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의 지인들과 동대문 근처에서 저녁식사를 하고 집에 돌아올 때였다. 4호선을 타려고 동대문역 개찰구를 막 들어가니 지하철 직원인 것으로 추정되는 중년 남자가 과도하게 친절 제스처를 섞어 젊은 여자 두 명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이쪽으로 내려가서 4호선을 타고 한 정거장 가야 됩니다."
그는 어린 아이를 다루듯이 말한다.
"도으대무~ 운도우장 바향요?"
좀 어눌한 한국어로 여자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말한다. 젊은 여자들은 일본인들이었고, 그녀들은 이 사람의 말을 반신반의하면서 고개를 갸우뚱하는 것이었다. 다시 한번 그가 말한다
"동대문 운동장은 여기서 한 정거장을 더 가야 되니 이쪽으로 내려가세요."
그녀들의 태도로 보아 자기들이 방금 전에 올라온 쪽으로 다시 내려가라고 하니 갸우뚱하는 것이다. 그런데도 명찰이 달린 옷을 입은 그는 올라왔던 길로 다시 내려가서 4호선을 타라고 친절 강도를 높여 계속 재촉한다.
그냥 지나칠까 하다가 아무래도 이들의 소통에 문제가 있는 듯하여 나의 일본어 실력을 발휘하지 않을 수 없었다.
영어로는 "May I help you?"에 해당하는 "도와드릴까요?"를 일본어로 "お手伝いいたしましょうか?"라고 하였더니 2명의 젊은 여자들은 금방 얼굴이 확 펴지면서 서울시 지도를 꺼내든다.
그래서 목적지가 어디인지 물어보니 똑 부러지게 정한 것은 아니지만, "동대문패션타운" 혹은 "현대백화점 면세점"쪽으로 갈 예정인 듯하다. 그녀들은 동대문에서 동대문운동장 방향으로 가면 된다는 정보를 갖고 온 듯하다. 그런데 지하철 공사 직원인 듯한 그 사람은 그녀들이 알고 있는 것과 다르게 알려주니 말이 서로 어긋나고 있었던 것이다. 방향을 잘 모르는 그녀들은 일반인보다 신뢰가 가는 제복입은 그 사람에게 물었던 것 같고, 그 사람은 나름 친절하게 대답해 준다는 것이 동대문운동장이라는 말만 귀에 들어오니 엉뚱하게 다시 지하철을 타라고 계속 요구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가고자 하는 곳을 알게 된 나는 8번 출구로 나가면 된다고 하면서, 근처에 보이는 안내판을 가리키며 왼쪽으로 가면 된다고 하였더니 그제서야 안내판이 눈에 들어온 듯 "하이~하이~"하며 고마워한다.
그런데 웃기는 것은 직원인듯한 그 사람은 나와 그녀들의 대화를 컨닝하고 자신의 친절도를 더 높이려는 듯 "동대문 운동장 방향은 이쪽으로 가면 됩니다"라고 하면서 앞장서서 8번 출구 쪽으로 그녀들을 데리고 간다. 그녀들이 방향표시를 모르는 것도 아니고 "8"이라는 숫자를 모르는 것도 아닐 텐데 말이다. 그녀들은 개찰구를 나가면서 나에게 밝은 미소와 함께 감사의 손을 흔든다.
집에 오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친절한 것도 좋고, 더 나아가 서비스를 과도하게 하는 것도 좋지만, 엉뚱한 곳으로 길을 안내하면 안내받은 자는 고생할 수밖에 없다. 위와 같은 경우 내가 바르게 방향을 알려주지 않았다면, 그 젊은 여자들은 목적지에 가는데 시간을 많이 허비했을지도 모른다. 알고 있는 것과 다른 방향을 계속 강요받았기에 난감한 표정으로 그에게 길을 물어본 것을 후회했을 것이다.
더 큰 것으로 국가나 국민이 나아갈 곳과 다른 엉뚱한 방향으로 지도자가 끌고 가면 그 나라는 어떻게 될까? 국민들에게 잘한다고 하면서 친절하게 국민들 비위를 맞추는 것도 좋고, 환심을 사는 것도 좋지만, 국민들을 엉뚱한 곳으로 끌고 간다거나 잘못된 곳으로 인도하는 정치인들은 차라리 없는 것이 낫다. 그들은 권력을 가지고 국민을 힘들게 하며 국가의 위치를 아래로 떨어뜨리는 머저리들이기 때문이다.
또한 평등을 주장하면서 평준화 시킨다고 하향평준화나 시키는 방향으로 나라를 이끌고 간다면 그런 지도자도 차라리 없는 편이 나을 것이다. 국가 재정은 생각지도 않고 돈 몇 푼 준다고 하면서 인기나 얻으려고 하는 정치 지도자도 필요 없다. 잘못된 길로 인도하는 지도자는 정말 없는 것이 낫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그런 머저리들이 너무 많다. 그런 인간들은 제발 정치하겠다고 나서지 말았으면 좋겠지만, 현실은 오히려 정반대이니 답답하지 않을 수 없다.
내 개인 의견이지만, 무슨 이유가 되었건 군대를 갔다 오지 않은 이들은 국군통수권자가 될 자격이 없다고 본다. 우리나라 같은 휴전상태로 아직 전쟁이 완전 종식되지 않은 나라에서는 적어도 그렇다. 여당이건 야당이건 주요 정당의 대표도 마찬가지이다. 군대를 갔다 오지 않은 이들에게는 가혹한 말이 될지 모르지만, 국방과 관련된 직책은 자제해주길 바란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나라는 군대를 갔다 오지 않은 이들이 오히려 사회 곳곳에서 분에 넘치는 큰 권력을 쥐고 있다.
나의 20대 시절 생각이 난다. 아마 나도 군대만 갔다오지 않았다면 고시에도 합격하고, 더 나아가 크게 출세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다. 무슨 헛소리냐고 할지 모르지만, 정말 그 당시로 가서 보면 그때가 내 인생의 전환점이었다. 당시 병역의무가 내 인생을 완전히 바꿔버렸다. 그래서 억하심정(抑何心情)으로 하는 말이긴 하지만, 자의나 타의를 불문하고 신체적인 조건 등 무슨 이유가 되었건 병역의무를 이행하지 못한 사람은 국군통수권자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본다.
작금의 대한민국 상황을 그려볼 때 그냥 열불이 난다.
'나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영어 문장을 외우며 (13) | 2024.08.20 |
---|---|
무궁화 미술대전 대상 (29) | 2024.08.10 |
친구들의 고운 마음 (60) | 2024.07.03 |
梅花描寫(매화묘사) (37) | 2024.06.01 |
백거이의 放言(방언) (56) | 2024.05.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