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영어 문장을 외우며

헤스톤 2024. 8. 20. 10:01

 

 

 

지금부터 50년 전인 1974년은 내가 고등학교 3학년 때이다. 당시 나는 "수학"이라는 과목은 전교에서 탑(top)이었지만, 영어 성적은 좋지 못했다. 아무리 많은 시간을 할애해서 공부해도 중간 수준에 머물곤 했다. 사람마다 재능이 다르듯이 당시 영어는 언제나 내 발목을 잡았다. 국어 성적도 좋지 못했지만, 영어보다는 나았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수학을 필두로 다른 과목들에서 영어와 국어 점수를 보완 해주었기 때문에 문과 전체 240명 중 10~15등의 순위를 유지할 수 있었다. 당시 그 학교에서 상위 10% 수준에 드는 성적이면 국내 일류대학에 갈 수 있는 수준이었지만, 나는 가정형편상 지방 국립대에 갈 수밖에 없었다. 당시 우리 집의 재산 무능과 더불어 영어라는 과목은 나를 무척 힘들게 하였다. 

 

그런 이유 등으로 영어 문장 일부라도 나의 피와 살이 되게 해 보려고 외운 것이 그 유명한 처칠 수상의 취임 하원 연설문 일부와 케네디 대통령 취임 연설문 일부였다. 우선 처칠의 연설문에서 외운 것은 이것이었다

"I have nothing to offer but blood, toil, tears and sweat.(제가 여러분께 드릴 수 있는 것은 피, 수고, 눈물, 그리고 땀 뿐이라고." 라는 내용이 들어있는 연설문 중 일부로 아래의 문장이다.

We have before us an ordeal of the most grievous kind. We have before us many, many long months of struggle and of suffering.(우리의 앞에는 가장 고통스러운 시험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우리의 앞에는 투쟁과 고통으로 점철될 수많은 세월들이 기다리고 있습니다.)이었다. 정말 내 앞에는 고통의 가시밭길만 놓여 있는 기분이었기에 이 문장이 더 다가왔는지도 모르겠다.

이 연설문에는 

You ask, what is our aim? I can answer in one word: It is victory, victory at all costs, victory in spite of all terror, victory, however long and hard the road may be; for without victory, there is no survival.(우리의 목적이 무엇이냐고 물으신다면, 한 단어로 대답하겠습니다. 그것은 승리입니다.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승리. 어떠한 공포가 닥쳐와도, 승리. 갈 길이 아무리 멀고 험해도, 승리. 승리 없이는 생존도 없기 때문입니다.)라는 유명한 내용도 들어있다.

 

 

그리고 케네디 대통령 취임 연설문 중 일부를 외웠다. 그의 연설문 중 가장 유명한 구절은 아래와 같다. 

Ask not what your country can do for you-ask what you can do for your country. (조국이 여러분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를 묻지 마십시오. 여러분이 조국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를 물으십시오.)

 

나는 위의 문장과 함께 연설문의 제일 말미에 있는 아래 문장을 외웠다.

With a good conscience our only sure reward, with history the final judge of our deeds, let us go forth to lead the land we love, asking His blessing and His help, but knowing that here on earth God's work must truly be our own. (올바른 양심이 유일하고 확실한 보상을 해주리라 믿고, 최후의 순간에는 역사가 우리를 심판하리라 믿으며, 사랑하는 이 대지를 이끌어 앞으로 나아갑시다. 하느님의 은총과 가호를 빌되, 이 땅에서 하느님의 과업은 곧 우리의 과업이 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인식하며 앞으로 나아갑시다.)

 

즉, 나는 처칠의 연설문 일부와 케네디의 연설문 일부를 외워서 적당히 말할 기회가 오면 마치 영어를 잘하는 것처럼 읊어대곤 했다. 50년 동안을 그렇게 살았다. 따라서 모르는 사람은 줄줄이 나열하는 나의 발음을 보고 내가 영어를 잘하는 줄 안다. 지난 세월 영어가 나의 아킬레스건이었지만, 위 문장을 외움으로써 어느 정도 모자람을 감추면서 살아온 것이다. 지금도 노래방 같은 곳에 가면 간주 나오는 동안 위 문장들을 랩으로 읊어대곤 한다. 남들이 알건 모르건 그냥 내 멋에 지껄인다.

 



최근엔 This, then, is how you should pray(그러므로 너희는 이렇게 기도하라)로 시작하는 마태복음 6장 9절부터 13절까지의 "주기도문(主祈禱文=The Lord's Prayer)" 을 영어로 외웠다.

 

Our Father in heaven, Hallowed be your name,

your kingdom come, your will be done on earth, as it is in heaven.

Give us today our daily bread.

And forgive us our debts as we also have forgiven our debtors

And lead us not into temption. but deliver us from the evil one. 

For Yours is the kingdom and the power and the glory, forever. Amen.

 

마태복음 6장 9절부터 13절은 예수님이 제자들에게 가르치신 기도문으로, "주기도문"이라고도 불린다. 

9절: 그러므로 너희는 이렇게 기도하라: 우리 아버지께서 하늘에 계시니 이름이 거룩히 여김을 받으시며,
10절: 나라이 임하옵시며, 주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게 하옵시며,
11절: 오늘날 우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옵소서,
12절: 우리의 잘못을 용서하옵시고, 우리가 다른 사람을 용서함 같이 우리 잘못을 용서하옵소서,
13절: 또 우리를 시험에 빠지지 않게 하시고 악에서 구하옵소서. 이는 주의 나라와 권능과 영광이 영원히 있사옵니다. 아멘.

이 문장을 외우게 된 원인은 나보다 열살이나 위인 송천동 동사무소 서예 선생님이 이 주기도문을 영어로 외우고 있는 것이었다. 
이에 자극을 받아서 문장을 암기하게 되었고, 요즘엔 아침마다 조용히 눈을 감고 이 문장을 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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