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계절은 또 가고

헤스톤 2019. 5. 7. 11:08


봄이 무르익어 이제는 여름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돼지띠인 기해년을 맞이하여 "명순이 아버지"라는 소설을 쓰다보니 어느덧 겨울 지나 봄도 이제 슬슬

자리를 물려주려고 하고 있다. 

4월에 피었던 개나리, 벚꽃, 진달래, 목련 같은 꽃들은 사라진지 오래되었다.

이제는 철쭉, 영산홍 등이 계절을 뽐내고 있지만, 아마 이 꽃들도 얼마 지나지 않아 떨어질 것이다.

오래지 않아 이 꽃들도 질 것이다.



벌써 산은 연두색에서 짙은 녹색으로 변하고 있다.


(우리집 거실에서 바라 본 불암산을 파노라마로 찍어 보았음)


지난달 까지만 해도 불암산은 산벚꽃으로 하얗게 물들었는데, 이제는 녹색으로 변하고 있다.

4월 중순만 해도 춥다고 하면서 두꺼운 옷을 벗지 못했는데, 이제는 덥다고 가벼운 옷차림으로 냉방

시설을 찾고 있으니, 시간이 참 빠르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그러면서 내 나이를 떠올리고는 깜짝 놀란다.

지금까지 이렇다 하게 흔적을 남기지도 못했는데, 시간은 참 빨리 간다. 


주자(朱子)의 주문공문집(朱文公文集)에 나오는 시(詩)가 나에게 채찍을 든다. 


소년이로학난성(少年易老學難成)

일촌광음불가경(一寸光陰不可輕)

미각지당춘초몽(未覺池塘春草夢)

계전오엽이추성(階前梧葉已秋聲)

 

소년은 늙기 쉬우나 학문을 이루기는 어렵다
한 순간의 시간도 헛되이 보내지 마라 

연못가의 봄풀이 채 꿈도 깨기 전에
계단 앞 오동나무 잎이 가을을 알린다


It is easy for a boy to grow old. It is difficuIt lt for knowledge to be attained.

You should be careful not to waste even the least time uselessly.

Not awaking yet from the warm spring dream near the pond,

the paulownia tree before the stone steps now makes a sound of autumn



"명순이 아버지"에 대한 소설을 쓰면서 사실상 소설의 배경이 되었던 그곳이 어떻게 변했는지 보고 싶었다.


내가 태어나 9살(만 8살)이 될 때까지 살았던 집을 가 보았다.

고향의 아버지 산소도 둘러볼 겸 그곳에 갔는데, 너무 많이 변해 있었다.



(내가 태어난 곳인데, 누군가 뒷집까지 사서 이렇게 새집을 만들었다.)


조그만 골목 바로 앞에 있는 명순이네 집도 누군가가 아래와 같이 큰 집을 만들어놨다.

대문이 있던 자리와 조그만 마당은 흔적도 없다.

초가지붕들은 사라진지 오래되었다. 당연히 박을 키우는 집도 없다.


반면에 '고 부잣집'의배경이 된 집은 대문만 바뀌었을 뿐, 넓은 터와 기와지붕이 그대로다.

주인이 바뀐지 오래되었다고 한다.


어렸을 때 우리집 옆의 이곳은 아직도 그냥 밭인 것 같다.

한때 미나리를 키우던 곳이기도 했고, 인삼밭이기도 했었던 곳으로 동네에서 제일 부자이었던 양조장집

(우리는 당시 도가집이라고 불렀다) 소유이었었는데 지금은 누구의 땅인지 모른다.

그나저나 무척 넓다고 생각한 곳인데, 막상 보니 그리 넓지 않다. 


55년이라는 세월이 지난 탓인지, 땅의 소유자가 대부분 바뀌고 건물도 거의 바뀌었다.

영원한 소유는 없다. 어떤 자리의 주인이 바뀌듯이 시대의 주인도 바뀌고 물건의 소유자도 바뀐다.

물레방아는 쉼없이 돌아가고 계절은 자꾸만 바뀐다.

시간은 절대 멈추지 않는다.

오늘을 더 즐겁게, 더 멋있게 살아야 할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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