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자랑이 자책보다 낫다

헤스톤 2018. 10. 5. 09:08

 

 

페북에 가 보면 자기자랑으로 넘쳐난다. 자랑거리도 아닌 것을 자랑하는 경우도 많다. 학교 동창이나 직장

동료들을 만나 이러저러한 음식을 먹었다거나 어느 곳에 놀러갔다는 것뿐만 아니라 일상생활까지 보여주면서

자랑들을 하고 있다. 재작년 겨울 촛불시위때는 그 현장에서 촛불을 들었다는 것을 자랑하는 글이 넘쳐났다.

어느 유명인사와 사진이라도 찍으면 말할 것도 없고, 그런 사람들과 같은 현장에 있었다는 것도 큰 자랑이다. 

그 외에 교회 집사가 되었다거나 단체 총무가 된 것도 자랑이다. 특히 손자 손녀 바보는 넘쳐난다. 손자나

손녀의 사진을 매일 올리는 이도 있다. 


내가 아는 어떤 이는 칠십칠세가 되어서야 첫 손자를 보았다. 요즘 이 분은 손자 자랑하기에 바쁘다.

돈 내놓고 자랑하라면 돈이라도 금방 내 놓을 기세다. 이 분은 아들만 하나뿐인데, 본인뿐만 아니라 아들도

장가를 늦게 간 탓으로 이제 겨우 손자를 보게된 것이다. 그러니 얼마나 자랑하고 싶을까. 사실 그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남들이 손자나 손녀 자랑을 하면 적당히 좀 하라고 타박을 주던 사람이었다. 하지만, 이제 그

에게 손자 자랑하는 것을 멈추라고 할 수가 없다. 그런 자랑을 못 하게 하면 그는 아마 심한 상처를 받게 될

것이다. 


그런데 어떤 이는 정말 자랑할 말한 것도 아닌 것을 예쁘게 포장해서 자랑하기에 바쁘다. 심지어 학교다닐

때 감옥에 잠깐 갔다온 것을 두고두고 자랑하는 이도 있다. 촛불시위때 남들이 건네주는 촛불 몇 번 들고

마치 자신이 민주투사라도 된 것처럼 자랑하거나 정권을 교체하는데 주역을 담당한 것처럼 자랑하는 이도

있다.

이 모든 것들의 밑바닥에는 자신을 위해 그렇게 하는 것 같다. 그렇게 하지 말라면 아마 병이 날 것이다.



 

한편 생각하면 자신을 자책만 하는 인간보다는 정신적으로 나을지도 모른다. 과거 약 10년 전 화가 머리끝

까지 치밀어 올라 수 년 동안 욕실에서 물을 크게 틀어놓고 욕을 막 해대기만 했던 나같은 사람보다는 건강상

나을지도 모른다. 당시 여러 해 나는 매우 힘들었다. 세상엔 나보다 더 바보같은 인간도 없을 것이라고 자책

했다. 어디서부터 단추가 잘 못 끼워졌는지 더 이상 승진도 못하고 지점장만 주구장창 하는 내가 너무 슬펐다.

나같이 똑똑한 인간을 제대로 대접하지 않는 개00들을 욕했다. 나보다 능력은 말할 것도 없고 여러가지로

훨씬 못 미치는 인간들도 승진하는데 나는 왜 이 모양 이 꼴인지에 대하여 자책하며 스스로를 혹사시켰다. 

내가 세상에서 제일 바보이고, 가장 운이 없는 사람인 것 같았다. 


그러나 한편 생각하면 나보다 더 힘들어 할 다른 직원들도 있었을 것이다. 나보다 훨씬 똑똑함에도 불구하고 

지점장도 못한 인간들도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사회에서 은행 지점장, 그것도 국책은행 지점장이면 그렇게

밑바닥 인생은 아닌 것으로 평가받는데, 당시 나는 왜 그렇게 자책으로 몸부림쳤는지 모른다. 욕실에서

그렇게 불특정의 누군가를 향해 욕을 해대며 자신을 괴롭혔다. 모든 것을 내 잘못이라고 여겨야 한다는 것이 

쉽지 않았기에 그렇게 욕이라도 하며 풀었던 것 같다. 스스로를 힘들게 하지 말고  자신을 토닥거릴 줄도

알아야 하는데, 그게 쉽지가 않다. 욕과 함께 자책으로 몸부림쳤다.


이와 반대의 입장에서 보니 별 것도 아닌 것 같고 자랑하는 사람들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들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지도 않는다. 그들은 누구보다 자신을 사랑하고, 자신을 위해 그렇게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자책보다는 자랑할 줄 아는 사람들이 더 긍정적이다. 지금은 어두운 색보다 밝은 색이 이 더 필요한

세상이다. 은행 퇴직 후 쓴 내 글들도 가만히 들여다 보면 대부분 나를 좋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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