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가야 할 그 곳" (박형순)
자욱한 안개꽃으로
시기와 탐욕이 없는 그 곳
자꾸만 들어갈 수록
신비스러움으로
전율을 느끼게 하는 그 곳
어둠을 많이 섞어
가까이 다가서지 않으면
사물의 형체를 볼 수 없는
아늑하고 포근한 그 곳
그 누가 인도하지 않아도
찾아갈 수는 있겠지만
맘대로 갈 수 없는 그 곳
회색으로 물든 곳이지만
비너스의 미학을 지닌
깨끗한 아름다움의
알 듯 모를 듯한 그 곳
그 곳으로 들어가셨다
얼마 전 아버지가
그 곳으로 들어가셨다
다시는 나오지 못 할
그 곳으로
희생과 은혜의 냄새를
짙게 뿌리며 그 곳으로
들어가셨다
그 곳으로 그 곳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