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응급실 전전

헤스톤 2024. 9. 17. 21:24

 

 

지난 금요일 저녁때의 일이다. 오후 3시쯤 치과에 다녀온 마누라가 3시간이 지났는데도 입에서 계속 피가 나온다고 걱정스러운 얼굴이다. 

 

사람들은 일생동안 얼마나 병원을 들락거리게 될까?  병원을 아예 가지 않으며 살 수는 없을 것 같고, 적게 가는 사람일수록 행복지수가 올라갈 것이라고 본다.

그러면 병원에 적게 가기 위해서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운동을 꾸준히 하며 몸을 튼튼하게 해야겠지만, 우선 좋은 식습관을 유지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즉, 자신의 몸과 관련하여 먹는 것부터 잘 관리하는 사람일수록 병원에 가는 횟수가 줄어들 것이라고 본다. 몸에 해롭다는 담배나 술을 멀리하는 것만으로도 그렇지 못한 사람보다는 병원비가 적게 들어갈 것이라고 본다.

그리고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건강 유전자가 우수한 사람일수록 병원과 거리가 멀 것이라고 본다. 또 부모가 되었건 배우자가 되었건 함께 먹고 자는 사람으로부터 영향받은 각종 습관도 건강 지수를 크게 좌우하게 될 것이다.

 

그런데 우리 부부는 둘 다 몸 관리가 그리 우수한 편이 되지 못한다. 왜냐하면 둘 다 자주 병원을 들락거리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나도 그렇지만, 마누라도 응급실을 자주라고 할 순 없지만, 가끔 가는 편이기 때문이다. 응급실엔 거의 가지 않으며 사는 경우가 대부분일 텐데 말이다. 

 

그나저나 마누라 입에서 계속 피가 나온다니 걱정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날 마누라는 동네 치과에서 임플란트 시술을 했기 때문이다. 잇몸과 턱뼈에 나사를 식립하는 것으로 나도 그 병원에서 약 한 달 전 오른쪽 윗부분 어금니 2개를 했는데, 이번에 마누라도 같은 부위에 2개를 했다. 당시 나는 아스피린 성분이 있는 약은 먹지 않고 있었고, 통증 완화 등 관련 약을 복용한 탓인지 그렇게 고생하지는 않았었다. 그런데 마누라는 통증도 심하지만, 무엇보다 피가 멈추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스피린 성분의 약은 평소에도 복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나는 괜찮아질 것이라고 하면서 치과에 전화해 보라고 하였다. 당연히 치과는 이미 문을 닫았기 때문에 전화를 받을 리 없다. 나는 저녁 식사 후 졸음이 밀려와 8시 넘어 일찍 잠이 들었다. 

 

한참 꿈나라로 가고 있는데, 집사람이 나를 깨운다. 저녁도 먹지 않고 시술 부분에 계속 거즈를 대고 있었지만, 피가 계속 쏟아지니 겁이 났던 모양이다. 시술한 지 7시간 이상이 지났다. 옷을 주섬주섬 챙겨 입고 오후 10시 30분쯤 집에서 제일 가까운 H종합병원 응급실로 차를 몰고 갔다.  비가 추적추적 내린다. 가까운 거리인데도 비가 오는 탓인지 길이 막힌다. 빨리 가야한다는 생각으로 생각 이상의 지체가 느껴졌을 것이다. 약 30분 걸려 응급실에 도착했다. 

그런데 자기들은 치료할 수 없으니 치과병원이 있는 응급실로 가라는 것이다. 헛걸음하였다고 생각하니 더 바빠진다. 집사람이 조회를 해보더니 주변에는 서울대학교 병원밖에 없다고 한다. 그래서 다시 차를 몰고 서울대학교 병원 응급실로 갔다. 집사람의 고통스런 모습을 보니 가까운 거리도 멀게 느껴진다. 길에서 보내는 시간이 정말 매우 길게 느껴진다. 일각이 여삼추다. 

 

 

 

서울대학교 병원 응급실에 도착하여 집사람을 먼저 내려주고 나는 주차장을 찾아 주차하고 올라갔다. 응급실에 가니 집사람이 보이지 않는다. 그 곳에서는 치과대학병원 응급실로 가라고 안내하여 집사람은 건너편의 치과대학 병원을 찾아간 것이었다. 나도 그곳으로 갔다. 다른 응급실과 달리 그곳 대기실엔 1 명도 보이지 않았다. 시간은 어느덧 12시를 지나고 있었다. 금요일이 토요일로 바뀌고 있던 것이었다. 

젊은 의사 선생님이 안심을 시켜 주었다. 고여 있는 피가 계속 나오는 것이라며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것이라고 한다. 그 말이 왜 이렇게 반가운지 모르겠다. "괜찮아질 것"이라는 이 한마디를 들으려고 이렇게 응급실을 전전한 것이었다. 입에서는 "감사하다"는 말이 저절로 나온다. 진찰이나 치료비도 받지 않았고, 주차비도 없었다. 지난 모 병원의 주차장과 비교가 된다. 그저 모든 게 감사하다. 집에 오니 12시 40분이 되었다. 집을 나선 지 약 2 시간 이상 걸려 여러 응급실을 다녀온 것이다.  

 

살다 보면 참으로 수많은 일들이 발생한다. 또 언제 어떤 일이 발생할지 모른다. 그럴 경우 어떻게 처리하며 살아야 할지 정답이 다 있는  것은 아니다.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잘 판단해야 한다. 상황에 맞게 잘 처신하며 슬기롭게 살 수밖에 없다. 한밤중에 애를 태우며 2 시간 이상을 보냈지만, 아무 일 없을 것이라는 의사 선생의 말에 안도의 숨을 내쉬는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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