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바나힐스에서 있었던 일

헤스톤 2017. 4. 27. 17:00

(내가 묵었던 다낭의 호텔방에서 해가 떠오르기 직전에 찍은 사진으로 멀리 바다가 보인다.) 

 

베트남 다낭에서의 여행은 좀 밋밋하였다. 관광보다는 휴양도시라는 이름 그대로 어느 곳을 가기 위해 그냥

편하게 쉬는 곳이라는 생각이 든다. 캄보디아에 비해서 호텔도 좋고 도시도 더 깔끔하고 프랑스 냄새가

많이 나는 곳이다. 베트남 전쟁 당시에는 미군기지가 있었고, 19세기경에는 프랑스 식민정부의 중요 항구

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이곳도 인터넷을 조회하여 보면 여기저기 볼만한 것들이 많이 있을테지만,

여기에서는 다낭의 대표적 관광코스 중 하나인 바나힐스에서 있었던 일로 순전히 내가 보고 느낀 것만

간단하게 써 보고자 한다.

 

 

바나힐스에 가기 위해서는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간다. 거리가 엄청 길다. 세계에서 2번째로 길다고 한다.

가이드는 중국을 욕하면서 입에 침을 튀긴다. 원래 다낭 바나힐 케이블카가 세계에서 제일 긴 케이블카

이었는데 이웃인 중국이 이런 것도 가만 놔두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마 세계에서 제일 길다는 장가계의

케이블카를 두고 말하는 것 같다. 쓸데없는 자존심에 관한 것으로 귀담아 듣고싶지 않았다. 

 

우선 내가 놀란 것은 이 지역에 이렇게 깊고 높은 산이 있다는 것과 산꼭대기에 각종 테마파크, 사찰, 성당,

음식점, 호텔 등을 만들어 놓았다는 것이다. 우선 이곳의 기온은 일반적인 베트남의 날씨와는 큰 차이가

있다. 한마디로 서늘하다. 긴팔이 필요한 곳이다. 베트남을 식민지로 삼았던 프랑스인들이 더위를 피해서

바나산 꼭대기에 만든 휴양시설인 탓으로 건물들이 모두 유럽풍이다. 여기에서 먼저 드는 생각은 프랑스인

들이 만들었다고 하지만, 노동을 제공한 사람들은 누구였을까. 그 옛날 이 높은 산의 꼭대기에 이것을

만들기 위해 얼마나 많은 베트남인들이 이산을 오르락내리락거리며 피땀을 흘리고 죽었을까를 생각하니 

조금은 착잡해진다.

이곳의 날씨는 변화무쌍하다. 분명히 도착할 때는 맑은 날씨이었는데 안개로 뒤덮히기도 하고 비가 내리

기도 한다. 이곳저곳을 돌다가 광장 근처에서 앉아 쉬려고 아이스크림 가격을 물어보니 한개는 2달러이고,

두개는 3달러이며, 세개는 4달러라고 한다. 그래서 한개만 사면 손해인 것 같아 4개를 5달러에 사서 옆에

보이는 일행들에게 나눠주었는데, 한 사람만 받고는 다 먹지 않겠다고 하여 혼자 3개를 해결한다고 힘들

었다. 다시는 여행가서 누구에게 먹을 것을 사주지 않을 것이다.

 

 

눈길을 사로잡는 각종 시설들을 보다가 가이드와 약속한 시간이 30분 정도 남았기에 음료수와 맥주를 파는

집으로 들어갔다. 우리 일행중에서는 그래도 영어가 좀 되는 내가 주문을 하고 내 카드로 결제를 하였다.

그런데 카운터의 여종업원은 카드결제 승인이 안된다고 한다. 그럴리가 없는데 왠지 불안하다. 카드는 이미

긁었고, 결제는 안되고, 어쩔 수 없이 현금으로는 얼마냐고 하니 9달러라고 한다. 이런 제기랄! 물가가 싸기

때문에 부담은 되지 않지만 환 리스크를 아무리 감안한다고 해도 좀 과하게 받는 것 같다. 170,000동이니까

원화로 8,300원정도인데 10,000원을 주게 되니 기분이 좋을리가 없다.

그런데 그게 문제가 아니었다. 바나힐스를 다녀 온 오후 다른 곳을 관광하다가 핸드폰을 보니 카드결제가

되었다고 메시지가 떠 있는 것이 아닌가. 현금은 현금대로 주고, 카드는 카드대로 결제가 된 것이다.

    

 

집사람은 투덜거린다. 자기가 누구한테 들은 바로는 외국에서 카드쓰고 크게 바가지 쓴 일이 많았다는 등  

잔소리를 해대는데 사실 이중으로 계산했다는 것보다 집사람이 나를 더 힘들게 했다. 내가 정확하게 처리할

테니 신경 끄시라고 해도 왜 이렇게 잔소리를 하는지 그날 오후는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른다. 사실 나는

별로 걱정도 안 했다. 만약 이중으로 결제가 된다면 나름대로 조치를 취할 생각이었기 때문이다. 이틀 후

한국에 돌아와서 BC카드사에 전화를 하였더니 외국에서 사용한 것으로 아직 전산에 뜨지 않기 때문에

1주일 정도 기다려보자고 한다. 그런데 1주일까지 기다릴 필요도 없었다. 카드사용 3일째 되는 날 핸드폰

에서 메시지가 뜬다. 170,000동 결제가 취소되었다는 내용이다. 따라서 이 건은 마무리되었고, 나는 앞으

로도 해외에서 되도록이면 현금보다는 카드를 열심히 사용할 것이다. 

 

 

바나산 꼭대기에서 내려가는 케이블카를 탈 때 중국인들의 무례는 눈살을 찌푸리게 하였다. 말로만 듣던

그들의 새치기는 대단하였다. 순서대로 줄을 서서 차례대로 타면 될 것인데, 그들은 도대체 줄이란 것을

아예 무시하는 인간들이 대부분이었다. 이런 예의만 놓고 볼 때 질서를 잘 지키는 일본인들과 큰 비교가

되었다. 자기차례에서 밀리지 않으려는 집사람과 달리 나는 마구잡이로 새치기하는 중국인들로 결국 함께

케이블카를 타지 못했고, 우리 일행들도 각자 약 30분동안 이산가족이 되고 말았다.

나와 함께 케이블카를 탄 사람은 중국인 2명, 베트남의 젊은 부부와 그들의 어린아이 2명이었다. 2살쯤

되어 보이는 아이 하나가 계속 칭얼거린다. 나의 맞은 편에 앉은 젊은 부부는 20대 후반쯤으로 보인다. 

순간 나는 못 볼 것을 보고 말았다.

젊은 베트남 부인이 상의 지퍼를 갑자기 내리더니 왼쪽 유방을 꺼내서 아기에게 젖을 물리는 것이었다. 

크고 탐스런 젊은 여자의 유방이 눈에 쑥 들어온다. 내가 어렸을 때인 1970년대 우리나라 시골 버스안에서 

보던 장면이다. 우리나라의 어머니들도 다 그렇게 애들을 달래고 키웠다는 것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잠시 충격을 받았다. 바로 맞은 편에 앉아 있는 탓으로 시선둘 곳이 마땅치 않아 케이블카가 다 내려올 때

까지 그냥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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