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모스가 한창이다. 출근길 손을 흔든다. 매혹적인 눈웃음이 도시의 젊은 여인 같다.
코 스 모 스 (박 형 순)
요즘 코스모스는 키가 크다
화려하고 잘 생겼다
하이힐을 신은 늘씬한 다리에
미니스커트를 입고 있어
쭉쭉 뻗었다
세련되게 화장한 얼굴을
바짝 쳐들고
자기 좀 봐달라고
소리지른다
나 어렸을 때 코스모스는
멋없이 키가 큰 애도 있었지만
대부분 고무신을 신고
자세를 한껏 낮췄다
깨끗이 빨은 색동저고리에
녹색 긴 치마를 입었고
어쩌다 마주치면
수줍게 미소지으며
붉어진 맨 얼굴을
살짝 옆으로 돌렸다
누가 알아주는 것과 관계없이
조용히 계절의 기쁨을
전해주고 사라졌다
코스모스가 변하니
가을이 변한다
사람도 변하고 세상도 변한다
질서(cosmos)도 새로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