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특이한 금액(별칭 : 나는 속물이다 2)

헤스톤 2019. 5. 27. 22:31



돈과 관련된 것에 대하여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언급하는 것 자체를 껄끄럽게 생각한다. 돈과 관련한

글들은 대개 유쾌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사실 아들 결혼과 관련하여 작은 예식을 고려해 보기도 했었다. 매우 가까운 친척과 친구 몇 명만 초대

하고, 축의금도 받지 않는 그런 결혼식을 생각해 보았다. 하지만 하나밖에 없는 아들을 결혼시키면서

당사자 양가 및 여러 사람들의 의견을 무시할 수 없어 그냥 통상의 방식을 선택하게 되었다. 그런 이유 등

으로 일반 예식처럼 접수 창구도 있었고, 통장으로 송금도 받았다.

사실 돈과 관련하여 이러쿵저러쿵 말하는 자체가 속물인 것 같아, 나 자신도 언급하는 것을 꺼리는 그런

부류이기는 하지만, 지난 번에 나의 불편한 심경을 쓴 "나는 속물이다"라는 글이 왠지 매끄럽지 못한 것

같아 그 글에 개칠(?)을 하려고 아들 결혼식과 관련하여 받았던 특이한 금액들을 나열해 본다.


우선 봉투에 들어있는 액수가 소액일 경우는 한국적 길수인 홀수금액이 상식이다. 물론 어느 금액까지가

소액이냐를 구분하는 것은 시대에 따라 또, 사람마다 기준이 다를 수 있겠지만, 최근 기준으로는 5만원

정도라고 본다. 왜냐하면 이번 축의금 기록부에 기록된 금액 중 최소금액이 5만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액의 범위를 벗어날 경우는 뒤에 "0"이란 숫자가 들어가는 짝수가 일반적이다. 따라서 50만원이나

100만원, 혹은 그 이상의 큰 금액을 넣는 친인척이 아닌 경우 봉투에 들어있는 금액은 대개 5만원이나

10만원이 대부분이고, 매우 가깝거나 특별한 경우에는 20만원이나 그 이상인 것 같다. 그런데 봉투를

정리하다보니 좀 특이한 금액으로 15만원짜리가 2개, 25만원짜리가 1개, 12만원짜리가 1개 있었다.


우선 15만원을 넣은 초등 동창에게 전화를 하였다.

"잘 지내시지. 이번 내 아들 결혼식에 와 줘서 고마워."

"그래. 오래간만에 얼굴보게 되었고, 반가웠어."

"그런데 봉투에 10만원도 과한데, 15만원은 뭔가?"

"내 마음까지 알려고 하지마."

아마 그는 20만원은 좀 많은 것 같고, 10만원은 좀 적은 것 같다고 생각했던 것이 아닌가 한다.

그 친구가 바쁜 일을 하고 있는 중이었는지, 전화를 빨리 끊고 싶어하기에 다음 모임에서 만나자는 말을

하며 통화는 끝났다. 


다음 직장에서 함께 근무했던 직장 선배로 15만원을 넣은 사람에게 전화를 했다.

"홍 선배님! 잘 지내시지요?"

"우리 박 작가님은 무슨 말을 그렇게 잘해. 신랑, 신부에게 당부하는 말이나 인사말씀하는 것 보고 놀랬어.

지금까지 보았던 어느 주례보다도 훨씬 뛰어난 말이었어."

홍 선배는 내가 하고자 하는 말에 앞서 결혼식에서 내가 했던 인사말에 대한 것을 꺼낸다. 대부분의 남자

들이 그렇듯이 남자끼리의 통화에서 하고자 하는 말 이외의 말들은 다 군더더기이다. 남자끼리 오래 통화

하면 두드러기가 난다. 따라서 주제를 엉뚱한 쪽으로 끌고 가면 통화가 길어질 수 있기 때문에 나는 곧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과찬이십니다. 사실 드릴 말씀은 이런 것을 물어보는 것 자체가 좀 껄끄럽긴 합니다만, 혹시 봉투에 얼마

넣으셨습니까?"

홍 선배는 거리낄 것이 없다.

"10만원 넣었는데, 왜 무엇이 잘못되었는가?"

"아니, 15만원이 들어 있기에 좀 특이해서 왜 그렇게 넣었는지 묻는 거예요."

"하~ 그래. 식장에서 급하게 돈을 꺼내 봉투에 5만원짜리 2장을 넣는다고 넣었는데, 신권이라 빳빳한

탓인지 한 장이 더 딸려 들어갔나 보네"

"아무래도 5만원은 돌려 주어야 겠네요."

"무슨 소리를. 다음에 밥이나 한번 먹기로 해."

"예~ 알겠습니다."

이렇게 홍 선배가 넣은 금액에 대한 의구심은 풀렸다.






다음 25만원의 축의금은 아들 친구가 넣은 것이기에 아들에게 물어 보았다. 25만원이란 금액은 순전히

아들 탓이었다. 그 친구가 결혼할 때 좀 특이한 금액을 넣어야 기억에 오래 남는다고 아들이 25만원을 

넣었기 때문에 그 친구도 이번에 똑같이 아들의 축의금으로 그렇게 넣은 것 같다는 것이었다.


특이한 금액 중 가장 특이한 금액은 12만원짜리 이었다. 

그날 접수를 담당했던 조카들도 금액이 하도 이상해서 몇 번을 확인해 보았다고 한다.

아들이 결혼한 다음 날 회사에 출근하여 직원들과 눈을 맞추며 인사하다가 H부장을 보았다. H부장을 보니

전날 접수되었던 봉투의 금액이 생각난다. 일반적으로 나오는 숫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12만원을 넣은

이유가 무었일까?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상하다. 그래서 H부장에게 묻지 않을 수 없었다.

"H부장! 축의 봉투에 얼마 넣었어?"

"왜 무엇이 잘못되었나요?"

"아니, 잘못된 것은 없어. 다만, 금액이 이상해서 물어보는 것이야."

H부장은 빙글빙글 웃기만 한다. 

"혹시 직원 몇 명이 공동으로 한 것을 본인 이름만 기재한 것은 아니겠지?"

"아닙니다. 신경쓰지 마세요."

"그래도 그렇지 그냥 10만원이면 10만원이지, 12만원은 다른 이유가 있는 것 아닌가? 아니면 실수로

2만원을 더 넣었다면 돌려주겠네."

"아니예요. 신경쓰지 마세요."

H부장은 더 이상 묻지 않기를 바라고 있는 듯 하였다. 그리고 봉투의 금액을 주제로 주고받는 말은 

매끄러운 대화도 아니기에 더 이상 캐묻지는 않았다. 하지만 분명 특이한 것만은 사실이다.

이상이 그날 있었던 특이한 금액들이다.


기타 기억에 남을만한 일로는 식장에는 오지 않고 통장에 입금된 것으로 누가 입금했는지 모르는 금액이

있어 한참동안 찾았다. 결혼식에 직접 오지 못하는 사람으로 돈만 보내는 주는 사람은 결혼 약 2주전부터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통장에 보내는 사람으로 내 이름이 찍혀 있는 금액이 있었다. 내 이름을 보내는

사람으로 누가 적었는지 한참 찾았다. 범인(?)을 찾기 위해 그 날 통화를 하였던 사람위주로 찾다보니 

범인을 찾아낼 수 있었다. 초등학교 동창 여자이었다. 은행 직원의 착오이었는지, 아니면 보내는 사람을

쓰는 곳에 실수로 내 이름을 적은 것 같다. 


여하튼 당시 이러저러한 해프닝들이 있었다. 어쩌면 정상적이 아니거나 평범하지 않은 일들이 기억에 오래

남듯이 금액도 특이해야 기억에 오래 남는다. 이런 해프닝들은 입꼬리를 올라가게 하는 삶의 윤활유가

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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