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톤레삽에서

헤스톤 2017. 4. 17. 16:56

 

캄보디아 여행중 통통배를 타고 톤레삽 호수(Tonle Sap Lake)로 갔다. 톤레삽이 세계 3대 호수중 하나라고

하는데, 정말 그런 것인지 자세한 것은 모른다. 분명한 것은 엄청나게 큰 호수임에는 틀림없다.

나는 그곳의 경치를 감상하기에 앞서 이제 겨우 10살 정도 되는 꼬마가 함께 배를 타고가는 것에 신경이

쓰였다. 얼마가지 않아 그 조그만 손으로 관광객들의 목이나 등을 두드린다. 안마라는 것을 해주고 돈을

받기 위함이다. 대개 1달러를 주는데 사실 좋아보이지는 않는다. 그날 이 아이는 몇 시간만에 왔다갔다

하면서 약 30달러는 번 것 같다. 우리 일행을 만나서 꽤 짭짤한 수입을 올린 날로 기록될 것이다. 학교는

가지 않냐고 하니 아무 대답이 없다. 웃거나 고마워하는 표정도 없다. 돈만 받으면 하던 안마를 중단하고 다른 

사람 등뒤로 간다. 나는 그 조그만 손이 안쓰러워 주므르기 시작하자마자 1달러를 주었더니 금방 자리를

옮긴다. 올 때도 마찬가지로 1달러를 주었다. 이 아이는 관광객이 빨리 돈만 주기를 바랄 뿐이다. 웃기는 것은 

캄보디아 돈은 받지 않는다. 무엇보다 돈벌이에만 급급해 하는 것 같아 마음이 불편하지 않을 수 없었다.

 

 

통통배에서 내려 스무살 정도 먹은 사공이 노를 젓는 조각배로 갈아타고 수상마을로 들어갔다. 물이 황토빛

이다. 무슨 약품처리를 한다고 하는데, 이 흙탕물에서 고기도 잡고, 빨래도 하고, 대소변도 처리하고, 식수나

목욕, 설겆이 등을 다 한다고 하니 위생과는 거리가 너무 먼 것 같아 또 마음이 불편하지 않을 수 없었다. 사진

속에서는 웃고 있지만 웃는게 웃는 것이 아니다. 

    

 

가는 도중에 사공이 꽃반지를 나에게 주면서 사모님 주라고 한다. 이것도 다 어떤 술수라는 것을 알면서

그대로 실행하였고 마누라는 그저 좋단다. 팁으로 1달러를 더 얹어 주었다. 

(위 건물은 각종 배나 도구들을 수선하는 공장임)

 

톤레삽 수상마을에는 베트남 전쟁으로 피난온 베트남인들이 대부분이라고 한다. 베트남 전쟁을 피해서

캄보디아로 나왔는데 전쟁이 끝난 후 베트남 정부로부터 귀국을 거절당하고 국민 취급을 하지 않아 베트남

국민도 아니고, 그렇다고 캄보디아 국민도 아닌 난민들이다. 이들은 양국 정부의 외면으로 호수에서 물고기

를 잡아 하루하루 먹고사는 극빈자들이 대부분이다. 이곳에서도 만나는 아이들이나 젊은 엄마들은 1달러를

요구하니 그것을 보고있는 마음이 좋을리가 없다. 수상가옥은 같은 듯 하면서 똑 같은 것은 하나도 없다.

다 다른 구조나 모양의 수상가옥들을 보면서 자기들끼리의 빈부 격차도 볼 수 있다. 말하자면 다른 집에

비해 좀 크고 돼지나 닭 들을 키우며 사는 집도  있고, 아주 형편없는 집들이 많다. 동남아인들의 대부분이

그렇듯이 이들도 심성이 착하고 순박하겠지만, 그것으로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어느

환경에서도 자기 하기 나름이라는 것을 말해준다. 이곳에서도 다른 사람에 비해 열심히 고기 잡고, 기념품을

보기좋게 만들어 팔며 성실하게 사는 이들은 그렇지 못한 이들보다 상대적으로 잘 산다. 


우리나라에서도 마찬가지다. 재벌을 무조건 비난만 할 것도 아니라고 본다. 물론 잘못된 부분에 대하여는

비판을 가하고 바른 길로 가도록 제도도 고치고 해야겠지만 돈을 많이 번 것이 무슨 죄인은 아니기 때문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오히려 본받도록 해야 마땅하다. 자신이 누구보다 더 열심히 일하고 아이디어도 짜내면서

좀 더 잘 살고자 하는 노력은 하지 않고 잘 사는 사람을 무조건 비난만 하는 것은 패배자들이나 할 짓이다.    

 

 

(왼쪽이 아랫동서 부부이고, 오른쪽은 윗동서 부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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