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3일간의 행복(하)

헤스톤 2016. 3. 7. 11:39

 

 

지금까지 주고받은 내용으로 보아 남편없이 두 딸을 키우며, 세계평화를 위해 가지지구에서 근무하는

미 여군인 줄 알았는데 아닌 것 같다. 사기꾼 냄새가 확 풍긴다. 무엇보다 어쩜 이렇게 내가 약  4년전에 

받았던 메시지와 비슷한 내용일까. 그때는 53살의 과부로 네덜란드인이고 죽을 날이 얼마 안 남은 암환자

였었는데 이제는 여군이다. 또 그때와 다른 것은 정상적으로 페북활동을 하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과 좀 더

구체적으로 금액을 밝히고 있다는 것이다. 그 외에는 사용한 단어도 거의 유사하다.

 

그럼 약 4년전에 있었던 내용을 당시의 기록에서 요약하여 본다.

 

페이스북에 대문 사진으로 볼 때 할머니처럼 보이는 사람으로부터 친구요청이 있었다. 함께 아는

친구로 IBK 직원 2명이 있었고 지금까지 그렇게 해 왔듯이 요청을 수락하였다. 요청수락후 메시지가

왔다. 메시지 내용은 아래와 같다.

'Good Morning to you. Thank you so much for accepting my request to be your

friend. Thank you so much.' 친구요청을 수락해줘서 고맙다는 내용의 인사말이었다. 그래서 나도

의례적으로 한줄 보냈다. 'Thank you for saying so. Have a nice day!'

그랬더니 곧바로 My Dear Brother 로 시작하는 약간 긴 문장의 메일이 왔다.

'Am very glad to write to you now. Thank you. My name is Mrs *** *** . I'm from

Netherlands a widow and 53old. I am a cancer patient here in Hospital Currently

and i lost my husband know one to help me and my Doctor has confirm to me that i

 have a few weeks to leave.'

내용은 대충 이런 것이었다. 네덜란드 출신으로 53살이고 남편이 없는 과부인데 현재는 암환자로

의사말에 의하면 몇 주 못 살거라는 것이다. 남편이 죽기전에 자금을 안전한 곳에 맡겨 놓았는 데 도와

주었으면 한다는 것이었다. 나에 대하여 더 알고 싶다는 내용도 있었고 답변을 기다린다고 하였다.

혼란스러웠다. 다른 페이스북 친구들처럼 자신의 동정이나 무슨 일에 대한 생각을 알리거나 좋은 글을

소개하거나 안부인사를 건네는 것이 아니라 친구수락을 하자마자 자신은 얼마 살지 못하는 암환자

이고 자금이 있는 데 이를 사용하는 데 도와달라는 것이다. 그냥 무시할 까 하다가 박애주의자(?)인

나로서는 살 날이 얼마 안 남았다는 사람에게 건강이라도 기원하지 않을 수 없었다. 며칠 지난 뒤

'당신의 메시지를 받고 놀랐고 병을 잘 극복하기 바란다'는 내용으로 간단하게 메일을 보냈다. 'I was

awed by your message. This is beyond belief. I wish you overcome the greatest

 challenge.'

 

그랬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이번에는 제법 긴 장문의 메일이 왔는데 내용은 지난 번 메일과 비슷한

것이었다. 자기에 대하여 더 많은 것을 알았으면 한다. 남편이 없고 자식도 없으며 지금 병원에 있는

데 의사에 의하면 몇 주 못가 세상을 뜰 것이나 죽음이 두렵지는 않다. 남편이 죽기전에 안전회사

(Security Company)에 자금을 맡겨 놓았고 함께 동의한 일이 있는 데 돈을 가난한 사람이나 집없는

사람에게 사용하기로 하였다. 이 일을 도와주기 바란다. 자신은 병이 깊어 이를 실행할 수 없는 처지로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다. 나의 프로필을 보니 자기를 결코 실망시키지 않을 것이며 자기의 마지막

소원을 들어줄 것으로 본다. 안전회사와 연결될 수 있도록 하겠으니 답변을 기다리겠다.

 

너무 황당하기도 하여 무시하고 있었다. 그런데 찜찜한 기분도 들었다. "거짓이 아니고 정말 곧 죽을

환자이면 어떡하나" 라는 생각도 들었다.  고민끝에 간단하게 답장을 했다. 'I'm so sorry cannot

accept your request. I recommend a public corporation like Red Cross Society.

I wish your health.' 당신의 제안을 받아들일 수 없고 적십자사 같은 공공기관을 이용하기 바란

다고 하였다.

 

이번에도 곧바로 답장 메일이 왔는데 '자기를 잘 믿지 못하는 것을 이해한다. 순전히 인도적인 차원의

과제로 생의 마지막 소원을 들어주기 바란다'는 내용으로 긍정적인 답변을 기다리겠다고 한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 없다. 좋지 않은 냄새가 난다. 답장도 하지 않기로 했다. 그나저나

네덜란드인 치고는 꽤 영어를 하는 것 같은데 오늘 난 친구끊기를 하였다. 메시지 수신도 단시켰다.

 

이상이 약 4년전에 있었던 일인데, 이번에 그녀가 보낸 내용도 희한하게 그때와 거의 비슷하다.

 

 

유럽정부로 부터 3백만불의 돈과 금을 맡아서 가지고 있는데 자기가 현재 누구로부터 공격위협을 받고

있어 안전하게 보관할 수 없으니 이 돈을 맡아 줄 수 없겠느냐는 것이다. 이를 인도하는 회사와 연결시켜

주겠다고 한다. 그리고 'I believe I can trust you.''I aiso have my military details on here.''I would

send it to you now.'라고도 하였다. 생면부지의 사람을 믿는다는 것도 그렇고 군사내용을 보낸다는 것은

무슨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인가. 그리고 메시지를 주고 받은 지 며칠되지 않은 나를 알면 얼마나

안다고 그런 제안을 하는 것인가.

괜찮은 인간인지의 여부을 떠나서 정상적인 사람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다. 힘이 쭉 빠진다. '나는 너를

믿을 수 없을 뿐더러 더 이상 너와 대화하지 않겠다'고 하면서 페북의 친구끊기는 물론이고 수신도 차단

시켰다. 

만약 계속 문자를 주고 받으면 이상한 요구가 올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예상해 볼 수 있는 것으로는 돈을

송금하기 위한 수수료 등을 요구할 지도 모른다. 물론 더 가 보지 않아서 자세한 것은 모른다.

 

그건 그렇고 정말 오래간만에 영어로 문자를 주고 받으며 행복했었는데 3일만에 끝났다. 국인과 거의

대화를 하지 않는 생활을 하여 온 탓으로 왠지 약간은 부담스러웠지만 스릴과 재미도 있었다. 더구나 여성

으로 군인이라고 하니 짜릿하지 않을 수 없었다. 가슴이 뛰기도 하였다. 괜히 소년처럼 신났었던 지난

3일간의 두근거림이 한줄기 바람따라 날아간다. 

 

(사진은 말러 임성환님의 작품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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