에겐 맞는 운동인 것 같다. 20년 이상 골프를 치면서 자세가 잘못된 탓인지

허리와 다리의 한쪽으로 무리가 가서 균형을 잡기위해 시작한 것인데, 다행히 댄스는 자세를 바로하는데

도움이 된다. 그리고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골프보다는 댄스에 조금 더 소질(?)이 있는 것 같다. 물론

남들이 보기에는 어설프고 박자도 못 맞춘다고 하겠지만, 나 스스로는 춤을 추면서 내 폼이 괜찮다고

스스로 만족한다. 내 몸이 유연한 편은 아니지만, 지금까지 소화하는데 어렵다고 생각되는 동작이 없었다. 

오히려 불만이라면 진도를 빨리빨리 나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내 기준으로 볼 때 하루에 4~5개 동작을 

한꺼번에 가르쳐줘도 다 따라갈 수 있을텐데, 매주 새롭게 배우는 동작은 별로 없다. 매번 하던 것만 계속

해서 하면 지루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차차차'는 작년에 잠깐 배웠던 '룸바'와 비슷한 것 같으면서 분위기가 많이 다르다. 룸바보다 움직임이

빠르고, 4개의 박자 모두에 중심이동을 해야 한다. 그동안 여기저기서 읽었던 글과 다른 사람한테 들은

내용을 룸바와 비교해 보면 이렇다. '룸바'는 사랑의 춤으로 아름다운 사랑을 표현하지만, 슬픈 사랑의

춤이다. 따라서 웃으면서 출 수 없는 이루지 못한 사랑의 춤이라고 한다. 

룸바도 4/4 박자의 춤으로 카운트는 '투 쓰리 포 원'이다. 투 쓰리에 한 박자씩 내딛고, 포에는 디디면서

원에 온 몸을 눌러 바닥에 밀착시키며 깊은 사랑을 표현한다.

반면에 '차차차'는 끊어지는 맛이 있다. 딱딱 끊어지게 하면서 분명하게 움직여야 한다. 반드시 한쪽

다리는 곧게 펴게 되어 품위있는 춤이라고 하며 라틴 종목에서는 가장 배우기 쉬운 춤이라고 하는데, 이제

막 배우기 시작한 나의 입장에서는 다 비슷하다. 

지도하는 선생님은 자꾸만 확실하게 앞발을 누르라고 하지만, 잘 못하다가는 음악을 따라가기 어렵기

때문에 쉽게 되지 않는다. 그리고 내가 배우는 곳에서는 전체적으로 통용되는 루틴대로 배우는 것도

아니고, 임의로 순서를 만들어서 가르치고 있기 때문에 인터넷으로 복습이나 예습도 잘 안된다.

따라서 여기의 프로그램에 맞게 순서를 외워야 된다.  


 

"투 쓰리 차차차, 투 쓰리 차차차"

'차차차'라는 이름이 어떻게 붙여졌는지 백과사전에 나와있는 내용을 인용해 보면 다음과 같다. "이 춤은

1943년 쿠바의 음악가였던 페레스 프라도(Perez Prado)가 만든 맘보(mambo)에 기원한 춤으로 '차차차'란

명칭은 이 춤을 출 때 연주되는 곤봉처럼 생긴 악기의 이름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이 악기는 서인도제도

카리브지역의 섬에서 자라는 차차(Tcha tcha) 또는 콰콰(Kwa kwa)라는 이름의 열매로 만들었기 때문에

'차차'라고 불렸다고 한다." 

한편 다른 유래로는 "이 음악의 제 4박자가 1/2, 1/2로서 각각 반박자씩 연주되는 음이 '차차'로 들리는데,

그 다음 박자의 첫 1박자까지 연속되어 마치 '차차차'로 들리는데에서 '차차차'로 불렸다고도 한다."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겠지만, 나도 이름의 유래는 아무래도 상관없다. 다만 좀 더 멋있게 폼을 잡으

려고 노력하며 즐겁게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대개 "춤"이라고 하면 어두컴컴한 불빛아래 끈적거리는 불건전한 것들이 연상될 수도 있다. 그래서 대놓고

배우러 다닌다고 말하는 것이 꺼려지기도 한다. 물론 이제는 매스컴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의 노력에 의해

불건전한 인식이 많이 없어진 탓인지 배우려는 사람들이 자꾸만 늘어나는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도 수년

전에 이미 동호인수가 약 800만명으로 추정된다고 하니 이제는 어느덧 대중스포츠로 자리매김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나는 남들의 눈을 별로 의식하고 싶지 않다. 내가 재미있게 운동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만족이다. 

내 기준으로 볼 때 댄스는 재미있는 스포츠이다. 동작 하나하나를 배우면서 기쁨을 느낀다. 물론 언제까지

이런 기쁨을 느낄 수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우선 몸 상태가 따라주지 않으면 안된다. 적어도 걸어다닐 수

있을 정도는 되어야 한다. 나중에 나이가 더 들어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오늘만큼은 모든 걱정 다 제쳐두고 

멋있게 스텝을 밟아 본다. 언제나 오늘을 즐겁게 사는 것이다.

"근심을 털어놓고 다함께 차차차~, 슬픔을 묻어놓고 다함께 차차차~, 즐거운 마음으로 멋있게 차차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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