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멋있게 차차차 2

헤스톤 2019. 6. 20. 07:19

 

 

 

 

함성과 함께 박수가 쏟아졌다. 뿌듯하다. 약간의 전율을 느낀다.

무대에서 연극을 하거나 노래를 부르는 가수들도 아마 이런 맛일 것이다.

댄스스포츠를 배운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분위기에 휩쓸려 어찌하다보니 무대에서 공연을 하였다. 물론

지도 선생님의 도움이 없었다면 꿈도 꿀 수 없었을 것이다. 동작 하나하나를 지도받으며 약 4개월동안

열심히 연습했다. 공연한 곳은 N 성당의 강당으로 노인대학 입학식에서 식전 행사의 하나이었다.

당연히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큰 무대도 아니고, 무슨 경연대회도 아니다. 하지만, 약 150여 명이 모인

강당에서 약 8분간 공연을 했다는 자체가 나름 의미가 있었다고 본다.

 

사실 차차차를 배운지는 6개월도 되지 않는다. 하지만 지도 선생님의 열정이 나를 열심히 연습하게 했다.

음악은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었던 "Camila Cabello(까밀라 까벨로)"의 "Havana"에 맞췄다. "차차차"

라는 댄스를 하기에 적당한 음악이다. 아마 나는 이곡을 100번 이상 들은 것 같다. 얼마나 들었는지

가사를 다 외웠고, 어느 가사에서 어느 동작이 나오는 것까지 체득했다.

솔직히 노래의 가사는 그리 시적인 것도 아니고, 의미가 깊게 담긴 내용도 아니다. 해석하기에 따라서는

유치하기까지 하다. 하지만 신나는 리듬때문에 어깨를 들썩이게 한다. 흥겨운 곡으로 중독성이 있기에

세계적인 열풍을 이끌 수 있었던 것 같다. 멜로디 자체가 그냥 단순하고 신난다.

 

하바나 우~나나

내 마음의 절반은 하바나에 있지

그가 날 동아틀란타로 데리고 갔지만

 

내 모든 마음은 하바나에 뺏겨있지

그의 매너에는 뭔가가 있어 하바나 우~나나

 

그는 "어떻게 지내?" 같은 뻔한 말은 건네지 않았지

 

(그가 방에 들어왔을때)

그는 자기와 함께 할 수 있는

여자들이 많다고 했어

(하지만 난 너 없이는 안돼)

잠깐이 영원같이 길게 느껴졌어

 

(그 6월의 어느 여름밤에)

아빠는 그가 나쁜남자 라고 하시네

그는 내게 이런 기분을 느끼게해

 

Ooh... 그를 만나자 마자 깨달었어

그를 떠날 때 조차도 그를 사랑했었어

지금 내 기분은 마치 

Ooh... 하지만 난 떠나야 한다고 

그에게 말했지 oh na-na-na-na-na

 

 

몇 소절을 해석하면 위와같은 가사로 약간은 유치하기에 왜 이런 노래가 그렇게 유행했는지 이해하기 힘들지만, 곡 자체가 매우 매력있고 흥겹다.

 

솔직히 내가 댄스에 입문하게 된 동기는 다리의 불균형을 잡기 위함이었다. 약 20년 이상 골프를 치면서

체중이동이 왼쪽 다리로 가면서 왼쪽 하체의 불편함을 겪게 되었고, 이를 고쳐보려고 선택하였는데,

의외로 재미가 있다.

 

 

그런데 역시 예상한대로 내가 댄스를 배우는 것에 대해 집사람은 그렇게 반기지 않는다. 반기는 것이

아니라 약간은 못마땅한 표정이다. 그래서 수업이 있는 날 내가 준비하고 나갈 때마다 조금은

비아냥거리는 투로 이렇게 말하곤 한다.

"오늘 춤추러 가? 다른 여자들 손잡고 추면 재미있어?"

아무래도 신경이 쓰이나 보다. 내가 매너나 유머감각은 좀 있는 편이긴 하지만, 표정도 날카롭고, 옆을

쳐다보지 않기에 인기가 하나도 없다는 것을 집사람은 잘 모르는 모양이다. 

그래서 그렇게 신경이 쓰이면 함께 다니자고 수차례 권유를 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심드렁하다. 솔직히

내가 봐도 집사람은 이쪽으로 흥미가 없다. 그리고 집사람은 아무리 연습해도 내 수준의 절반을 따라오기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집사람도 자신의 수준을 조금은 아는 탓인지 별로 내키지 않는 모양이다. 

솔직히 운동도 그런 것 같다. 자기에게 맞는 운동이 있고, 좀 더 잘하는 운동이 따로 있는 것 같다. 골프의

경우 나는 집사람의 수준을 도저히 따라갈 수 없다. 타수로 환산하면 통상 10타 이상 차이가 난다. 하지만,

댄스는 아니다. 내 관점에서 볼 때 나는 어떤 동작이라도 금방 익히는 희한한 재주(?)가 있다. 물론 정확한

몸 동작은 차치하고, 순서나 기본 스텝에서 큰 어려움이 없다. 물론 신체구조상 프로들처럼 멋있는 것과는 

거리가 있지만, 나 스스로 내 폼이 좀 나은 편이라고 자부한다.

 

운동이란 그런 것 같다. 확실히 잘하면 더 신나고, 더 재미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최근 나는 자치회관에서 하는 댄스 수업에도 참여한다. 차차차를 루틴대로 다시 익히고 있다. 신나는

음악에 맞춰 춤을 추다보면 언제 그렇게 시간이 갔는지 모르게 간다. 재미있다. 땀이 비오듯 쏟아지면서도

음악에 맞춰 신나게 추다보면 그 시간만큼은 아무 걱정도 없고, 몸의 어디가 아픈지도 모른다.

그래, 이렇게 사는 것이다. 우리는 싸우거나 짜증내려고 태어난 것이 아니고, 즐겁게 살려고 태어났다.

물론 놀기 위해서가 아니라 일하기 위해 태어났지만, 그 모든 것도 즐겁고 멋있게 살기 위한 것이다. 자기

에게 맞는 운동이나 취미활동을 하며 여백을 채우는 설레임으로 즐겁게 사는 것이다.

"근심을 털어놓고 다함께 차차차! 슬픔을 묻어놓고 다함께 차차차! 즐거운 마음으로 멋있게 차차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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