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3 4

悲慾(비욕) - 3

3. 실망스러운 첫날 오제원 상무는 자기 방으로 가면서 처음 출근했을 때의 일을 떠올려본다. 약 6년 전의 일로 아침 일찍 일어나 몸을 깨끗이 하고 성모님 앞에서 기도를 올렸다. 기도 말미에 본인의 이름 앞 자를 넣어 중얼거렸다. "오늘도 제발 원하는 일이 모두 이루어지게 하소서!" 평소보다 좀 일찍 일어났더니 조간신문의 사설도 다 읽을 수 있었다. 새로운 직장에 첫 출근하는 날이다. 약간은 긴장된 얼굴을 풀면서 스스로에게 다짐을 한다. "그래. 잘할 수 있어. 제원이는 무엇이든지 잘할 수 있다!" 새로운 일에 대한 두려움을 침착함과 자신감으로 눌러본다. 나름대로 어느 정도 설렘을 안고 집을 일찍 나선 오제원은 업무시작 1시간 전에 도착하였더니 아무도 없다. 처음 맞이하게 되는 분위기가 어색하다. 지난 ..

장편소설 2023.03.30

悲慾(비욕) - 2

2. 싱거운 대화 천태운 부회장은 갑자기 무슨 할 일이 생긴 것처럼 손톱깎이를 꺼내 톡톡 소리 나게 깎는다. 자금관련 업무를 직접 총괄하는 CFO도 겸하고 있기 때문에 자신이 상대해야할 빚쟁이들을 오 상무에게 떠맡기면서 마음이 편한 것은 아니다. 채권자들이 몰려오면 숨기 바쁜 자신이 밉기도 하다. 따라서 오제원 상무에게 미안한 마음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것은 그가 감당해야 할 몫이라는 생각이 앞선다. 오 상무를 지금까지 붙들고 있었던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도 자신을 보호해줄 방패막이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사실 10년 전에도 회사는 이렇게 어려웠었다. 거의 부도 직전의 회사를 살리기 위해 참 오랜 기간 고생하였다. 그때 천 부회장의 직위는 자금담당 차장이었다. 'K 물산'이라는 중견기업에서 잠시 근무..

장편소설 2023.03.25

悲慾(비욕) - 1

나의 지난 삶 중 일부였던 50대 후반부의 경험을 토대로 장편소설 하나 씁니다. 내가 직접 보고, 듣고, 느낀 점과 간접경험을 토대로 하여 쓰겠습니다만, 다큐멘터리가 아니고 픽션이라는 것을 말씀드립니다. 즉, 사실보다는 재미나 교훈을 위해 상상을 가미했다는 것을 다시 한번 강조합니다. 즉, 소설이기 때문에 등장하는 인물은 실제 인물이 아닙니다. 가공의 배경과 인물입니다. 서둘지 않고 천천히 써 나갈 것입니다. 향후 이 소설이 나 스스로 정한 어느 기준에 도달한다면 나의 제3 문집에 실을 것입니다. 悲慾(비욕) 1. 사표를 내고 오제원 상무는 책상 위에 있는 명함을 물끄러미 쳐다본다. 방금 전 채권추심회사 직원들이 왔을 때 그들에게 나눠주다 남은 자신의 명함이다. 사표를 낸 지는 이미 오래됐고, 사표를 처..

장편소설 2023.03.20

봄을 기다리며

봄을 기다리며 겨울의 강을 건넜다는 소식 접하고 마중하러 달려가보니 실개천 얼음밑으로 송사리들이 뛰어놀고 나뭇가지 끝의 이슬에서 해님이 웃고 있다 언제쯤 꽃망울을 터뜨리려나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쿵쾅거린다 * 나뭇가지 끝에서 해가 웃고 있는 모습을 보고 좀 다르게 漢詩 한수를 읊어 보았습니다. 知時(지시) 寒江洗不振(한강세부진) 微思到水濱(미사도수빈) 枝端坐日光(지단좌일광) 幽風傳春信(유풍전춘신) 차가운 강에서 부진을 씻고자 작은 생각으로 물가에 이르니 가지 끝에 햇볕이 앉아있고 그윽한 바람이 봄소식을 전한다 의역을 하면 이렇습니다. 우선 제목이 "때를 알라"는 것인 바, 급변하는 세상에서 '고리타분한 늙은이가 되지 말라'는 의미와 '자신을 알라'라는 의미를 담았습니다. 진전이 없는 詩作을 비롯하여 서예,..

나의 시 문장 2023.03.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