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그렇게 신경이 쓰였을까?
아파트에서 어린 애들을 키우는 것이 무슨 큰 잘못이라도 되는 양
위층 여자는 정기적으로 미안하다며 음료수나 과일 등을 보내 온다.
간혹 보도에 층간소음으로 다툼도 많고 살인사건까지 있었던 것을 보면서 신경이 쓰였으려나?
층간소음 보복상품까지 나와서 팔리고 있다는 뉴스도 있으니 층간소음이 가벼운 문제는 아닌 것 같다.
그렇지만 정기적으로 이해를 구하고 무엇을 보내오는 것은 왠지 부담스럽다.
애들이 뛰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웃에 큰 부담을 주지 않는 것이라면 애들의 기를 죽일 필요가 없다.
원래 애들은 기(氣)가 발바닥에 있어서 뛰어 놀아야 한다.
그리고 우리 부부는 신경이 둔해서 그런지 몰라도 한번도 시끄럽다고 느끼지 못했다.
솔직히 위층에 애들이 있는지 얼마나 뛰고 노는지 알지도 못한다.
또한 나는 직장에 나간다고 하루종일 집에 없고 집사람은 매일 논다고 집에 없다.
집사람은 친구들과 어울려 노는 것을 좋아하여 나보다 일찍 집에 들어오는 날도 드물다.
지난 주말 퇴근할 때 보니 위의 사진처럼 현관에 위층 여자가 메모와 함께 한라봉 한박스를 놓고 갔다.
집사람은 전에 두 번 얼굴을 마주한 모양이지만 나는 아직 한번도 얼굴을 본 적이 없다.
예의바른 젊은 여자라는 말만 집사람한테 들었다.
메모에 아이들을 가르친다는 사람으로 맞춤법이 조금 거슬리는 곳도 있지만 그런 것은 아무래도 괜찮다.
정성을 기울인 글씨와 신경쓰는 마음이 전해져 온다.
지금부터 약 5~6년전이었다.
분명한 것은 그 때도 위층에 사는 여자이었던 것 같다.
그때나 지금이나 평소 술 좋아하고 친구 좋아하는 집사람은 술에 취해 12시를 넘긴 다음
집에 와서 샤워를 하고 있었다.
나는 조금 못마땅한 표정으로 거실에서 TV를 보고 있는데
누가 우리집 현관문 비밀번호를 누르는 소리가 자꾸만 난다.
시계의 짧은 바늘이 제일 큰 숫자와 제일 작은 숫자의 중간쯤에 걸쳐 있다
우리만 살고 있는 이 집에 이렇게 늦은 시간에 올 사람도 없기에 잘 못 들은 것이라 여겨 무시하고 있는데
계속 들리는 것이다.
문을 열었더니 긴 머리로 반쯤 얼굴을 가린 왠 젊은 여자가 술에 취해 비틀거리며 꼬부라진 말을 한다.
"어~ 아닌 것 같은데.. 누구~세요?"
누구세요는 내가 묻고 싶은 말이다.
그러는 사이 대충 샤워하고 가벼운 차림으로 비틀비틀 물을 흩뿌리며 집사람이 현관쪽으로 왔다.
술 취해서 비틀거리는 여자 2명과 정신 말짱한 남자 1명.
짧은 순간 묘한 분위기가 흐른다.
들어오지 못하고 안을 기웃거리다가 나를 빤히 쳐다보는 젊은 여자.
무엇이 불안한지 상대적으로 나이 좀 더 먹은 집사람은 나의 팔짱을 세게 끼면서 꼬부라진 말을 한다.
"이~ 사람 내 남표~닌데.. 누구~세여?"
물 묻은 몸으로 밀착해 오는 집사람이 부담스러웠지만 밀쳐내지 못하고 나도 한마디 한다.
"집을 잘 못 찾으신 모양입니다. 여긴 우리집이거든요.."
다시 한번 내 얼굴을 빤히 쳐다보면서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어~ 이상하네.. 아닌가.." 그러면서 비틀거리며 발길을 돌린다.
만약 집사람만 없었다면 나는 그 여자를 부축해서 그 여자의 집까지 바래다 주었을 것이다.
그 여자가 위층 그 여자인지 아닌지는 잘 모른다.
맞는 것도 같고 아닌 것도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