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 문장

일어나서 걸어라

헤스톤 2007. 12. 7. 18:12

 

 

 

 

 

 

일어나서 걸어라 (박 형 순)


자존심에
깊은 상처를 입고
바닥에 깔려버린 초라한 인생

찢어지거나
젖은 날개밖에 없는 현실이
가엾기도 하고 슬프지만

다시 일어나야 한다.
이대로 그냥
주저앉아 있어선 안되지

세상은 돌고 도는 것
일어나서 걷다보면
언젠가 기회가 올 것이니

스스로 숨쉬는 동안에 안오면
후대에라도 반드시 올 것이니
언젠가는 올 것이니

계속 넘어지더라도
일어나서 걸어야지
자신을 아끼고 사랑한다면

밑 바닥의 생활일 지라도
언제나 당당하고 자신있게

혈관속의 순수한 피가
속삭이는 말을 하면서
멋있게 일어나서 걸어라
 

 

 

한 때 무척 괴로웠다. 그리고 너무 힘들었다.

시간이 지나고 나서 보면 그리고 좀 더 크게 보면 별 것 아닌 것이었지만 출근 그 자체가 너무 쪽팔렸다. 나를 구렁텅이로 빠뜨리게한 인간들을 죽이고 싶었다. 간혹 입에서는 욕이 막 터져 나왔다. 화장실 같은 데서 큰 소리로 울분을 달랬다.

승진인사가 있을 때마다 너무 쪽 팔렸다. 2005년 1월, 2006년 1월, 2007년 1월 그리고 2008년 1월 그렇게 막 욕을 해대며 보냈다. 부질없는 짓이었다. 어쩌면 나 자신에 대하여 화가 난 것이리라.

문학사상 잡지의 독자투고란에 올렸던 시 같지 않은 시..아마 2006년 말이나 2007년 1월쯤 작성한 것으로 안다. 순탄하게 살았다면 이런 글은 절대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이 글을 누가 보던 안 보던 상관없다. 버릴 수 없는 나의 새끼들이기에 뒤늦게나마 이 곳에 옮겨놓는 다. 그냥 비슷한 시기에 작성한 비슷한 심정의 시 뒷편에 살짝 실어본다. 

 

 

 

쪽 팔리네 2   (박 형 순)


승진에서 누락되며 수년동안
싸늘한 찬밥 신세로
흘러흘러 가다보니
어느덧 동기들은 저만큼 앞서가고
후배들도 조롱의 눈빛을 보내며
멀찌감치 달려간다

별것 아니라고 여겼던 이들의
무시가 곳곳에서 피어나니
마음의 상처는 더욱
깊어만 가고
나설 곳도 못나서며
성질은 죽일대로 죽인다

경제라도 여유가 있으면
덜 아플지도 모르는데
그 마저 인연이 멀어
이리저리 피해다니고
시간이 흐를수록 능력을 발휘할
기회는 자꾸만 엷어지고

이러저러한 자리에서
갖고있는 아이디어와 플랜을
펼쳐보고 싶어도
언제부터인가 앞으로 나가는 것이
원천봉쇄되어 피가 나도록
벽이나 두드리며 주저앉게 된다

화가 머리위로 솟구쳐
앉았다가 벌떡벌떡 일어나고
입속에서는 열여덜 열여덜
열여덜 제곱이라며 중얼거리고

정말이지 쪽 팔려서
걷어차야겠다고 마음먹으면서도
막 살수는 없는 것이기에
힘든 모습 감춰보고
쪽 팔리기는 마찬가지라도
자세를 똑바로 세워본다

침착과 냉정을 바탕으로
성실과 정열을 잃지 말자고
다짐해보고 또 다짐하고
뜻을 얻지 못한다 해도
최선을 다하며 살자고

애꿎은 입술만 깨물어 본다

 

 

 

정말 쪽팔리네  (박 형 순)


이 나이 먹도록 돈도 못 벌고
출세도 못했는데
직장에서 후배들한테
멀리 추월당하고
정말 쪽팔린다

지난 인사때 유배지로 내려와
눈감고 귀막고 입닫고
생활한 지 일년
아직도 삶의 모서리에 남은
깊은 상처는 아물지 않고
정말이지 쪽팔린다

어쩌면 상처에 상처가 더해져
생각보다 훨씬
오래 갈 지 모른다
언제까지 이러한 심정이
계속될 지 모르지만
쪽 팔려서 살기 싫다

지나간 일을 생각하면
신경질이 막 나고
잘 나가는 놈들을 보면은
부아가 치밀고
그러다가 애꿎은
손금탓을 해본다

그래도 살아야지
처자식 생각해서 그냥 살아야지
늙으신 부모 생각해서 살아야지
쪽팔려도 살아야지
에~이 열여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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