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3일간의 행복(상)

헤스톤 2016. 2. 26. 21:47

 

 

며칠 전 페이스북에 젊은 여자로부터 친구요청이 왔다. 외국 여자이다. 게다가 프로필 사진을 보니 계급이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정복을 입은 직업군인이다. 그녀가 올린 몇 장의 사진으로도 군인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미인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군복이 잘 어울리는 모습이다. 아버지인 듯한 사람과 찍은 사진도 있고

딸들로 보이는 사진도 여러 장 있다. 가족사진을 올린 것으로 보아 엉터리로 페북을 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았다. 

그녀의 페이스북에는 이미 한국인 친구들이 몇 명 있었다. 그녀가 어떻게 나를 알고 친구신청을 하였는지

조금 신경이 쓰였다. 사실 온라인상으로 친구를 맺는다는 것이 무슨 대단한 일은 아니다. 따라서 특별한

이유없이 신청을 거절할 필요도 없을 것 같아 그녀의 프로필을 보다가 별 생각없이 친구 수락을 하였다.

사실 페북 친구가 되었다고 서로 연락하며 메시지를 주고 받는 경우는 드물다. 더구나 기왕에 알고

지내던 사이도 아니기에 별 의미를 두지도 않았다. 그런데 친구수락을 한 후 얼마 되지 않아 페북에

메시지가 왔다고 군복을 입은 그녀의 대문 사진과 함께 스마트폰에서 알림표시가 뜬다.


'안녕하세요. 어떻게 당신이 뭐하는 내친구?' 앞뒤가 안 맞는 이 문장은 아마 ' How are you doing, my

friend?' 를 한글번역기로 번역한 것 같다. 외국어를 번역기로 번역하면 의미가 이상해지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서로 의사소통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나는 영어로 답변하였다. 'only accepted your friend request.' 

그리고 당신의 직업이 군인이냐고도 물었다. 그랬더니 금방 답변이 온다. 친구수락을 해줘서 고맙고, 가자

지구에서 근무하는 미국 군인이라고 한다. 'Thanks. Am a US military Army. And am currently in Gaza for

service.' 나에 대하여 알고 싶다고 하길래 나는 전직 은행원 출신으로 그냥 평범한 회사원이고 지금은 업무

시간으로 바쁘다고 하니 다음에 나에 대하여 많은 것을 알려 달라고 한다. 나에 대하여 무엇이 알고 싶다는

것인지 몰라도 낯선 외국 여자와 몇 마디를 주고 받았다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하늘로 올라간다.

 

 

다음날 페북에 메시지가 왔다는 표시가 계속 뜬다. 그녀이다. 지금 대화가 가능하냐고 하기에 잠깐 시간을

낼 수있다고 하였다. 나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고 하면서 문자를 보낸다. '38세  How old are you?  

Tell me more about yourself. Are you married with kids?' 성질이 좀 급한 모양이다. 여러가지를 한꺼번에

물어 본다. 자신의 나이가 38살이라고 하면서 나는 몇 살이냐는 것이다. 그리고 결혼했느냐고 묻는다. 무엇

보다 나이를 밝히려고 하니 껄끄럽다.

 

최근 인터넷의 발달로 묘한 인간관계가 많다. 카톡이나 블로그 등을 통하여 한번도 만난 적이 없는 이와

대화를 나눈다. 앞으로 만날 일도 없는 사람들과 글을 주고 받으며 인연을 맺고 산다. 그런 와중에 외국의

젊은 여군과 메시지를 주고 받는다는 것은 기분좋은 일이 아니라고 할 수 없다. 자주 사용하는 언어도 아닌

영어로 말이다. 그들이 사는 세상을 간접적으로 알아 볼 수 있겠다는 생각도 있었다. 그리고 젊은 미 여군

과 실시간으로 문자 대화를 나눔으로써 짜릿함을 느끼지 않았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사실 오래전부터

영어와 거리가 있는 생활을 하고 있었는데 이런 기회를 이용하여 짧은 영어 실력을 늘리고도 싶었다.

그렇다고 정말 순전히 그런 이유 말고 다른 뜻은 없었을까. 시중에 떠도는 우스개 소리처럼 '김태희하고

살아도 전원주하고 바람피는게 남자'라고 조물주가 만들어 놓은 남자라는 동물과 내가 완전히 다른

것일까. 나 자신안의 또 다른 나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다만 자신을 돌아볼 때 

도덕적 기준에서 벗어나지 않으려고 사심이나 악심을 누르며 살았고 대부분의 사람들처럼 어렸을 때부터

스스로 자제하고 절제하는 사람이 되도록  배우고 훈련되어 왔을 뿐이다. 또 그렇게 하지 않으면 건전한

사회를 유지하는 일원으로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그건 그렇고 내 나이를 사실대로 밝히려고 하니 자꾸만 껄끄러워 진다.

 

 (사진은 나의 친구인 사진작가 말러 임성환님의 작품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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