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부터 나는 呪文(주문)을 왼다. '건명돈업가~ 건명돈업가~'
나의 주문은 '건명돈업가'이다. '수리수리마수리'도 아니고 '아브라카타브라'도 아니다.
약 3년전 안면마비로 한의원을 다닐 때 '아브라카타브라'를 외쳐댄 적은 있었다. 아브라카타브라(Abracadabra)는
고대 하브리어로 '말한 대로 이루어지리라'는 뜻이라고 하는데 때로는 말이란 마법을 지니고 있는 듯 하여 정말
말한대로 이루어지기도 한다.
'기적의 입버릇' 작가인 일본의 사토 도미오에 의하면 "입버릇이 생각과 행동을 바꾸고 세상을 변화시킨다"고
하면서 "끊임없이 상상하고 말하다 보면 뇌가 그것을 현실로 받아들여 꿈이 실현될 수 있는 실마리를 하나씩 풀어
갈 수 있다"고 하였다. 그리고 프랑스의 심리학자 에밀쿠에는 "인간의 자아는 의식과 무의식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무의식에 속한 상상의 힘이 의식에 속한 인간의 의지보다 더 강하기 때문에 무의식에 긍정적인 마인드를 주입시킨
다면 자기발전을 꾀할 수 있다"고 하였다. 즉, "꿈은 이루어진다"고 원하는 것을 입버릇처럼 말하다 보면 실제로
이룰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럼 내가 왼다는 '건명돈업가'는 무엇일까. 국가나 사회를 위한 것도 아니고 국민복지를 위한 것도 아니다.
당연히 지구환경이나 세계평화를 위한 것도 아니다. 드러내 놓고 말하기는 좀 그런 것이지만 순전히 나 자신만을
위한 주문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내가 지키거나 얻거나 갖고 싶은 것들로 건강, 명예, 돈, 업적, 가족의 앞글자를 따서 만든 것
이다. 작년에는 밝게 빛나는 둥근달이 보일 때나 외던 주문인데 올해부터는 파란 하늘이나 큰 나무를 보고도
주문을 왼다. 어느 때는 몸이 좀 안 좋거나 심란할 때 외기도 한다. '건명돈업가~ 건명돈업가~'
사람들은 소원을 빌거나 덕담을 줄 때 가장 많이 말하는 것이 건강(健康)이다. 건강은 무엇보다 우선되기 때문
이다. "건강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다"는 말은 누구나 알고 있다. 그래서 외는 주문에서 '건'자가 제일먼저 등장
한다. 무엇보다 아프지 말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건강한 몸과 정신으로 자신의 일을 할 수 있는 사람보다 더 축복
받은 사람은 없다고 본다. 건강하기만 하다면 무엇이라도 이룰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지만 건강하지 못하면
'빵'이다.
두번째로 나는 명예를 목숨과 같이 여긴다. 우습게 들릴지 모르지만 나는 여러 사람들로부터 존경도 받고 싶고
사랑도 받고 싶다. 괜찮은 사람으로 인정도 받고 싶다. 유명한 사람은 되지 못한다 하여도 이름 석자 더럽히지
않으며 신사의 길을 가고 싶다는 염원을 담아 내가 이 세상을 떠날 때 최소 200명 이상의 사람들이 슬퍼하고
눈물을 흘려 준다면 떠나는 발걸음이 가벼울 것이다. 왜 200명이냐면 별다른 의미는 없다. 다만 시골 초등학교
동창들이 약 200명이었고 은행에 입행할 때 동기가 약 200명이었으며 결혼할 때 나를 축하해 주기 위해 온
하객 숫자가 약 200명이었다.
다음으로 도대체 돈이란 것은 무엇일까. 분명한 것은 없으면 불편하다. 어느 정도는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러면 얼마만큼 가지고 있기를 원하는가. 나는 큰 금액이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구체적으로 얼마를 갖게 해 달
라고 하면서 주문을 왼다. 왜냐하면 신(神)도 추상적인 것 보다는 구체적인 것을 좋아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기
때문이다. 내가 원하는 금액을 밝히는 것은 생략하겠지만 여하튼 돈은 필요한 것이다. 어쩌면 늙을수록 더 필요한
것이다. 각종 보도를 통해 알게되는 친척이나 형제간의 살인사건이나 싸움들을 보면 모두 그 밑바닥에는 돈 때문
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돈 때문에 죽는 사람도 얼마나 많은가.
"오~ 저에게 000원만큼의 돈을 갖게 하소서! 건명돈업가~ 건명돈업가~"
'돈' 다음으로 등장하는 글자는 업적의 '업'이다. 세상에 태어나서 아무 흔적도 남기지 못하고 간다면 너무 억울할
것 같다. 지금까지 살면서 이렇다 하게 내세울만한 것은 아직 없지만 오래도록 기억될 좋은 업적을 남기고 싶다.
만약 큰 일을 할 수 없다면 시 쓰는 것이라도 좀 더 갈고닦아 많은 사람들을 감동시키는 시 한편이나 글 한줄이라
도 남기고 싶다. 그리하여 유명한 사람들처럼 몇백 년 이상 기억되기를 바라지는 않지만 직계 후손들만이라도
100년 이상 기억하는 조상으로 남고 싶다.
가족은 소중하다. 특히 다른 부모들처럼 내 자식의 건강과 행복이 나 자신의 건강이나 명예보다 더 소중한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왜 제일 마지막 자리에 놓았을까. 다른 뜻은 없고 운율상 뒤에 놓았을 뿐이다. 구체적으로 바라
는 것중의 하나는 우리 가족에게 웃음을 주시고, 마누라가 나보다는 오래 살게 해 달라는 것 등이다.
나는 지금 이 글을 쓰면서도 주문을 왼다. 많은 사람들이 이 글을 읽고 미소 지으며 나름대로 가치가 있는 글
이라고 해 주길 바라면서 주문을 왼다. 또 많은 사람들이 '입버릇 이론'대로 건강하고 행복한 생활을 위해
'아브라카타브라'라도 외길 바라면서 주문을 왼다. '건명돈업가~ 건명돈업가~'
(사진은 말러 임성환님의 작품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