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입대의(입주자대표회의)가 긴급하게 열렸다. 정기회의가 아닌 임시회의이다.
아파트 관리소장은 상기된 얼굴로 억울함을 호소한다. 관리소장은 사십후반의 여성으로 이 아파트에서 근무한지
1년이 되어 간다. 회의때마다 차분한 모습으로 부드럽게 설명하던 모습이 아니다.
"저는 정말 누구로부터도 돈을 받지 않았습니다. 어느 업체와 밖에서 식사 한끼라도 한 적이 있다면 물러나겠습
니다. 저는 정말 부끄러운 짓을 한 적이 없기 때문에 물러나지 않겠습니다. 못 물러납니다. 저의 명예도 있고 저를
보낸 위탁관리업체의 명예도 있습니다. 진실을 먼저 밝혀 주시기 바랍니다. 저는 정말 억울합니다."
격앙된 목소리로 눈물을 글썽이면서 너무 힘들다고 한다.
여러가지 정황으로 미루어 대충 짐작이 간다. 그동안 관리소장을 상당히 안 좋게 보는 동대표가 있는데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 관리소장을 내쫓고 싶어 하는 동대표가 있는데 보이지 않는다.
긴급하게 소집된 입대의에 소문의 진원지와 관련된 자들이 보이지 않는다. 무엇이 구려서 그들은 모습을 보이지
않았을까. 무엇보다 이러한 소문이 왜 만들어진 것일까. 그들과 친밀관계를 유지하던 경비업체가 재계약되지 못
했기 때문일까.
발없는 말은 참 빨리도 간다. 가면서 줄어드는 것도 아니고 점점 늘어난다. 찌라시라는 것도 갈수록 소문을 퍼뜨
리려고 하는 자의 의도나 흥미가 가미되어 확대 재생산되는 경우가 많듯이 안 좋은 소문은 점점 확대되면서 빨리
퍼진다. 처음에 이런 말을 들었을 때는 무시하려고 하였다. 확인된 것도 아니고 쉽게 확인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나는 입대의 감사를 맡고 있었던 탓인지 관리소장이 업체로부터 금품수수를 하였다는 소문을 본의아니게 일찍
듣게 되었다. 그런데 그 말을 전해준 사람의 말을 완전히 신뢰할 수가 없었다.
긴가민가하면서 어느 불순한 자의 의도라고 의심되어 누구에게 말도 하지 않고 있는데, 열흘쯤 지난 어느 날 우연
히 어느 주민으로부터 또 말을 듣게 되고 보니 침묵하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
무엇보다 기분 나쁜 것은 나를 걸고 넘어지는 말을 들은 것이다. 관리소장에게 돈을 주었다는 사람이 나에게 제보
를 했다는 것이다. 도대체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그럼 그러한 제보를 받고도 내가 수수방관하고 있다는 말인지
그 주민에게 물어봤다.
"당신한테 그런 말을 한 사람이 누구입니까? 소장에게 돈을 주었다는 사람을 모릅니다. 내가 이와 관련하여 들은
말은 약 열흘전에 모 동대표로부터 전화 받은 것 밖에 없습니다. 소문이 긴가민가해서 아무에게도 말을 하지 않고
있는데 누가 그렇다고 하는 것인가요?" 그러면서 누구한테 그런 말을 들었는지 계속 물었지만 그는 정보제공자
보호차원이었는지 끝내 말을 하지 않았다.
그 다음날 전기(前期)의 동대표 회장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직감적으로 그 주민에게 그런 말을 한 사람이 이 사람
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소문의 진원지를 대충 확인할 수 있었다. 사실 이런 것을 확인하는 것이 쉬운일은 아니
지만 당사자와 연결이 되어 구체적으로 말을 들을 수 있었다.
확대되어 있는 소문과는 조금 다르지만 역시 그의 말도 신뢰하기 힘든 말이었다. 자기 혼자만 들은 것도 아니라면
서 소장이 비리를 저지른 것처럼 말한다. 왠지 믿음이 가지 않는다.
관리소장에게 메시지를 넣었다.
"이상한 소문 운운~ 뭐 그런 것이 있어서 그러니 괜찮은 시간에 전화 한번 주세요~"
얼마 지나지 않아 소장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다짜고짜 물어봤다.
"소장이 경비 업체로 부터 금품수수를 하였다는 소문이 있는데 들어보았습니까? 그리고 사실입니까?"
"그런 소문이 있다는 것을 들어서 알고 있는데 정말 억울합니다. 관리소 직원들이 야유회 갔을 때 통닭 3마리를
갖고 와서 같이 먹은 것 밖에 없습니다. 금품수수라는 것은 있을 수도 없습니다."
동대표 회장으로부터 이런 소문을 들었으며 법적조치도 불사하겠다고 한다.
회장으로부터 엄청난 추궁을 당했던 모양이다. 관리소장의 흥분된 목소리가 전해져 온다.명예훼손으로 당사자를
고소하겠다고 한다.
하루를 고민하였다. 입대의 회장에게 연락하여 긴급 동대표회의를 열고 관련자 모두를 소집시키도록 요구하였다.
그래서 임시회의가 긴급하게 열렸던 것이다. 그런데 정작 무슨 녹취록을 가지고 있다거나 나에게 정보랍시고
말했던 자들은 보이지 않는다. 관리소장은 깨끗함을 주장하며 눈물을 흘린다.
음해성 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악의적으로 퍼뜨린 소문이 아닌가 한다. 물론 아직 진위여부는 확실하게 가려진
것이 아니다. 다만 연못에 돌멩이를 던지는 자는 크게 생각없이 던지는지 몰라도 돌에 맞는 개구리는 생명이 왔다
갔다 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았으면 한다. 그리고 누구라도 당당하고 떳떳하다면 회의참석을 꺼릴 필요도 없고
흥분할 필요도 없다고 본다. 소장이 억울하다면 고소하는 것도 말리지 않겠다고 했다.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명되면 당연히 수그러들겠지만 소문을 만든 자들은 별로 죄의식을 못 느끼는 경우가 많다.
주민이 경비원을 상대로 언어폭력과 인격모독 등 갑질을 해서 경비원이 분신하고 사회적 이슈가 된 경우도 있는
데. 함부로 갑질을 해서는 안된다. 특히 동대표는 주민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가교역할을 잘하면서 아파트 발전을
위한 봉사로 일관해야지 무슨 갑질을 해서는 안된다. 험담이 사람을 죽일 수도 있다는 말이 있다. 확실하지 않은
말을 퍼뜨린다는 것은 매우 잘못된 것이다.
* 이 사건은 아직 진행중으로 지난 달(2015. 1월) 입대의 임시회의가 있었던 날의 일과 느낀 것을 써보았다.
부정이나 비리가 있으면 정당한 절차를 거쳐 벌을 받게 하면 된다. 뒤에서 사실이 아닌 것을 퍼뜨리는 것은
매우 잘못된 것이다. 사람은 언제나 당당하고 떳떳해야 한다.
(이 글은 당초 블로그 친구에게만 공개하는 것으로 하려고 했는데.. 이와 관련된 자들을 포함한 그 누가 봐도
거리낄 것이 없다고 판단되어 전체공개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