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수필 당선소감

헤스톤 2015. 3. 31. 10:37

 

수필로 등단하겠다는 것은 작년초까지만 해도 나의 인생계획에 없었다.

솔직히 시인이라는 소리는 듣고 싶었어도 수필가라는 명찰까지 달고 싶지는 않았다.

그런데 대한민국에서 글 좀 볼 줄 안다는 사람이 '나의 이야기'에 있는 글을 보고 시(詩)보다는 수필쪽에 소질이

있는 것 같다고 자꾸만 나를 부추긴다.

좀 뒤집어 생각하면 시인이라는 소리는 듣고 싶은지 몰라도 시에는 그다지 소질이 없다는 말과 같다. 

 

 

최근 쓴 글 중에서 몇 편을 골라 보냈다. (월간 모던포엠의 요청에 의해 별 기대없이 보내게 되었음)

냉정하게 평가해 주시길 부탁드린다며 만약 아니다 싶으면 나의 글이 좀 더 익을 때까지 기다려 달라고 했는데

"건명돈업가"를 당선작으로 선정하였다는 통보를 받았다.

당선소감을 써서 보내달라고 한다.

정말 수필가 되는 것이 이렇게 쉬운 줄 몰랐다. 참~ 쉽다.

다음달부터는 매월 연재할 수 있도록 원고를 보내달라고 한다.

아~ 나는 이제 수필가이다. 그런데 이 명찰이 갑자기 무거워지는 것은 왜일까?

 

 

  당선소감

 

   많이 건방진 말이지만 학교 선배나 동료들로부터 내 글이 쫀득거리고 맛이 있다는 말을 자주 들었다. 그리고

조금 더 건방진 말이지만 다른 사람의 글에서 이런 것은 이렇게 표현했으면 더 좋은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수필로 등단하리라곤 당초 인생계획에도 없었고 꿈도 꾸지 않고 있었다.

즉, 시인이라는 소리는 듣고 싶었지만 수필가라는 명찰까지 다는 것은 너무 버거운 것이라고 여기고 있었기에

그 주변을 만지작거리는 것으로 만족하고 있었는데 등단을 종용하는 구인순 달빛문학회장님에 의해 이 자리에

오고 보니 아직 익지 않은 글을 내 놓은 것 같아 심란하다. 그리고 실력을 더 쌓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을 알면

서도 큰 발전을 이룰 수 있을 것 같지 않아 더 심란하다. 솔직히 등 떠밀려서 이 자리에 오게 되었지만 앞으로

어떻게 좋은 작품을 쓸까 걱정이 태산이다. 지금 나는 정말 내가 자격이 있는지 되돌아보며 등단이라는 감동에

앞서 불안한 마음을 추스르고 있다. 사실 상이란 받을만한 사람이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겠지만 앞으로 더 잘하

라는 격려의 의미가 담긴 것이라고 스스로 달래본다. 즉, 나에게는 좀 더 갈고닦으라는 의미가 더 큰 것이

아닌가 한다.

  끝으로 졸작을 좋게 평가하여 주신 전형철 발행인님과 심사위원님들께 감사드리며 수필을 사랑하는 모든 분

들께 감사드린다. 그리고 나의 이야기에 자주 등장하는 집사람 이정순과 아들에게는 미안한 마음도 가지며

앞으로 힘 닿는 한 좋은 작품을 많이 써서 감사한 마음에 보답하려고 한다.

 

 

심사위원님들의 심사평 제목은 "의미론적 순환과 삶의 잠언"이다.

제일 마지막 부분만 이 곳에 옮겨 본다.

 

독자의 정신기후를 따뜻하게 조성시킬 감성의 소유자인 박형순 수필가에게 거는 소박한 기대감이라면,

일관된 선함과 올곧은 위트와 유머로 가다듬되 건강한 비평정신의 붓끝도 날카롭게 갈고 닦아,

비록 절망의 끝이 보이지 않지만 진정한 수필가로서의 자존감을 지켜내며 엄숙한 소임의 수행을

날(刃) 푸른 시선으로 응시할 뿐이다.

 

 

심사위원님들은 비평정신의 붓끝을 갈고 닦으라는 등 나에게 많은 것을 바라는 것 같아 솔직히 부담스럽다.

열심히 노력은 하겠지만 나는 그냥 앞으로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며 살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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