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부적

헤스톤 2015. 12. 20. 15:16

 

부   적

 

어머니한테 부적을 하나 받았다. 지금까지 살면서 부적을 받아 보기는 처음인 것 같다.

그나저나 어머니는 요즘 무슨 공짜 구경을 시켜주는 곳에 빠져 있는 것 같다. 노인들한테 밥도 주고 관광도

시켜주는 그런 곳을 다니시는 모양이다. 어찌 보면 사실 공짜가 아니다. 세상에 공짜란 없는 것이다. 그러면

이번 부적값으로 얼마를 주었을까? 모정(母情)을 교묘하게 이용한 상술에 홀딱 넘어가서 거금(?)을 냈을

것 같다. 제발 그런 곳에 헛된 돈 좀 쓰시지 말라고 해도 잘 안 된다. 자식을 향한 엄마의 마음은 어쩔 수

없다. 대부분의 엄마들이 다 그런 것 같다. 남편에게 무슨 일이 벌어진다면 한치의 흐트러짐도 없는 이성을

유지하다가도 자식에게 무슨 일이 있다고 하면 물불을 잘 못 가리는 존재가 바로 엄마인 것 같다. 솔직히

그런 돈 있으면 차라리 자선단체에 기부하는 것이 국가나 사회를 위해 훨씬 나을 것이라고 여겨진다.

 

 

이번에 받은 부적 오른쪽에 급급여율령(急急如律令) 이라고 쓰여 있다. 처음보는 글자인지라 인터넷으로

검색하여 보니 이 글자는 경문(經文)뿐만 아니라 부적(符籍)에도 많이 쓰이고 있다고 하는데 다음과 같은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급급여율령은 본래 중국 한나라 시대 공문서 뒤에 붙이는 말로 늦장 피우지 말고 정해진 율령대로 빨리

빨리 처리하라는 의미로 사용되던 어원이다. 이것이 오늘날까지 전해지면서 불교와 도교 또는 무속에서

사용되고 있으며, 이는 바라고 원하는 그 뜻이 신속하게 하늘에 닿길 염원하는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고

한다. 급(急)에 급(急)을 한번 더 씀으로써 그 의미를 극대화한 것 같다. 도사나 무당들이 악귀를 쫓을 때에

쓰는 말로 당장 물러 가라고 외칠 때 쓰는 말이라고 하기도 하고 정도(正道)로 돌아가라고 할 때 쓰는 말이

라고 하기도 한다. 

위의 사진 왼쪽엔 만사여의(萬事如意)란 글자도 보인다. 글자 그대로 모든 일이 뜻한 바대로 이루어지라는

의미일 것이다.

 

 

부적이 길다. 그 왼쪽(위의 사진에서는 오른쪽)으로는 재원광진(財源廣進)이라고 쓰여있다. 한마디로 돈

많이 벌어 부자가 되라는 의미이다. 한마디로 자신이 뜻한 바대로 이루어지고 큰 부자가 빨리 되라는 

의미를 가진 부적이다.

 

 

부적의 의미를 떠나서 이런 것이 왜 내 수중에 들어오게 되었는지 묘한 기분이 들 수 밖에 없다. 사실이

어떤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유명 사찰에서 장사할리는 없고 관련이 있는 단체나 사람이 팔아먹은 것이

아닌가 한다. 어머니가 가져온 것에는 염주도 있고, 내 이름을 적은 족자도 있다. 

 

 

아래 사진처럼 백복도(百福圖)라는 것도 있다. 백복도에 대한 유래를 인터넷으로 검색하여 보니 아래와

같다. 백복도는 중국의 진시황을 도와 중국을 통일한 재상 이사(李斯)가 만들었다고 한다. "어느 날 이사가

꿈을 꾸는데 백발의 노인이 나타나 전서체(篆書體)를 주면서 나라의 문서나 국새에만 사용하라고 전서체

적힌 책 한권을 주었다. 그리고 백복도를 함께 주면서 '이 백복도는 나라에 큰 공을 세운 사람이나 부모

에게 지극 정성으로 효도하는 사람에게만 큰 상을 하사하라. 이 백복도는 한번 보기만 해도 재복을 얻을

것인데 하물며 백복도를 지니고 매일 몇자씩 서사(書寫: 글을 베껴 씀)한다면 이루지 못할 것이 없을 만큼

크게 이루리라'라고는 사라졌다고 한다."  

 

 

백복도는 인간사에 일어날 수 있는 모든 고통을 경감시켜 주며 소원을 성취시켜 주는 신비의 효능이 있는

종합부적이라고 한다. 열심히 일을 해도 잘 풀리지 않거나 소원하는 바가 잘 성사되지 않을 때 효험이

있다고 하는데 잘 모르겠다.

솔직히 무슨 주술이나 부적에 의해 모든 일이 술술 풀릴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마음을 안정시키고 보이지 않는 응원군을 둔 기분은 들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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